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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Nov 26. 2022

막내 시절 실장님의 깊은 뜻이 있었던 충무로 심부름.


잠시 시간을 거슬러 2019년으로 돌아가 보겠다. 본격적으로 광고 스튜디오와 동시에 흑백사진관에서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시절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때 내가 일했던 스튜디오 실장님은 나의 사진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스승님이다.  실장님은 내가 스튜디오 어시를 막 시작할 때부터 항상 나에게 말씀을 하셨다.


"필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잘 이해를 못 했고 딱히 필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충분히 디지털로 손쉽게 확인하고 후보정도 가능한데? 굳이 왜 시간과 정성을 들여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디지털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감과 필름 특유의 거친 입자감의 필름에 매력을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디지털카메라로 찍고 포토샵 후보정으로 똑같이 따라 하지 못하는 이 필름 고유의 느낌. 


(사실 이때만 해도 필름값이 이렇게 금값이 되어버릴 줄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당시 35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니콘 fm2 필름 카메라를 구입하였다. 그 이후로 나는 필름 카메라에 맛 들이기 시작했으며, 주말이면 실장님이 운영하시는 흑백사진관에서 필름 작업을 직접 배우기도 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장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나를 계속해서 충무로에 심부름을 보내기 시작하셨다. 난생처음 가봤던 충무로와 을지로 그리고 진양상가, 세운상가, 청계상가까지.. 특히나 충무로에 있는 오래된 필름 카메라 수리점부터 시작하여 나에게 너무 인상적이었다. 당시 실장님께서 직접 필름 현상 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심부름을 통해 충무로에 가서 필름 밀착본, 스캔, 그리고 충무로의 거리와 중고 카메라 매장 또한 카메라와 필름에 관한 여러 가지 물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공부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최근 들어 잠시 필름으로 시험 삼아 할 작업이자 일이 생겼고 나는 필름을 들고 당연하다는 듯이 충무로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충무로를 향하는 광역버스와 충무로 골목에서 잠시 옛 생각에 빠졌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에서 느끼는 일상의 즐거움

서울 중심가에 위치해있는 을지로와 충무로. 예전 판교에 있는 스튜디오 막내 시절에는 주로 차를 이용해서 다녔으며, 어시생활을 끝내고 따로 독립하여 개인적으로 방문할 때도 항상 차를 가지고 움직였으나 동탄으로 이사 오면서부터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서울과 거리가 조금 더 멀어졌으니 운전에서 오는 피로감과 동시에 항상 막히는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의 복잡한 시내가 주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동탄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충무로까지 심지어 막히지 않고 50분이면 도착하는데 뭐 하러 굳이 기름값과 통행료와 주차료까지 지불하며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 필요는 사라졌으며,  어느 순간부터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창밖을 보며 돌아다니는 게 너무나도 재미있어졌다. 막상 내가 운전할 때는 몰랐으나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 다니면서 내가 못 봐왔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일상의 사진을 남기는 것. 그동안 내가 진정한 일상에서 느끼는 사진의 재미를 잊고 있었다. 


때로 좋은 아이디어는 음악을 들으며 걸어가거나 버스와 지하철 혹은 기차를 타고 어딘가를 갈 때 번뜩 떠오르지 않는가? 




실장님의 깊은 뜻이 있었던 심부름

사진학과를 나오지도 않았고 관련 경험이 있지도 않았던 나를 스튜디오 어시로 채용했고 사진에 대해서 알려주셨던 실장님. 1년 동안 나를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많은 고생을 하셨다.  솔직히, 실장님을 1년 동안 모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전공을 했거나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났다면.. 실장님을 더 잘 모실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실장님이 나를 꾸준히 1년 동안 충무로에 심부름을 보냈던 이유는 나를 1년 동안 보면서 내가 가야 할 길 혹은 내가 사진적 담론을 펼쳐나가기 위해 나에게 어떤 사진이 맞는지 잘 아시는 분이 아니셨을까? 아니면 '워낙 아날로그를 좋아했던 나를 알아보신 게 아니셨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2019년 나는 난생처음 충무로라는 곳을 와보고 더불어 진양상가, 세운상가, 그리고 을지로 인쇄골목까지 돌아다녀 봤다. 필름과 중고 카메라 매장 그리고 오래된 필름 카메라 수리점까지.. 이런 심부름을 다녔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실장님 밑에서 나와 따로 독립을 하고 나는 여전히 필름을 들고  충무로를 찾아오며 최근에는 내 결과물을 들고 을지로 인쇄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었다.


 어쩌면 내가 가야 하는 길이었지만 실장님은 심부름이라는 명목 하에 간접적으로 나에게 알려준 게 아니었을까...  누구에게나 처음과 동시에 경험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나에게 그런 소중한 인생의 경험과 사진에 대해 알려주셨던 실장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충무로에 올 때마다 길을 잃어 핸드폰의 도움을 받아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건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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