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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Feb 18. 2021

내가 <클럽 하우스>에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1박 2일>에 정착하는 방황

TV와 여행의 매력, '방황'


딴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TV의 매력은 '방황'에 있다고 생각한다. 리모컨으로 채널을 위아래로 돌리며 방황하는 것이 멋모르고 떠난 여행지에서 정처없이 골목골목을 쏘다니는 느낌이 들어서다. 채널과 채널 사이의 음성은 서로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도 곧장 알아듣지 못한다. 해서 잔잔한 소음으로 다가온다. 여행지에서 잔잔한 소음은 공해가 아니라 꽤나 괜찮은 여운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TV의 매력은 '방황'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방황에 길어지면 피곤하다. 볼거리가 아무리 많고, 체험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해도 여독을 풀기 위해 숙소에 들러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무리 많은 TV 채널이 있더라도 결국엔 돌아가는 채널이 있다. 나의 경우엔 그건 바로 <1박 2일> 채널이다.


스마트TV인 덕인지, 요즘 TV 채널의 특징이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옛 <1박 2일>을 연속해서 틀어주는 채널이 있다. 젊은 강호동, 이수근, 이승기 등의 모습이 각종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이미 10년도 전에 모두 본 이야기들이다. 어린 시절에 본 에피소드들이지만 기억은 생생하다. 일요일 저녁 시간을 풍성하게 채워주던 방송이 아니었던가. 내가 빵 터지며 웃었던 포인트에서 다시 한 번 빵 터지고, 그때는 빵 터졌는데 지금은 왜이리 시시한지 생각도 해보며 <1박 2일> 다시보기를 한다.


그렇다. '다시보기'다. 다만 일시정지를 할 수 없는 다시보기다. 채널 편성표에 따라 방송은 그대로 진행된다. 그렇지만 방송 1분 1초를 모두 눈 여겨 보거나 들을 필요는 없다. 모두 경험한 이야기들이지 않은가. 해서 무심하게 틀어둘 수 있다. 에피소드 하나를 놓쳤다고 해서 큰 일이 날 일도 없을뿐더러, 에피소드가 모두 돌고나면 다시 또 틀어주기 때문이다. TV를 틀어두고 내가 해야 할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여독을 풀기 위해 들은 숙소에서는 다소 무심해질 필요가 있다. 다른 것들에 신경을 끄고, 내가 해야 할 휴식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클럽 하우스>에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요즘 SNS를 둘러보면 '클하'로 불리는 <클럽하우스 Club House>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종일 클럽하우스를 틀어두고 지낸다고 하던가. 그런데 나는 클럽하우스에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하겠다. 아이패드에 클하를 설치하고, 초대장을 받아 가입하긴 했지만 옛 <1박 2일>을 보는 것과는 달리 <클럽하우스>는 다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들어서다. 낯선 사람들의 낯선 목소리. 여독을 풀려고 들른 숙소에서 다시 에너지를 소모하는 느낌이다. 쉬이 쉴 수 없고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야 한다.


그래서 다시 <1박 2일> 채널을 튼다. 마음 편하게 무시할 수 있는 목소리와 이야기. 그러다 간간히 웃음 포인트를 만나면 소소한 웃음을. 다시보기에, 다시보기에, 다시보기 중이기 때문에 시시하긴 하다. 시시하긴 해도 덕분에 쉬엄쉬엄 할 수 있다. 정처없이 떠돌다가 여독을 풀러가는 곳. <1박 2일> 속 멤버들은 에피소드마다 다른 여행지로 떠나지만, 나는 <1박 2일>을 베이스캠프로 정착한다.


로드 야생 버라이어티! <1박 2일>!! 의 바로 밑 채널은 <무한도전>이지만 당시에 무한도전을 챙겨보지 않은 탓에 여전히 나는 <1박 2일>이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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