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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Nov 20. 2022

경복궁 향원정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단풍 끝자락

11월이 들어오면서 확실히 단풍이 만개했지만 며칠 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제 2022년의 단풍은 끝자락을 향하고 있다. 알록달록 잎의 끝자락부터 색이 들기 시작했던 단풍은 이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땅으로 떨어지고 겨울을 알리는 잎이 다 떨어져 탈모가 진행 중인 나무만 남아있다. 경복궁의 가을 단풍은 서울에서 단풍 명소로 손에 뽑히는 장소이기도 하며 많은 사진작가들이 가을이면 단풍과 어우러진 문화재를 촬영하기 위해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그동안 복원공사를 끝내고 다시 시민들에게 공개된 경복궁에 위치한 향원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만의 오답노트이자 일기장이었던 경복궁

문득 카메라를 들고 처음 경복궁에 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사진과 전통문화에 빠져있던 필자로써는 정말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이것저것을 찍으려고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고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결국에는 기진맥진해서 경복궁을 빠져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 그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도대체 난 이때 무슨 생각으로 찍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형편없었다. 물론 지금도 내 사진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경복궁에 오면 가장 좋은 점은 새로운 구도와 새로운 사진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좋다고 생각 든다. 경복궁에 와서 새로운 구도와 이것저것을 연습하며 촬영하다 보면 언젠가는 더 좋은 구도와 신박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에 비해 뒤늦게 28살의 나이에 사진을 시작했으니 당연히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내가 믿는 신념이 있다. 헤겔의 변증법이었나? 내가 즐겨 보던 프로그램에 한 프로야구 구단 단장님이 나와서 인용했던 말이 있다.


"양적 변화가 쌓여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 다만,  여기에 시간의 축적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뭐든 이것 저것 꾸준히 해보자.



향원정의 의미?

향원정은 보물 1761호다. 1873년 고종이 건청궁(경복궁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왕과 왕비가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면서 거처할 목적) 앞에 인공의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육각형 정자를 지었다. 향원정의 의미는 '향기가 멀리 퍼져나간다'라는 뜻인데, 사진에 보이는 흰색 다리 이름은 '취향교'이다. 이 의미는 향기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항원정은  4년 만의 보수공사를 끝내고 돌아왔다고 하는데, 4년 전에는 경복궁에 와본 적이 없었으니 기존의 모습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필자가 본 향원정 단풍의 모습은 이미 전국에 널리 퍼져있었고 향원정 단풍 명소 향기가 사람들을 향원정으로 이끌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의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 그 중심에는 sns의 사진파워가 있었고 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sns의 힘을 무시 못 한다. 


향원정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역사 이야기

향원정으로 향하기 전에 향원정에 관련된 역사적 배경 그리고 고전설화 혹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지 검색하였다. 아무래도 이런 배경지식이 있으면 내가 조금 더 사진 촬영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초록색 창을 계속해서 향원정에 대해 검색하던 도중 한 신문사의 기사를 발견했다. 기사의 내용을 자세히 보고 참고문헌과 함께 예전 사진들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이렇다. 


'한국의 스케이팅의 역사가 바로 이 향원정에서 시작됩니다.' 


한 겨울이면 이 연못의 물은 꽁꽁 얼었고 왕과 왕비의 휴식공간이었던 이곳 향원정에서 외교관 그리고 선교사들이 스케이팅을 타곤 했다고 하며 당시 '빙족회' 라 불렸다고 한다. 이외에도 조선에서 가장 먼저 전기가 들어온 곳, 온돌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지만 전달할 수 있는 글 솜씨와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 더 정확한 지식과 역사 이야기를 얻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사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데 명성황후가 시해와 관련된 장소라고 한다. 당시 명성황후의 시신을 훼손하고 불에 태우기 전에 이곳 향원정으로 던져졌다는 기록을 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왕과 왕비의 휴식공간이면서 한겨울에는 스케이팅을 타는 사람들을 구경을 하기도 하고 조선 최초로 전기가 들어왔던 역사적인 장소이자 많은 이야기가 숨어져 있는 향원정에는 명성황후와 당시 시해당하는 궁녀들 그리고 조선을 지키다가 희생된 군인들의 보이지 않는 비명소리와 눈물이 숨겨진 곳이 아닐까?


11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단풍과 함께 어우러진 경복궁과 향원정.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자 아름다운 단풍 구경도 좋지만, 때로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며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는 것도 오히려 어떻게 보면 역사 공부이자 우리가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밑에 사진은 원래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아실 듯싶다.









마하의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


촬영을 하다 보니 경복궁 폐장 안내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5시에 광화문에서 작업실이자 사진관이 위치한  동탄까지 다시 넘어가려면 2시간 30분은 잡아야 해서 보통 더 일찍 나오는 편이지만 이상하게 이날은 끝까지 있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2022년이 한 달 반 남았다는 게 아쉬워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동안 자주 못 와서 더 아쉬워서 그런 걸까? 이제 2022년도 끝으로 가고 있다. 폭설과 함께했던 올해 1월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2년도 끝나가고 있다. 이렇게 2022년도의 가을 단풍 만개 소식과 함께 2022년의 가을도 경복궁 단풍 사진과 함께 시간 속으로 보내줄 때가 다가왔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나이에 상관없이 가을 단풍을 담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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