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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Jun 04. 2022

순천 낙안읍성

2021년 4월 초. 광주에서 연락이 왔다. 촬영을 할 수 있냐는 제안과 함께 나는 10년 정도 살았던 도시 광주로 향해 촬영장비를 챙겨 간만에 광주를 내려간다는 기분으로 신나게 광주로 향했었다. 촬영은 클라이언트가 충분히 만족하며 무사히 마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카페로 향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려온 김에 나는 전라남도에 위치한 문화유산을 방문할 계획을 말하였고 그러던 도중 친구는 나의 귀가 쫑긋 올라갈만한 말을 하였다.


"순천 낙안읍성에 우리 할머니 사시는디?"

그리고 내가 대답하였다.

"순천 낙안읍성에 사람이 진짜 살고 있다고?" 다시 반문하였고 

친구는 다시 나에게 대답해줬다.

"진짜로 내가 왜 니한테 거짓말하냐, 우리 할머니 낙안읍성 민속마을에 산다고!!"


이 이야기를 한 다음날 나는 당장 카메라를 들고 순천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순천 낙안읍성 
내 인생에서 작은 페이지를 장식했던 순천

대한민국 건장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2년 가까운 시간을 국방의 의무에 시간을 보낸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고 나의 부대는 당시에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에 위치한 507전투경찰대였다. (물론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20대 초반 21개월이라는 시간은 평생 가져가는 하나의 추억이고 그때의 기억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지 않겠는가? 정작 순천에서 군생활을 하였지만 순천 주변 관광지는 순천만 말고 가본 적이 없으니.. 뭐.. 이런저런 옛 생각들을 하면서 호남고속도를 타고 순천 낙안읍성을 향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 
그리고
CNN 선정한 대한민국 관광명소
순천 낙안읍성
순천 낙안읍성

매표소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큰 길이 곧게 뻗어있으며 낙안읍성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당연히 옛날 전통방식의 초가집들이었다. 반듯한 선이 아닌 어느 정도 곡선을 이루고 있는 초가집 지붕을 바라보고 있으면 안정감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가다 보면 관아, 성벽, 물레방아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냥 들어오는 순간 잠시 옛 조선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듯싶다. 


길을 걷다 보니 또 다른 안내판과 게시판이 필자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아쉬운 문구도 같이 눈에 들어왔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체험활동은 잠정 중단합니다.


그렇다. 2021년 4월 당시 코로나 시국이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던 상황이라 모든 행사와 체험활동, 공연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였다. 낙안읍성이라고 다를 바 없었다. 우리 전통과 관련된 음악, 염색 등등 모든 체험활동은 모두 중지되어 있는 상태였으니 조금 더 구석구석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라남도 순천 낙안읍성




오른쪽 죄인은 무슨 잘못때문에..
어린아이가 위를 바라보는 기분은 이런 기분일까?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와 더불어 현대 속에 살아 숨 쉬는 전통과 민속을 보존하고 있는 낙안읍성이라 표현해야 하나? 사람도 생각보다 적었으며 화려한 궁궐이 아닌 전통방식 초가집들로 구성되어있고 실제로 사람들도 거주하다 보니 뭔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곳곳에는 우리의 전통과 전통방식을 유지해오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으며 농사 일도 하고 있으신 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날이 더워 나무 밑에 앉아 쉬기도 하고 연 날리는 아이들을 구경하기도 하였으며 물레방아 돌아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였다. 지나가다가는 낙안읍성 터줏대감인듯한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기도 하였으니.. 세상 모든 게 평화로워 보였다.


초가집 마당에는 전통 방식으로 염색을 하시고 있는 주민분, 공예를 하고 있으신 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들까지 우리는 모두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고민을 덜 어버리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빠질 수 없는 낙안읍성 경치
성곽길을 쭉 따라 걸어가면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연결고리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이야 말로 정말 전통을 지키고 이어오며 앞으로도 보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마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이를 불문하고 가족 혹은 연인, 친구들과 놀러 와서 전통방식 체험활동을 하면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일기장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주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 주기도 하고, 청춘들에게는 sns 올릴 사진도 건질 수 있고... 누군가에게 알려 줄 수도 있는 정말 중요하고 앞으로 보존해야 하는 마을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대로 배우고 누군가에게 가르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오려면 이렇게 잠깐잠깐 체험활동으로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현재 우리의 전통은 빠른 속도로 잊혀가고 있기에 잠깐이지만 이렇게 한마디 한마디 소문타기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모님 아이 남녀노소 청춘 나이불문 뜻깊은 시간이 될듯싶다.





뒷 이야기

다시 경기도로 올라와서 부모님에게 순천에 위치한 낙안읍성에 다녀왔다고 말씀드렸었다. 

부모님은 별 감흥 없으신 듯이 티비를 보시면서

" 너 어릴 적에 많이 갔다" 

이렇게 한마디 하셨다..


그렇다.. 나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에 다녀갔었다... 역시 어릴 적 기억은 내 스스로 또 달나라로 보내버렸다.. 

하지만, 이내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모님과 어릴 때 순천 낙안읍성을 다녀갔다....? 그렇다면 나의 잠재적 의식 속에는 이미 순천 낙안읍성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낙안읍성 터줏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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