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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19. 2020

해바라기(일편단심) - 너는 나의 해

여름_7월 6일의 탄생화

나는 매일 날씨를 방송하고 있어. 날씨 예보는 하루에 3번 통보문이 나오고, 실시간으로 정보가 업데이트돼. 

지금은 호우경보가 발효 중인 곳이 있고, 비라고 하기엔 너무 폭포 같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네.

……

현재, 호우 경보가, 부산 울산 그 밖의 경남에 발효 중인 상탭니다. 시간당 80밀리미터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는데요. 저지대나 농경지 등 침수가 될 수 있는 곳에서 피해 없도록 주의하셔야겠고요. 갑작스럽게 물이 불어날 수 있는 곳에서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침수 범람 가능 지역 가까이에 계시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

이렇게 날씨 방송은 매일 하지만 마음의 날씨를 이야기할 수 있는 방송은 없어서 좀 아쉬웠어. 

호우 경보가 발효되고 비가 강하게 쏟아져 내리는 오늘 밤. 갑자기 나는 해바라기 생각이 나더라. 해바라기는 해를 바라보면서 피는 것 같은데 비 오는 날은 해를 잘 볼 수가 없으니까. 해만 일편단심으로 바라보는 해바라기는 장마기간에 어떤 마음일까.

또 해바라기와 비슷한 마음인 사람도 있겠지?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보는 사람이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순간이 오기까지 어떤 마음의 날씨 일까도 생각해 보게 됐어. 오늘처럼 이렇게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밤에 마음을 위한 날씨를 방송한다면 이런 글을 방송해야지. 하고 적어본 글을 들려줄게.


……

거친 비를 맞는 세상이 바다가 된 밤.

조각배 같은 우산 하나 타고 시간의 높은 파도에 올라있는 나.

이 풍랑에 몸을 싣고 밀려가는 곳이

우리 둘만 아는 그곳이기를 바라는 것.

너의 마음 안에 살며시 안겨줄 해바라기 한 송이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손가락을 꼭 하고 움직여 보는 것.     

해바라기 한 송이를 건네지 못하고 뒤로 숨길지 모를 나를

스무 번쯤 부추겨 보는 것.

그리고 스물한번째에

너에게 해바라기를 빼앗기고 싶은 것. 

이런 마음이. 오늘 내 마음의 날씨.     

그러니까, 내가 도착한다면

네 왼손을 내게 뻗어 내 해바라기를 빼앗아줘.

그리고 내 오른손을 잡아줘.

너에게 그렇게 해바라기와 손을 빼앗긴 다음에,

내 왼손으로는 해바라기 씨앗이 박힌 초콜릿을 와그작와그작 씹어먹다가

살살 녹여 먹고 싶다. 


_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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