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과 더불어 길거리의 나무들은 색을 갈아입으며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3월 봄바람이 불면서 꽃을 피우고 초록색으로 가득 차 있었던 나무들은 어느새 알록달록한 옷으로 갈아입으며 단풍이 지기 시작하였고, 잎이 떨어지기 전 화려한 색을 뽐내면서 마지막 불꽃을 쏘아 올리는 중이다. 그렇게 나도 올해 마지막 단풍구경을 하러 창경궁으로 향했다.
봄이 아닌 가을에 찾은 창경궁
원래는 봄꽃이 한창일 때 어머님과 함께 창경궁과 창덕궁 그리고 종묘까지 한 번에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나와 어머님의 스케줄이 맞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서 이번 가을 단풍구경으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생각보다 한가롭고 여유롭겠구나 생각하고 방문했지만, 한창 단풍 시즌이라 그런지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창경궁에 찾아왔다. 모두들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단풍놀이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똑같나 보다.
마음과 기분이 차분해지는 마법의 장소
선조들의 지혜?
머리가 복잡해지거나 잡생각이 많아지고 혹은 마음이 편치 않을 때 혼자 카메라를 들고 문화재를 찾아왔었다. 그 와중에도 가장 많이 방문했던 곳은 경복궁과 창덕궁 그리고 창경궁인데, 이상하게도 우리 전통문화유산과 고궁을 방문할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거기에 더하여 내가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여유로움과 궁의 아름다움까지... 카메라를 들고 고궁을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고 나올 때는 개운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확실히 원인은 모르겠지만 고궁은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
갈수록 잦아지는 발걸음
우리가 지켜야 하는 우리의 전통
최근까지는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지켜야 하고 잘 보존해야 하는 전통문화 콘텐츠가 그저 오래된 컨텐츠로 여겨지고 있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막 사진을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나는 우리가 물려받은 문화유산과 전통을 조금이나마 알려보고자 한국의 전통과 문화재 그리고 문화유산만 사진을 찍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주위에서는
"너는 왜 이런 사진만 찍어서 올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한때 멋모르고 그저 나만의 빠져있었던 시절(조금 과장하면 그냥 내 스스로 취해있었던 시절) 이리저리 문화재란 문화재를 찾아다니고 전통을 알려보겠다는 과한 자신감은 내가 지금도 사진을 하는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그때 찍었던 사진들을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와.. 내가 사진을 이렇게 찍었다고? 도대체 뭘 찍은 거고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sns에 이런 사진들은 올린 거지...?'
때로는 그동안 내가 찍어왔던 전통 관련 모든 사진들을 지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내 사진으로 한국 전통을 알리겠다는 마음 하나는 변치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고 또한 그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최근에 sns를 보면 경복궁 야간개장, 고궁 단풍구경 등등 우리 전통과 관련된 컨텐츠가 다시 활발하게 유행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주변 지인들 또한 많이 고궁과 문화유산을 한 번씩 방문하고 있다. 젊은층에서 그리고 가장 파급력이 강한 sns에서 우리 문화재를 계속해서 찾아오고 관련된 사진이 올라온다는 현상은 좋은 현상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면
올해 마지막 인생샷을 남기기 위한 자리 쟁탈전
'단풍나무는 못 참지'
이곳에서 만큼은 우리 모두 한마음이었다.
이제 2022년도 약 50일가량 남았다. 분명히 주변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란다는 새해 인사를 엊그제 돌린 기억인데 벌써 2022년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시점이다. 특히 가을 단풍이 지기 시작하면 '올해도 다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022년이 끝나기 전에 나무들은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색으로 마지막 불꽃을 쏘아 올리고 있는 시점이다. 또한 이곳 창경궁을 방문한 사람들 대부분 단풍을 구경하러 왔을 것이고 단풍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고 웃음꽃이 번지는 이 순간만큼 모두들 한마음 한뜻으로 올해의 마지막 화려함을 장식하려는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이름 모를 큰 새를 보고 이름이 무엇이니? 저 큰 새는 짝이 있는지? 창경궁에 거주하는지 등등 처음 보는 사람들과 토론을 나누기도 하고 단풍나무 밑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창경궁을 배경으로 웨딩촬영을 하는 신혼부부, 단풍잎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꼬마 아이들 등등 이곳 창경궁에서 만큼은 일상에서 받았던 무거운 짐들을 잠시 내려놓았고 2022년을 마무리하기 전 마지막 불꽃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