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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Sep 07. 2015

책상에 쌓여가는 종이, 손에 묻어나는 잉크

빛글의 캘리, 끄적거림 #1

캘리그라피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캘리그라피를 해왔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손에 연필을 쥐고서, 샤프를 쥐고서, 펜을 쥐고서, 그리고 지금 붓펜을 쥐고서. 손에 쥐어지는 것만 바뀌어 왔지 종이에 이것저것 쓰는 것은 멈추지 않고 해왔으니.


그래도 정식으로 '캘리그라피'라는 용어를 접하고 내가 '캘리그라피'를 한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에서부터다. <세상을 바꾸는 15분(이하 세바시)>에서 배우 조달환이 자신은 캘리그래퍼라며 자신을 작품을 보여줬을 때부터 나도 캘리그래퍼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무례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조달환님의 작품을 보며 나도 얼마든지 저 정도의 글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빛글'이라는 이름으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하였다. '초보 캘리그래퍼, 빛글.' 나중에서야 알았는데 '빛글'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캘리그라피를 '업(業)'으로 하고 계신 분이 계셨었다. 하지만 이미 캘리그라피 클래스에서 도장까지 '빛글'로 판 상태에서 이름을 바꿀 순 없었다. 그래서 그냥 동명이인인 상태로 캘리그라피를 계속하였다.


직접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느낀 점은 '캘리그라피'는 특별한 스킬이나 작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쓰려고 하는 글귀가 있고, 종이가 있고 펜이 있다면 준비는 끝난다. 그리고 종이에 펜을 대고 끄적거리면 작품이 된다. 물론 작품마다의 특성이나 질은 차이가 있겠지만. 그렇지만 캘리그라피는 저마다의 글을 모두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취미로서의 캘리와 상업적인 캘리의 차이의 벽도 있긴 하지만. 단순한 손글씨 하나로도 '캘리그라피'라는 이름을 붙이고 설명을 더하고, 도장을 하나 찍으면 그로써 작품이 완성된다. 캘리그라피의 매력이다.


저마다의 글을 모두 작품으로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장르가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캘리그라피의 매력이다.


하지만 모든 글들을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작가 자신이 만족하지 못하는 글이 나올 때면 캘리그래퍼들은 과감하게 새롭게 펜을 집어 든다. 그래서 캘리그래퍼들이 캘리그라피 작업을 할 때면 책상 위엔 종이들이 쌓여가고, 손엔 잉크 자국이 점점 진해진다. 일정 수준 이상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올 때까지 똑같은 글귀를 반복해서 적어나간다. 적어나가다 보면 같은 내용이라도 점점 다른 모양이 되어간다.  구도도 달라진다.


끊임없이 끊임없게 써 내려가야만 하나 얻어지는 만족스러운 결과물. 그것 하나 얻으려고 계속해서 쓴다. 그것 때문에 계속해서 끄적거린다.


그렇게 해서 결과물이 얻어지면 그제야 캘리그래퍼들은 펜을 놓을 수 있다. 캘리그래퍼 역시 '작가'이기에 글의 끝에서야 잠시 쉼을 얻을 수 있다.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하고 있는 나는 글을 그리는 것 자체를 '쉼'으로 받아들인다. 현재 군인이기에 더 그러하다. 군대에서 얻어지는 여유시간이면 펜을 집어 들어 글을 쓴다. 사람들에게 글귀를 동냥하고 종이에 뱉어낸다. 이 자체가 쉼의 시간이다. 덕분에 글에 여유가 포함된다. 이 여유가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박 때마다, 휴가 때마다 군대 안에서 쌓아둔 글들을 배설한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다. 그리고 이젠 브런치가 또 다른 해우소가 될 것 같다. 끊임없이, 끊임없게 써 내려가는 글들이 나의 페이지들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캘리, 빛글, 끄적. 운영하고 있는 '아직은' 초보 캘리그래퍼 '빛글'입니다.
페이스북은 http://www.facebook.com/bit.writing
 글을 쓰고도,  글을 그리기도 하는 (하고프면 하고플대로) '빛글로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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