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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by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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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 년도 더 지난 2019년의 일이다. 그 해의 롯데 자이언츠는 오래간만에 1등으로 시즌을 마쳤는데, 물론 뒤에서 1등이었다. 나는 당시 하위권은 익숙해도, 최하위는 2004년 이후 처음이라 낯설어, 시즌 내내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지지리도 못하던 그 해, 감독이 손가락 4개를 편 후 만루홈런을 맞는 걸 보고, 교실에서 책상을 엎어버렸다. 야구를 볼 의욕도 없게 못하는 덕택에, 고등학교 3학년의 성적 유지에는 도움이 됐지만, 그 해 챙겨본 경기 중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3월 28일의 경기다.


전날 삼성전 23:5라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후, 양상문 감독이 화이트보드에 적어두었던 문구 하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왠지 모르게 그 문구가 가슴에 날아와 박혔다.


그 문구를 새긴 양상문 감독은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도 부산을 훨훨 떠나버렸다. 그 해의 롯데 역시 반등하지 못했다. 기어코 저승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려오는 오르페우스처럼 고개를 꺾어. 날지도 못하는 갈매기처럼, 땅을 떠난 적도 없는데 추락해 버렸다.


그날 TV에서 본 화이트보드의 문구는 그렇게 한 시즌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갈매기는 고개를 돌릴 뿐 꺾지 않고, 거인은 힘차게 걸어야 한다."는 다짐을 내게 남겼다. 내 삶에도 19년 같은 추락은 없어야겠다는, 항상 정진해 나가겠다는 다짐을... 일주일 후면 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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