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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Feb 28. 2022

한양의 밤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어둠이 걷히고 해가 조금씩 뜨기 시작한다. 하늘 높이 떠 있는 햇빛은 세상 모든 걸 비추고 거기에 떨어지는 그림자는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지나고 있는지 알려주고 곧 있으면 다시 해가 지고 있다는 신호도 보내준다. 도로 가로등과 간판 그리고 건물들이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신들이 누구인지 각자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하고, 그 불빛들이 모여 하나의 야경을 이룬다. 낮과 밤. 시간대마다의 매력은 다 다르지만, 밤의 매력은 불빛들이 빛나고 있는 야경이 아닐까?라고 생각이 든다. 낮에 보던 풍경을 똑같은 장소에서 야경으로 본다면 또 다른 기분과 매력 그리고 새로운 경치를 느낄 수 있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야경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아직 2022년 경복궁 야간개장 소식은 없지만, 그래도 좀 있으면 경복궁 야간개장 소식이 들려올 터, 2022년 경복궁 야간개장에 꼭 가라고 추천하고 싶으며, 이렇게 '한양의 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진과 글로 써 내려가 보고자 한다.


경복궁 야간개장
첫 방문은 역시 시행착오를 경험한다.

그동안 티브이, sns, 인터넷에서만 봐 왔던 경복궁 야간개장을 가게 되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그날 저녁 계획을 싹 비우고 경복궁으로 향해 달려갔으나 입구에서 막혀버렸다. 경복궁 야간개장은 최소 방문 하루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당일날 입장권을 받을 수 있다. 허탈하고 허무한 마음이 몰려왔지만 규칙이니 어쩌겠는가? 애꿎은 기계를 보고 하소연할 수도 없고 그저 걸어 나오면서 광화문 사진 몇 장 찍고 다음을 기약하였다. 그러고 일주일이 지나 다시 경복궁 야간개장 입장권 예약을 하였고, 나는 그렇게 '한양의 밤'을 사진으로 담아보고자 천천히 입장하고 있었다.



야경

다른 곳에서 여행을 온 여행객.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인지 혹은 이미 서로 사랑하는 사이면서 동시에 서로의 미래를 함께 보내기로 약속 한 사람들. 각박한 세상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자기 자신을 달래고 위로받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사진사. 한복을 입고 조선시대로 빠져들기 위하여 나타난 방문객 등등 저녁 시간대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통점 중 하나는 야경이 이쁘다는 것이다. 비단, 경복궁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해가 지고 불빛들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면서 오직 불빛으로만 자기 자신의 매력을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은 저녁부터 새벽 해뜨기 전까지 해당된다. 낮 혹은 오후 시간대에 와도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우리가 주로 활동하는 시간이 아닌, 자주 보는 풍경이 아니고 우리 감정의 어딘가를 자극하고 감성을 돋우는 화려한 불빛들로 이루어진 '야경' 이기에, 우리들은 이렇게 야경 명소 혹은 야경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다시 보니 뜻밖의 획득 

지금 글을 작성하면서 올라오는 경복궁 야간개장 사진들은 작년 야간개장 때 촬영했던 사진들이다. 아무래도 야경 촬영을 할 때는 장노출로 촬영을 하다 보니 소요되는 시간도 낮시간대 촬영보다 2배 이상은 소요된다. 이때 촬영을 마치고 후보정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은 없었고 '그래 처음부터 배부르게 만족할 일이 없지'라는 생각으로 자기 위로를 하고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기 위해 다시 사진들을 하드디스크에서 꺼내 한 장 한 장 후보정을 하다 보니 뜻밖의 사진을 발견하였고 나는 기분 좋으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당시에는 시간에 쫓기고 마음은 급하면서 찍고 싶은 장면은 너무나도 많았다. 어느 정도 포기할 부분은 포기를 했어야 했지만, 그래도 욕심을 끝까지 부리다가 결국 만족하지 못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망했어'라는 생각이 강하게 지배했던 탓인지 대다수의 사진이 마음에 안 들었다고 그냥 넘어가버린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다. 당시의 기분과 감정에 빠져버려 망했다고 내팽개쳐버렸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충분한 가치가 있었고 조금만 다듬거나 수정하였으면 원래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선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경복궁 야간개장 '한양의 밤'

이렇게 경복궁 야간개장에 대해 작성하는 이유는 3월이 다가오면서 sns와 인터넷에서는 봄을 맞이하는 사진들과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봄에는 여름휴가 기간을 기다리고, 여름에는 가을 단풍을 기대하고, 가을에는 겨울 눈을 기다리고, 또 겨울에는 봄 꽃을 기다리듯이 항상 낮에만 봐왔던 경복궁의 모습보다 밤에만 볼 수 있는 경복궁 야간개장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이렇게 항상 우리는 아직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다가 올 미래에 대해서 기다리고 기대하며 꿈꾸며 살아간다. 조용한 저녁.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는 유독 크게 들리며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복궁 야간개장에 다녀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남기고 있다. 한양의 밤. 경복궁을 밝히는 불빛들은 그리 밝고 그렇다고 어두운 불빛들도 아니었으며,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 부족한 부분은 밤하늘에 떠있는 달이 대신해서 채워주었다. 화려한 불빛들이 아닌 정제되면서 옛 감성을 느낄 수 있고 딱 경복궁에 알맞은 불빛이랄까? 경복궁 야간개장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해보고라 하면

'세종대왕님이 단어를 덜 만드셨다.'라고 말하겠다. 정말 뭐라 딱히 표현할 단어가 없다. 그 특유의 분위기.

밤에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면서 거기에 우리나라의 중심이자 얼굴 경복궁의 분위기까지 합쳐지니 진짜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에 대한 정의는 다음 '한양의 밤'을 위하여 잠시 남겨두도록 하겠다. 


야간 관람을 마치고 이제 다시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길 때 잠시 광화문 쪽을 바라봤다. 광화문 건너편에는 화려한 불빛들과 높은 고층 건물들이 위치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신구대비를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들었던 생각은 '경복궁은 시간이 지나도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여전히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키고 있는 건지 아니면 여전히 선조들의 지혜와 함께 우리와 같이 지내는 것인지.. 오히려 우리가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면, 꼭 가서 바라보면 느낄 것이다. 아니다. 밑에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갈거라 생각한다.

위에서 설명한 사진
지금 시국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닐까....?


다시 아픈 역사가 시작되었다.

여담이지만,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전 세계적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발생하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터져버린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역사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하나 둘 목숨 걸고 싸우고 있으며 다시 우크라이나로 모여들고 있다. 몇 사람의 욕심으로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이 희생당하고 그들의 가정과 소중한 생활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있으며 누구의 욕심과 야망으로 인하여 전 세계는 다시 비극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시 아픈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말 한 이유는 우크라이나를 보고 있으면 옛날의 우리나라를 보는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나라를 뺏으려는 자와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려는 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나라를 지키고 있으며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버린 우크라이나. 손에 총을 들고 싸우거나 혹은 펜과 스마트폰 그리고 컴퓨터로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까지. 전쟁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전쟁으로 희생당한 군인들. 빼앗긴 터전과 생활. 그리고 원하지 않는 이별과 그들의 가정. 그것에 대한 보상은 누가 제대로 할 것인가? 이미 목숨을 잃어버린 군인들과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에 대한 보상은 누가 제대로 보상해줄 것인가? 한 사람의 야망 때문에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죽어야 하는지 그게 맞는 건지? 그러고 시간 지나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끝나겠지? 개새끼.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며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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