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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Mar 20. 2018

바람은 밖에 두고, 소리는 안에 두고.

거실에서 듣는 취향관 마담 살롱


다시 0도로 초기화되어버린 날씨, 따뜻해지리라는 기대감과는 달리 차가운 바람이 살을 스쳤다. 


'으~ 추워.'


아침에 패딩을 입을까 말까 고민했는데 저녁 시간의 추위라면 패딩이 적절했다. 아침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겨울 끝에 봄을 섞어서 가을 같은 바람이 불고, 햇살은 따뜻해서 봄 같은 햇살이 비추고 있어 좋은 날씨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 찰나일 뿐이었다. 낮부터는 다시 추웠다. 컴백 투 겨울. 



다시 차가워진 공기를 뚫고 합정으로 향했다. 저녁 8시 근처, 취향관에는 이미 바에 사람이 가득했다. 아니, 그전에 밖은 바람이 가득 불었다. 취향관에 들어가기 전 근처에 보이는 공사 중인 건물에는 제대로 동여 매어 지지 않았는지 비닐이 소리 가득 일렁였다.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서 그런지 취향관 대문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바깥 창으로 보이는 취향관 바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람 가득 부는 화요일 저녁, 취향관에 들린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모인 걸까?


오늘은 바에서 마담 살롱이 열리고 있었다. 앨린, 케이트 두 안주인께서 바 안에 자리하고 바 테이블에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미처 자리가 없는 듯하여 들어가지 않았다. 바에 사람이 가득한 것은 마담 살롱 덕이었다. 마담 살롱을 위하여 모인 사람이 많을까, 취향관을 들렀다가 마담 살롱을 한다고 하여 사람들이 모인 걸까?



거실에 자리 잡았다. 바는 만석. 사람들의 목소리가 거실로 흘렀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활기찬 대화가 이어진다. 몇몇 사람은 거실에서 바에 자리가 생기기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바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그 사이, 거실 소파에 앉은 두 친구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마담 살롱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정확히 들리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대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한 번은 라디오에서 외국 특정 지역 거리의 소리를 ASMR처럼 들려준 적이 있었는데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와 거리의 소음이 만들어내는 편안함이 있었다. 적당한 소음은 심적 안정을 준다고도 하지 않던가. 거실 창으로 보이는 밖은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은 불고, 소리는 맴돌았다.


바람은 밖에 두고, 소리로 가득한 3월 20일의 취향관이었다.

20180320 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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