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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Jun 21. 2023

#3 아쉬움보다는 영광 그리고 후회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대학원 1학기 기말시험 마지막 과목만 남아있었다. 처음 이 수업을 들었을 때부터 내 머릿속은 ‘도대체 무슨 말이냐..’ 이 생각만 수도 없이 들었고 수업이 끝나고도 머리 위에는 물음표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만 뒤처지고 있는 생각과 따라잡고 싶은 마음에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소개한 책을 구매해서 찾아보고 또 다른 책들을 찾아봐도 명쾌하게 이해하기 힘든 수업이었다. 내 앞에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이 기분...

 ‘사진 비전공자의 한계인가..’ 생각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 수업이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 수업에서 점차 멀어지나 싶었다. 항상 이론수업 다음 주에는 과제로 이론에 맞는 사진을 발표하는 크리틱 시간이 있었는데, 과제로 찍어온 사진을 발표하고 크리틱 받는 시간이 다가오면 나는 먼저 하겠다고 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주가 지나면서 교수님의 안경은 콧등까지 내려온 채로 내가 앉아있는 책상라인을 바라보시더니 나를 보시면서 말씀하셨다. “항상 이쪽 라인에 앉으신 분들은 조용하셔. 임성환 씨 한번 먼저 해보실래요?”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네..” 


벽도 계속 두들기다 보면 구멍이 생긴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이렇게 1주 2주가 흐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갈증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물 몇 방울 들어간 이 느낌... 내가 하고자 하는 사진작업에 충분히 적용을 시킬 수도 있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진조형원리’ 수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나도 이제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시점이 다가온건가?’ 생각하며 맞이한 1학기 기말고사. 기말고사를 시작하기 전 이번학기를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하신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교수님은 원래 우리에게 알리실 계획도 없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저는 정년퇴임을 해서 학교를 떠날 뿐 세상은 그대로 평상시와 똑같이 돌아갑니다. 저 하나만 사라질 뿐 학교가 돌아가는 모습은 똑같습니다.”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고 정말 조용히 떠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던 교수님.

다음학기에도 교수님의 수업을 수강신청할 계획이었기에 나는 놀란 표정을 숨기기 급했다. 

‘아...’ 마음속으로 놀랐던 기분을 진정시키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왜 교수님에게 궁금한 점을 더 물어보지 못했을까...?’ 내가 후회하는 부분은 딱 하나다. 바로 다음학기에 물어보면 상관없겠지. 지금 모르는 거 다음학기에 다시 여쭤봐야지. 다음에도 당연히 있을 거라는 나의 잘못된 생각과 마인드가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아니, 어쩌면 아무도 모르게 교수님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신호를 줬을 수도 있다. 단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을 뿐.. 

 

한 학기라는 시간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마음보다 오히려 교수님의 마지막 학기 수업을 수강해서 영광이었다... 그리고 교수님 덕분에 알고 정독했던 사진 관련 서적들은 동탄에 위치한 나의 작업실 겸 사진관 서적에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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