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문을 살짝 열고서 잠이 든다.
맞은 편 산에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저만치서 지나가는 차 소리,
그런 여러 가지 소리에
어느 순간 집중하지 않게 되는 때가 오고
그렇게 스르르 잠이 든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부모님은 동창회에 가시고 나 혼자 집에 있던 날이었다.
불을 다 끄고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드는 바람에
창문 열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못 열고 잤다.
더워서 깼는지 왜 깼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조용히 눈 뜬 방 안에는
오직 나와 시계 소리뿐이었다.
조용히 눈 뜬 집 안에는
오직 나와 책상 위에서 움직이는 시계 소리뿐이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정한 주기와 크기로 째깍거리는
이 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려오면
굉장히 무서운 기분이 들 것 같았다.
지금 보이는 이 천장이 아닌 다른 곳을 보게 되면
뭔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어떤 것과
눈을 마주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문득 들었다.
항상 듣는 이 소리 속에 다른 소리가
섞여서 들려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년이면 서른이 되는 나는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려오지 않길 바라면서
그 자세 그대로 눈을 감고 귀를 닫으려 노력하며
오지 않는 잠을 청했고,
밖이 어렴풋이 밝아오는 걸 느끼며
겨우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혼자 잠드는 날이 이후에도 조금 더 있었음에도
그날도 그 후로도 아무런 일은 없었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날 밤은 혼자가 아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