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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Dec 15. 2017

일어나면, 일어나 보면, 일어나 봤자.

아무것도 아니다.

수업이 끝난 금요일, 다음 주면 시험인 금요일, 침대에서 하루종일 누워있다.


이 이불을 벗어나면 엄청난 한기가 나를 덮친다, 공부하러 학교를 가다 딴 길로 샌다, 밥 사먹으려다 돈만 왕창 쓴다, 따위 두려움에 이불을 감싼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게 눈꺼풀인지, 이불인지 그 무거움에 다시 잠에 빠진다.


시간이 한참 지나 눈을 뜬다. 밖은 어둡다, 공부는 하지 않았다, 배는 고프다, 따위 이유로 이불을 걷는다. 일어난다. 걷는다. '어라, 별로 안 춥네.' 내가 두려워한 한기가  글쎄, 별로 두렵지 않다.


일어나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일어나기 전의 생각 탓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을 뿐이다.


종종 딴 길로 샐까봐 외딴 길에 선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아무것일까봐 자리에 멈춘다. 글쎄, 근데 그것들이 일어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오늘도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걱정한다. 내년 여름에 있을 첫 미국 방문을 벌써부터 걱정한다. 넣지도 않은 서류가 떨어질까 벌써부터 걱정한다. 시작하지도 않은 공부가 어려울까 벌써부터 걱정한다. 글쎄, 일어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일어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그 자리에서 일어나 보면 안다. 그 일이 일어나봤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종종 아닐 수도 있다만 까짓것, 에라이.


https://www.instagram.com/p/Bct6RSrnbBj/

에라이세이_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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