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힘든 순간이 와버렸다. 남들은 부러워할지도 모르는 일이 없는 시간이다. 시간은 흐르고 컴퓨터는 하염없이 켜져 있다. 들리는 소리는 책상 위 선풍기와 본체 속 팬 소리, 그리고 남들의 키보드 소리뿐이다. 그 가운데 나는 마땅히 키보드 누를 일 없이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생겼을 때가 나는 가장 당황스럽다.
자유롭게 뭔가를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쉽다. 그야말로 붕 뜨는 시간. 예전에는 A4용지를 여러 번 접어서 생긴 칸에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을 적거나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엑셀로 무언가를 뚜다닥 만들었다지. 근데 그게 또 굳이 필요 없진 않은 아이러니. 그러다가 일이 들어오면 괜스레 또 싫어지는 이기적이고 양면적인 인간의 마음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