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감기는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
날씨도 겨울에서 봄으로 갈 채비를 하는 듯 햇볕은 오후를 따스하게 감싼다. 여전히 불어오는 찬바람이 시샘하지만 햇살은 그마저도 품는다. 그 탓에 나는 이제는 마냥 따스하다는 착각을 한다. 그 착각 속에서 지금을 보낸다. 가끔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다 찬 바람이 한 움큼 들어와서 깜짝 놀란다. 잘못하면 다시금 감기가 도질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의 감기는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 약을 매일 먹어도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감기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겨울을 떠올리게도 한다. 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서있긴 하지만,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들은 봄을 기다리는 음악들로 알고리즘을 채우긴 하지만, 감기가 떨어지지 않은 지금은 여전히 겨울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 감기의 끝에 봄은 올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하다. 그 확신으로 감기 기운임에도 불구하고 에라이, 광합성을 하러 집 밖으로 나선다.
다시 햇살은 따듯하다. 그 덕에 세상의 색감이 뚜렷해진다. 얇은 잠옷 차림 위에 패딩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아직은 바람이 꽤나 세서 사람들은 패딩을 좀 더 여민다. 그래도 왜인지 활기가 느껴진다. 광합성이란 게 그런 특성을 가진다. 패딩 안으로 움추러드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다. 춥지만 춥지 않은, 따뜻하지만 따듯하지 않은 겨울과 봄 사이에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광합성. 그 착각 속에서 봄으로 먼저 부정출발을 한다. 감기가 잠시 더 도질지도 모르지만 이런 착각에서 우리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조금은 더 자신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