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
3월 19일, M과의 대화:
"일본에서 나는 소속되지 못하는 기분이었어.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 그랬지."
"동북아시아가 유독 그렇죠. 이해 못 할 건 또 아니긴 합니다. 원시 사회부터 다름은 위험이었으니 말이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무정하게 되뇌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떠난 거야. 뉴욕에선 이런 꼴을 하고 다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거든."
"거긴 자유로우니까요. 더 시티잖아요."
그럼에도 결국 M은 뉴욕에서도 길을 잃어, 여기 멀리 세인트 빈센트 그레나딘까지 홀로 떠나왔다.
"그래서 만족스러워요?"
"몰라. 아이들은 일본으로 보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자유로운 뉴욕 분위기랑은 안 맞는 것 같아."
인간의 세태는 돌고 돌았다.
"그래도 60개국 정도 여행했으니, 만족스럽다 할 수 있지... 나 아니면 누가 만족하겠어..."
"그도 그렇네요."
자유로 내몰린 여행자가 많다. 방황하는 세태. 방랑하는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