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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Mar 13. 2022

신라의 밤 - 경주(경주 야경) 여행 마지막 이야기

안녕, 천년고도의 도시여 다음에 다시 올게

쾌청한 봄 하늘과 따뜻한 바람 그리고 도로에 날아다니는 꽃잎들을 비추던 해는 어느덧 지기 시작하였고 하늘도 동시에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낮의 경주 풍경을 구경했다면 이제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코스 야경을 보러 떠날 차례다. 점심때 실패했던 대릉원부터 시작하여 첨성대 그러고 동궁과 월지를 지나 월정교까지 한 번에 쭉 이어지는 코스를 돌아야하기때문에 나의 발걸음은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대릉원 주변 식당들은 저녁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미리 숙소에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나왔던 나는 점심때의 대릉원 포토존 대기줄이 기억에 남아 먼저 대릉원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대릉원 목련나무 야경
대릉원 야경

대릉원에 도착하여 다시 입장료를 지불하고 장비를 챙겨 목련나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발 이번에는 촬영만 하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재방문했으며, 마침 다행히도 극소수의 카메라 장비를 챙겨 나온 무리를 발견했다. 이미 좋은 자리는 없지만 그래도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게 어디인가? 사진 동호회 무리 속에서 장비를 펼치기 시작하였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 멀리 떨어져서 하염없이 대릉원 사이에 밝게 빛나고 있는 목련나무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대릉원 분위기에 취한 걸까? 아니면 경주의 밤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거였을까? 내일 떠나는 나에 대해 조심이 올라가라는 작별 인사를 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도 떠나기 전 경주 야경의 아름다움을 마지막으로 구경하고 가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고 더 빠져들게 되었다. 조용한 바람소리와 대릉원 목련나무를 비춰주는 불빛은 더욱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으며 이때의 기억과 기분은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나의 가슴과 기억 속에 남아있다.


동궁과 월지 야경

대릉원의 야경과 짧은 인사를 나눈 후 오후에 다녀갔던 길의 기억을 되살려 동궁과 월지로 향했다. 오후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동궁과 월지 야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후에 화려한 꽃잎들의 색상을 대신하여 야경에는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경주의 밤을 밝히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명 색이 바뀌면서 더욱 다양한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으며 잔잔한 물소리와 음악소리는 야경 관람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한 가지 색의 조명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색으로 바뀌는 조명은 동궁과 월지 야경 관람을 지루하게 만들어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와 더욱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위아래 사진을 한번 비교해보자. 이 정도 숨은 그림 찾기는 쉬운 난이도에 속한다.


총각, 자네는 왜 이 사진을 어디다 사용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찍는가?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동궁과 월지의 조명 색이 바뀌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어느 어른분께서 다가와 말씀하셨다.


 "이 사진을 찍어서 어디다 사용하려고? 이렇게 열심히 들고 다니신가?"


".....네...? 기록하는 용도입니다. 혹시나 나중에 제 사진이 하나의 기록물로 남지 않을까 해서요"


예전에는 몰랐으나 이제는 어디 여행을 다녀오게 되면 이동시간부터 확인하게 된다. 운전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왕복 얼마나 걸리는지, 차는 안 막히는 도로가 있는지 등등 시작하여 왕복 몇 시간인지부터 알아본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가까운 곳에서만 화려하고 이쁜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하였으며 이러한 행동들은 우리 스스로를 큰 틀에 가둬두는 습관으로 바뀌게 된다. 그 틀을 깨고 마음먹고 평소에 자주 방문하지 않았던 장소로 여행을 떠나보자. 장거리 여행이라 피로감은 있겠지만, 그만큼 깨닫고 얻어가는 것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자연과 하나 되어 건축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
어쩌면 우리들의 건축방식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닐까..?


목적지

돌고 돌아 마지막 목적지 월정교에 도착하였다. 불빛이 꺼질 때까지 정해진 시간 속에서 장비를 들고 야경 촬영을 해야 하였고 마지막 목적지인 월정교에 도착하여 월정교 야경을 바라보니 그동안 안에 묵어있던 마음이 싹 내려가는 느낌과 함께 뻥 뚫리는 시원함까지 느껴졌다. 이제 경주여행 마지막 야경 촬영을 위하여 조심조심 하천을 가로진 돌로 이루어진 징검다리로 향해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정말 마지막 일정까지 잘 왔으나 여기서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지는 순간 나도 하천 속으로 빠지고 삼각대와 카메라까지 빠지게 되니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월정교를 촬영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상황 탓만 하고 있기에는...?
이러한 상황이 올 줄 미리 알고 있었어도 똑같았을까?



앞에 글에서 작성했듯이 2021년 당시 30살이던 나는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름 멘털도 강하고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하나 둘 벽돌 빠지듯이 빠져버리기 시작하더니 무너지는 건 순식간에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실제로 잠깐이나마 현실을 피해보고자 경주로 도망 온 것이었으며,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주에서 어떻게든 정답을 얻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당시를 돌이켜보면 결과는 내가 원하던 방향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너무 성급했던 탓일까? 아니면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을까? 사람은 정말 냉정하거나 때로는 여유롭게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했어야 했는데 너무 앞만 보고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만 해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 같은 생각에 부족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뜻깊고 많은걸 깨달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경주에서 있었던 일들처럼 조금 있다가 다시 방문하고 여유롭게 한발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바라봤으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당시에 뭐가 그리 급했을까.. 비가 온 뒤 떨어지는 꽃들처럼 당시 나의 판단은 많이 성급했지만 그 떨어지는 꽃잎들은 훗날 나에게 좋은 거름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렇게 2021년 3월의 림부스는 경주에서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벤치에 앉아 월정교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면서 장비를 챙겨 숙소로 돌아갔다.


경주에서 얻은 교훈은
훗날 나의 인생에
더 좋은 거름이 되었고
얻은 깨달음?
스스로를 믿고 여유를 가지며 순리대로 풀어나가자
2022년 3월의 림부스가 2021년 3월의 림부스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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