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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Oct 22. 2020

그게 단련이었나 보더라

오늘의 업무처리 기록

오늘도 또 전화다. 여전히 전화다. 전화! 전화! 전화! 불난 전화기는 도대체가 진화되지 않는다. 불이에요~ 불!

잠시 교육을 듣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였다. 카톡으로 큰 일이 났다며 연락을 받았다. 전화로 상대방이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게 직접 연락이 온 것이 아니라 다른 팀에서 돌고 돌다 나에게까지 넘어온 모양이었다. 9월에도 안내 문자를 보냈고, 며칠 전에도 문자를 보냈던 그 내용이다. 잘 읽어보지 않았고, 해주어야 할 것을 해주지 않은 탓에 우리가 응답하지 못한 그 내용 말이다.

그런데 다른 팀과 전화를 하는 동안 기분이 퍽 많이 상했던 모양이다. 첫 전화부터 큰 소리로 쏘아댄다. 네, 네, 선생님. 제가 다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9월에 문자 보내드렸는데 놓치셨나봐요. 최근에 보내드린 문자는 확인하셨을까요?

예전 문자를 어떻게 기억하느냐 따진다. 그제의 문자를 보고 화가 나서 전화를 하는 것이 아니냐 소리친다. 네, 네, 선생님. 제가 다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팀과 통화하시면서 전달과정에 오해가 있으셨나봐요. 최대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진행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소리는 여전히 큰 목소리.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왜인지 나는 아무렇지 않다. 지난 며칠동안의 일들로 단련된 탓일까. 단단히 화난 상대방의 이야기에 맞장구도 치고, 처리해줘야 할 것들은 이러저러한 것이다 일러준다. 이상하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아 더욱 친절하게 응대한다. 그러다 문득 대학 교양 심리 수업(<자기표현의 심리적 이해> 였을 것이다)에서 배운 '나 전달법'이란 것이 생각났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헤아리며, 그 입장을 입으로 내뱉으며 표현하는 것이다. 네, 네, 선생님. 이러저러한 부분에서 선생님께서 많이 화가 나셨을 것 같아요. 이제 이 부분만 처리하면 바로 업무 진행 가능하시니까요. 참고하셔서 서류 이것저것 보내주시면 됩니다. 네, 네, 서류 받게되면 선생님꺼 먼저 처리하고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스팅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는 모임이 있습니다
*오픈채팅방 - https://open.kakao.com/o/g0Eyl7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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