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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리 Oct 04. 2023

대바늘과 코바늘

중학교에 입학하니 CA시간이 있었다. 특별히 교과목 외에 다양한 활동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여전히 뜨개질에 관심이 많았던지, 나는 뜨개반에 들어갔다. 당시에도 허세에 찌들어 있었는지 내가 뜨개질을 제일 잘할 거라 생각했다. 친구들이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도 나는 실과 바늘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맙소사! 내가 열심히 하던 대바늘이 아니라 코바늘부터 배우는 것이다.      


“선생님, 대바늘은 언제해요?”

“대바늘은 코바늘부터 배운 다음에 할 거란다.”     


내가 가장 잘할 거라 자신만만해하던 기세는 싸그리 없애고 가장 낮은 자세로 배움에 임하였다. 아마 ‘대바늘과 코바늘’ 편을 읽는 독자님들은 내가 코바늘도 열심히 배워 그럴듯한 컵 받침이나, 수세미나, 뜨개 인형을 만들어냈을 거라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밋밋하고 재미없는 스토리로 흘러간다면 나는 기억에서 흐릿해진 옛 추억을 굳이 꺼내 글로 옳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선생님의 권유로 뜨개반에 들어간지 3주일 만에 다른 특별활동반으로 옮겨가야 했다. CA시간이 일주일에 한번 있었으니 고작 세 번 나가고 만 것이다. 선생님께서 옆에서 아무리 알려 주셔도 나는 못했다. 다른 친구들은 사슬을 만들고 한 코 한 코 떠내려가는 동안까지도 코바늘 실 잡는 법조차 헷갈려하고 어려워했다. 잘 안 돼도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 하지 않은 기억이 있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뜨개질이 좋았었나 보다. 아니면 한번 시작한건 끝까지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불타올랐던지...      


“유리야, 뜨개 그만 하고,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자”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하는 말에 반박을 못하는 나는 다른 반으로 옮기자는 선생님의 말씀을 군말 없이 잘 들었다. 내가 옮긴 반은 특수학급 학생들만 따로 모여 다양한 외부 체험을 하러 다니는 현장체험 학습반이었다. 이후 나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다닐 동안 집에서도 뜨개질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뜨개질을 그것도 코바늘 뜨개질을 다시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 시기는 21년이나 뛰어넘은 2022년 2월 초순이었다. 어떻게 정확히 기억하냐면, SNS 기록이 말해 주고 있다. 당시 나는 재봉틀에서부터 프랑스 자수, 미니어처 하우스 만들기 등 정말 다양한 취미생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재봉틀은 회사 공방에서 한번 배우고는 덜컥 사게 되었다. 지금은 먼지만 풀풀 쌓여가고 있다.)      


손을 움직여서 만드는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돌아가면서 하던 중 갑자기 뜨개질 해보고 싶어졌다. 그 길로 당장 코바늘은 물론 인형실, 수세미실, 아크릴 실, 온갖 실들을 사 들었다.(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는 정말 복 받은 사람이다.) 요즘엔 유튜브를 보면 뜨개 하는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니 쉽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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