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의 도시
너무 덥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추운 날씨도 아니다. 차가운 바람 대신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아무 이유 없이 길을 걷고 싶어지고 걸어가는 길마다 향기로운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길을 걷다가 하늘을 쳐다보면 쾌청하고 푸른 하늘과 동시에 활짝 피어있는 꽃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계절,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걷다가 의자에 앉아 자연을 느끼고 싶은 시간은 바로 봄에만 허락된 시간이 아닐까 싶다. 2021년 3월 말 필자는 정말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스스로에 대해 정답을 찾기보다는 조금이나마 해결하려는 길을 찾기 위해 경주로 향했었다. 경주로 발걸음을 향했던 이유를 물어본다면 이상하게도 전통문화 혹은 문화유산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면 스스로 위로받는 느낌과 함께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할까? 사람 일은 모르는 법.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올지도?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뒤로하고 경주의 봄을 사진과 이야기로 풀어보겠다.
꿩 대신 킹크랩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경주로 향하기 전에 대릉원에 있는 목련나무를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들이 sns에 한 장 두장 올라오기 시작하였고, 나 또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하여 가장 유명한 대릉원으로 먼저 향했다. 대릉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난 뒤 '평일이겠거니 싶어서 천천히 여유롭게 돌아보고 사람도 별로 없겠다'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며 경주의 봄 날씨를 만끽하면서 대릉원을 살펴보고 있었다. 저기 멀리 소수의 사람들이 서있는 걸 발견하였고 '저기가 백련나무가 위치한 곳이구나!' 생각과 함께 발걸음을 힘차게 옮기기 시작하였으나 도착하는 순간 내 머리 위에는 느낌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봤던 소수의 사람은 포토존 대기줄 끝자락이었을 뿐, 앞에 엄청난 길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마 유명 맛집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포토존 대기줄이 이어졌다. 앞 뒤 사람 서로 사진을 부탁하고 포즈도 추천해주면서 사이좋게 의견교환을 나누는 모습과 사진이 끝나고 핸드폰을 돌려주면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까지.. 릴레이 식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역시 우리나라는 동방 예의지국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으나 포토존 대기줄을 한없이 기다리면 애초에 계획했던 일정에 차질이 생길 거 같아 저녁 먹고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하였으며, 아쉬운 마음에 대릉원 돌담길을 쭉 걷기 시작하였고 나의 판단은 나를 280% 만족시켜줬다. 따뜻한 바람과 함께 훗날리는 꽃잎들 그리고 향기로운 꽃 냄새까지... 3월 말 경주 대릉원 돌담길의 모습은 완벽한 봄 날씨 그 자체였다.
첨성대를 지나 동궁과 월지(안압지)까지
대릉원의 아쉬움은 저녁에 다시 방문하기로 하였고 발걸음을 첨성대와 동궁과 월지(안압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따뜻한 날씨 속에 나들이 혹은 휴가를 나온 가족 그리고 연인들이 많이 보였고 봄 나들이에 신난 아이들은 귀에 꽃을 달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한 손에는 꽃 다른 한 손에는 솜사탕을 들고 부모님과 함께 아장아장 걸어가는 한 가족의 뒷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첨성대는 동궁과 월지까지는 충분히 걸어서 다녀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면 금방 이동할 수 있으나, 신라의 봄. 3월 말의 경주 벚꽃 풍경과 날씨는 나에게 차를 타고 이동하면 손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고 그 메시지는 정확히 정답으로 이어졌다. 같은 장소를 이동한다고 가정해보자. 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물론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우리가 3월 말 4월 초 경주에 방문한 이유는 여유롭게 걸어 다니면서 벚꽃 구경도 하고 봄 날씨를 느끼기 위해 방문한 이유가 아닐까? 신라의 봄. 진정한 경주의 매력을 느끼고 싶으면 동궁과 월지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걸 추천한다.
천년고도의 도시 경주
시간이 흘러 이제는 못 알아볼 정도로 커버린 나
경주로 떠나기 전에 집에서 어머님과 어릴 적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머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바로 내가 어릴 때 가족 다 같이 경주로 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솜사탕과 옥수수를 먹고 싶다고 내가 엄청 때를 쓰고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심지어 식당에 도착해서 밥도 안 먹고 옥수수와 솜사탕을 먹겠다고 억지를 부렸다고 하며,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식당 주인분께서 옥수수와 솜사탕을 나에게 사주셨고 남의 식당에서 나는 밥을 안 먹고 옥수수와 솜사탕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분명 나는 아무 기억이 없었지만 부모님 기억 속에는 아직까지 그 모습이 눈앞에 아른아른거린다고 하셨다. 분명 그때의 일은 첨성대와 대릉원 주변이라 했었고 25년의 시간이 지나 30살에 다시 경주 이곳에 방문했던 나는 한 가지 깨우침을 얻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고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부모님이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아직까지 어린아였구나
동궁과 월지 ( 구 안압지)
북적북적하던 대릉원 돌담길과는 다르게 인적이 드물었으며 가방과 카메라를 들고 걸어오다 보니 슬슬 더워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사실 전날 숙소에서 혼자 소주 오지게 먹어서 땀난 거임) 이러한 나를 향해 동궁과 월지는 나를 반겨주듯이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고 나의 발 앞에는 꽃잎들이 떨어지며 환영인사를 받으며 입장하였다. 동궁과 월지의 모습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신라의 봄'이다. 기나긴 추운 겨울 날씨를 지나 자신들만의 모습을 뽐내기 위하여 화려한 꽃잎과 꽃봉오리들이 올라와 있었으며, 봄 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이 다양한 모습으로 더욱 매력 발산을 하기 시작하였다.
기억의 문을 열다.
최근 몇 년 동안 sns를 자세히 보다 보면 항상 우리는 앞서있는 계절을 기다리는 느낌을 받았다. 여름에는 가을 단풍 사진이 유행하고 가을에는 눈이 쏟아지는 겨울 그리고 겨울이 끝날 때쯤은 봄 꽃 사진들이 많이 올라온다. 이렇게 우리는 항상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유독 이번 봄은 그 어느 때보다 모든 사람들이 봄이 다가오기를 기다려온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며 벚꽃 구경 혹은 봄 여행을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는 꼭 이번 2022년 봄 3월 중순부터 4월 초 경주를 방문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 어떤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휴식 그리고 힐링의 시간을 천년고도의 도시 신라에서 느껴보기를 바란다.
가족들과의 지난 경주에서 있었던 예전 여행 이야기
친구들과의 함께 떠드는 각자의 경주 수학여행 이야기
애인과 함께 사진으로 남기는 경주 데이트 이야기
신라의 봄
경주에서의 시간은 이렇게 시작되고 흘러가기 시작하고
우리는 각자의 기억의 문을 열어
꽃을 바라보며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