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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Feb 10. 2022

조선 아이돌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어릴 적부터 조용했던 일이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사고뭉치에 하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떼를 쓰면서까지 해왔던 아이가 있었다. 그만큼 꿈도 이리저리 자주 바뀌던 아이였으며 그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어릴 적부터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끊임없이 부딪치고 싸우고 결국 원하던 사진학과에 진학하지 못했던 아이는 어느덧 31살이 되어 사진일을 하게 된지 4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위기도 많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추후에 풀어나가기로 하고 사진일을 하면서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 위로 그리고 자기반성까지 하게 만들어주는 우리 고유의 것. 잊어서는 안 될 진정한 '조선 아이돌'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에 대해서 사진과 글로 풀어보고자 한다. 


*남사당패는 조선시대부터 시작되어 구한말까지 서민층에서 생긴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 연예인 집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빠를듯싶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놀이 판을 벌였으며, 남사당패의 대장 격인 우두머리는 바우덕이였다 (본명은 김암덕). 남사당패의 가장 역사상 위대한 순간은 경복궁 중건 사건이 가장 큰 사건이다. 경복궁 중건에 동원되어 각종 노역에 힘들어하는 백성들을 위로하기 위해 남사당패를 불러 공연을 펼치게 하였는데, 바우덕이는 뛰어난 기예로 정 3품에 해당하는 옥관자까지 하사를 받았다. 이때부터 안성 남사당패는 '바우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실제로 말이 풍물단원이지 당시 시대적 배경으로 보면 현시대의 아이돌이 맞다.)

조선 아이돌 -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
호기심에서 시작된 인연의 끈

23살까지만 하더라도 풍물놀이는 알았지만 남사당패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군 전역을 앞두고 있었을쯤 '나가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가득 차 있을 때였다. 우연히 남사당패 줄 타는 어름사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군 전역을 앞두고 사회에 나갈 준비.. 어떻게 보면 세상 모든 걸 해낼 수 있을듯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시기가 아니겠는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도 하고 싶은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혹시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리저리 검색하고 찾아보기 시작하였고 무슨 깡따구인지는 모르겠지만, sns 페이스북을 통하여 다짜고짜 단원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중 한 명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온 답장은 너무 늦은 나이라 시작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내심 실망도 하였지만 그래도 이런 답장을 받은 게 어딘가? 그냥 읽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답장 또한 장문으로 왔기에 좋은 기억이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때의 주고받았던 메시지 한 통이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6마당으로 구성되어있는 스토리텔링식 공연

남사당 공연은 총 6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풍물 - 버나(접시 돌리기) - 살판(땅재주) - 어름(줄타기) - 덧뵈기 - 덜미(꼭두각시놀음)  6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공연? 전통연희? 남사당 공연이라 하면 그저 공연단이 풍물놀이만 하고 바로 버나 돌리고 줄 타고 탈춤 추고 이렇게 끝나는 줄 알고 있으신 분들이 있다. 하지만,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 풍물단의 공연은 풍물단의 우두머리 바우덕이 일생을 담은 이야기로 이 6마당의 백미를 웃음이 넘치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 식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풍물


버나


살판


어름


시간의 경계선을 허물어주는 공연 그리고 전통공연만의 매력?

2021년 총 5번 정도 공연을 관람했다. 처음에는 그저 풍물놀이하고 줄 타고 버나 돌리기 끝나는 줄만 알았지만, 공연 자체는 바우덕이의 일생을 스토리텔링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단원들의 표정과 연기는 상상 이상이었으며,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대사와 몸짓 그리고 웃음 포인트는 전통공연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줬다. 공연시간 동안 단원들은 관람객들의 시간을 현대와 조선 그리고 그사이를 자유롭게 조절해주는 능력을 가진듯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또한 공연 중간중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직접 공연 무대에 즉흥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단원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변하면서 언제 어디서 관객이 어떤 말을 할지 혹은 흥이 올라 무대에 올라올지 앞을 알 수 없는 재미가 바로 전통공연의 재미 아닐까? 우리가 공연장을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는 이런 재미와 함께 지치고 마음을 달래고 잠깐 무언가에 기대면서 지친 날들을 잊고 싶어서 찾아가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그들의 인생이 담겨 있는 공연 그리고 무대

2021년 아마 5번 정도 공연을 관람했다. 계절마다 한 번씩 관람했다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이 공연을 통하여 많은 영감과 용기 그리고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연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기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연습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경우, 하기 싫은 경우,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 등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었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하지만, 스스로 흔들릴 때마다 이들을 다시 잡아준 건 바로 '전통문화를 계승한다는 자부심' 이 문구가 아닐까 싶다. 남들이 볼 때는 주말마다 열리는 상시 공연이겠지만 단원들에게는 주말 공연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습해왔으며, 공연장을 환히 빛나게 하는 조명과 그 무대는 누군가들에게는 꿈의 무대가 아녔을까 싶다.

유통기한 

세상 모든 것에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는가? 가끔 신문 혹은 언론매체를 통하여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 맥이 끊겨가고 있다' 이런 문구를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관심은 그때 잠깐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런 관심이 금방 사라져 버린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디에서는 힘들고 어렵게 우리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고 계승하시는 분들이 있으며 중간에 포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다시 생각해보자. 우리 고유의 문화이며 우리의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잘 이어받을 만큼 현재 우리들의 시간에서 만큼은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역할이다. 그래서 소개란에도 항상 '우리들의 시간은 계속해서 이어져가고 있다.'라는 문구를 작성한다.


줄을 타는 어름사니 이야기

접시를 돌리는 버나 이야기

음악으로 표현하는 풍물 이야기

땅재주로 표현하는 살판 이야기

꼭두각시가 보여주는 덜미 이야기

탈춤을 추는 덧뵈기 이야기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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