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생각법> 조훈현 (인플루엔셜 출판사)
2021년, 조훈현의 책을 읽고 14가지를 추린 적이 있다. 바둑을 두지는 않지만 프로의 입장에서 설명할 있는 승부에 대한 이야기였고,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2023년 다시 그 책을 집어 들었다. 대신 책의 표지가 변했다. 10만 부 기념 리커버 에디션이다.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감사하게도 리커버북을 제공해주셔서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복기해볼 수 있었다. 지난번에는 조훈현의 문장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거기에 내 생각을 더하는 것에 집중해보았다. '생각법'이니 말이다.
바둑에서도 지금 바로 둘 수 외에 다른 것들에 생각을 빼앗기면 안 된다. 상대가 얼마나 강하고, 이번 대회가 어떤 의미인지 등은 염두에 둘 사항이긴 하지만 내 생각과 에너지를 집중할 곳은 아니다.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내가 질 거라고 생각하고 임하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저 지금 둘 수 있는 최선의 수가 무엇인지만을 온 힘을 다해 고민해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판세를 뒤어넘는 묘수(妙手)를 떠올릴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은 결국 '나와의 대화'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인 <내면소통>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출판사인 인플루엔셜에서 펴낸 책이다.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과정 없이 바로 결과를 내려는 사람들이 지천에 깔려 있다. '돈 버는 방법'을 팔아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렸다. 진짜로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서 했다기 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다 보니 돈을 버는 수가 생긴 것이다. 그 과정 속에는 호기심과 탐구심, 그리고 행동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훈현 고수를 키워낸 스승은 이렇다하게 직접적으로 조훈현을 가르친 적은 없다고 한다. 다만 스승의 모습을 보면서 조훈현은 자랐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시 자신의 제자 이창호에게 보여준다. 스승의 그릇만큼 제자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릇만큼 바둑에 임할 수 있게 된다. 이게 비단 하루만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하루들이 쌓여서 생기는 게 바로 '그릇'이다. 하루를 어떻게 오롯히 잘 담아낼지는 결국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렇게 그릇을 키우다 보면 이후에는 패배도 담을 줄 알게 된다. 인생에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류'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조훈현이 제자 이창호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후에 이세돌과 박정환, 그리고 신진서까지... 언제까지고 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영원한 건 없다. 변화를 품고 있는 새로운 '류'가 다가오면 그것에 대한 경계와 수용을 함께 해야 한다. 이 또한 사람의 그릇에 따라 담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불만을 가지고 환경 탓을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 지금 여기가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더욱이 젊을수록 8집 정도는 더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더 미룰 이유가 없다.
우리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기 때문에 불안해한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지식과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러면 최선의 수읽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 정보가 모여서 쌓이면 결정적인 순간에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때 도움 되는 것은 역시 '기록'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활동 또한 그러하다. 나중에 다시 이 책을 읽거나, 이 기록을 읽게 될 것이다. 일종의 '복기할 결심'이다. 고수의 생각법은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