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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Mar 09. 2022

신라의 봄(벚꽃 명소)-경주 월정교

어느덧 3월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직까지 밤낮으로 기온차가 있지만, 낮에는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날씨다. 3월에 접어들자마자 sns에서는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하나 둘 작년 봄에 찍었던 벚꽃, 홍매화, 유채꽃 등등 꽃 사진들이 하나 둘 올라오고 있으며 특히 작년에 유행했던 벚꽃 명소 장소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그래서 필자도 작년 3월 말 벚꽃이 만개했던 경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2021년 3월을 되돌아보면 필자에게는 엄청나게 격변의 시기였다. 경주의 벚꽃 사진을 담고자 떠나기도 하였지만, 당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과 동시에 필자가 마주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자 경주로 향했었다. 


빙빙 돌아 도착한 월정교

월정교로 향하기 전에 먼저 동궁과 월지를 들렸었다. 사실 초반에 아무 계획이 없었으니 '주변에 있는 건 다 보고 사진도 찍고 여유롭게 걷다가 돌아와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방문했었고, 실제로 지도로 보니 전부 한 곳에 모여있었다. 평소에 걸어 다니던걸 좋아하던 나는 "까지것 그냥 걸어 다니지 뭐'라고 생각하여 날씨도 좋겠다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표지판만 보고 경주의 봄 날씨를 느끼면서 걸어가던 찰나, 표지판에서 월정교로 향하는 표시가 없어졌고 나는 당황을 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핸드폰으로 지도 어플을 켜서 길을 찾아가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나, 사람이 당황하면 생각의 폭이 굉장히 좁아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다들 '조금만 가면 보여 총각'이라는 말만 해주었다. '도대체 조금만이 얼마나 걸어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이상 한길로 안내를 하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20분 이상 걸어가니 저기 멀리 월정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경주가 시골은 아니지만 현지에 거주하시는 아주머님의 기준과 나의 기준이 너무나도 달랐던 단어 '조금'이었다. 날씨는 3월 말에서 4월 초로 넘어가는 시기였으니 슬슬 더워지고 땀까지 나기 시작하였으며, 갈증까지 동시에 찾아왔다. 저기 멀리 월정교가 보였지만 반가운 마음보다는 일단 동궁과 월지에서부터 너무 오래 걸어와서 그런지 조금 쉬고 싶으면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싶은 생각에 이리저리 카페를 찾아다니기 시작하였고 평생 기억에 남을 음료수를 원샷으로 마셨다.


평생 못 잊을 매실 에이드의 맛
사람에게도 광합성 작용이 필요하다
치열한 자리싸움

매실 에이드를 시원하게 원샷으로 비운 뒤 너무나도 지쳐있었던 나는 나무 벤치에 그대로 누워 햇빛으로부터 나오는 비타민을 몸에 채우고 있었으며 따뜻한 봄 날씨를 느끼고 있었으며 슬슬 일어나 월정교의 모습을 담아보고자 움직였다. 전체적인 월정교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징검다리에서 촬영을 해야 전체적인 월정교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3월 말 4월 초 경주는 이미 벚꽃의 성지로 sns을 타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고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가 아니겠는가? 이미 월정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경주의 필수 코스 하나가 되어버렸고, 돌로 만들어진 징검다리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메인 자리에서 찍고 갈 것이냐 혹은 그냥 조금 안 좋은 자리더라도 사진 찍고 갈 것이냐? 둘 중 하나였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 바라보고 있으니 서로 곁눈질을 하면서 누가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할지 눈치싸움이 시작하는 한편, "왜 사진을 그렇게 찍어!!"라고 여자 친구에게 구박받는 남자 친구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남자 친구들 입장에서는 가장 떨리는 순간이 " 나 사진 찍어줘"라는 말을 들을 때가 아닐까? 아무튼, 필자는 운이 좋게 가운데 자리를 선점하였으며, 다음분들도 징검다리 위에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큰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었다. 


역시... 존버는 승리한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그만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법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또 다른 명소가 나온다.

유명하고 인기 있는 장소일수록 사람들이 많이 몰려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 군중심리 탓인지 지켜보는 사람도 뭔가 저기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물론, 그만큼 좋은 배경이면서 좋은 장소인 거는 분명하지만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조금만 주변을 더 둘러보면 남들이 가지고 있는 사진보다 더 매력 있고 남의 눈치 안 보고 더 이쁜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장소는 많다. 흔히 우리가 유명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면 모두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장소에서만 찍고 바로 다음 장소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경주 월정교도 마찬가지다. 징검다리 위에서 경주 월정교를 바라보면 왼편으로는 벚꽃들이 쭉 피어있다. 돌계단만 올라가면 바로 그 벚꽃길을 따라서 걸을 수 있으며 심지어 벚꽃과 월정교를 동시에 배경 삼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밑에 사진은 필자가 벚꽃과 월정교를 같이 표현하기 위해 클로즈업해서 촬영한 사진이기에, 조금 더 뒤로 물러나서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충분히 더 좋은 사진을 담을 수 있다. 

벚꽃 배경이 아니면 어떠하리
sns가 불러온 나쁜 습관

월정교의 모습 또한 궁금하였고 월정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으면 월정교에 직접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월정교 안으로 들어와 보니 너무나도 매력적인 장소였다. 월정교 입구에 도착하면 건너편까지 길고 곧게 뻗은 다리와 함께 전통문양과 웅장한 기둥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특히, 반대편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소실점 구도는 또 다른 사진의 매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원근감 그리고 몰입감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월정교의 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장소였다.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과 더불어 전통문양 그리고 웅장함까지 볼 수 있다. 다리 끝까지 걸어갔다 오면서 다리 중앙쯤에 잠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한가한 월정교와는 다르게 월정교를 배경으로 촬영하려는 사람들은 줄을 서서 징검다리 입구에서부터 자리를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걸어서 얼마 차이가 나는 거리도 아니지만 왜 이렇게 사람들은 월정교를 배경으로만 촬영하려고 집착을 할까?라고 생각을 하였고 그것에 대한 답은 sns에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sns의 파급력 또한 강해진다. 한번 유행을 타기 시작한 인증샷의 장소로 변해버리면 너도 나도 거기서 인증샷을 남기려고 한다. 물론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 장소이기에 뜻깊고 좋다. 하지만, 정작 월정교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가버린다는 것이다. 월정교를 배경으로 한 사진만 보고 왔기에 일단 월정교를 배경으로 한 징검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고 땡! 해버리는 것이다. 세상에.. 월정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월정교의 진짜 모습도 안 보고 그냥 가버리는 일은 무슨 일인가 도대체... 월정교의 모습을 제대로 못 보고 그냥 가버리는 점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정말 귀찮더라도 '그래 온 김에 보고 가자'라는 생각으로 조금만 걸어오면 또 다른 월정교의 모습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단편적인 모습, 한 가지의 모습만 바라보기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더 좋은 여행이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러한 습관은 우리 인생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그동안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기에.. 생각의 전환점이랄까?


월정교의 진정한 매력은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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