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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Feb 17. 2022

인증샷의 성지 - 부여 가림성 성흥산성 사랑나무

 sns의 영향력은 우리 모두에게 깊이 스며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sns에서 특정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그 사진을 건지기 위하여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펼쳐진다. 또한 대한민국 하면 빠질 수 없는 단어는 무엇인가? 바로 '정'이 아니겠는가? 뒤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은 앞사람의 사진을 찍어주며 끝없는 릴레이 식으로 사진 촬영이 이어진다. 가끔가다 마지막 사람 뒤에 찍어줄 사람이 없으면 바로 앞에 있던 사람이 찍어주는 참 정 많고 인심 좋은 나라 대한민국이다. 항상 촬영이 끝나면 서로에게 감사하다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역시 유교의 나라 대한민국) 다른 곳도 아니고 특히 우리 역사와 관련된 문화유산 혹은 유적지 앞에서 이뤄지는 모습은 더욱 뜻깊은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 이야기를 풀어갈 곳은 호텔 델루나 촬영지로도 유명한 부여 가림성 성흥산성 사랑나무다.

*2021년 9월 방문하여 촬영한 사진입니다.

부여 가림성 성흥산성 사랑나무
나비효과

부여 가림성 성흥산성 사랑나무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시작점은 한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성흥산성 정상에는 크고 웅장한 아름다운 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무의 몸통부터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뻗은 가지가 마치 하트를 절반으로 쪼갠 모양을 닮았다. 이제 사진을 찍은 상태에서 좌우 반전을 하면 맨 위 사진처럼 정확히 하트 모양을 이루는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어느 한 사람에게서 나온 신박한 아이디어와 발견은 sns상에서 거침없이 유행처럼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사랑나무에서 기념사진 혹은 인생사진을 남기기 위하여 부여 성흥산성 사랑나무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우리에게 잊혀지고 기억 속에서 사라질뻔한 문화유산은 한 사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sns를 타고 이제는 하나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나무 말고 숲을 보라?

인생샷을 찍기 위하여 우리는 가장 먼저 배경을 확인한다. 이곳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사랑나무, 하트나무라해서 다들 나무의 하트모양과 사진에만 관심이 있다지만 정작 이 사랑나무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건 뒤에 있는 배경이 아닐까? 위 아래 흐르는 물결처럼 넓게 펼쳐져있는 산 능선과 구름 그리고 주변을 조금 더 돌아다니다 보면 더 넓은 경치까지 구경할 수 있다. 좁은 길을 힘들게 걸어 올라왔는데 사랑나무 앞에서 인생샷만 건지고 내려가기에는 아쉽지 않을까? 주변을 조금 돌아보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과 옛 성곽길을 느껴보길 바란다.


부여 성흥산성(가림성)

부여 성흥산성은 사비성으로 천도하기 이전에 쌓은 백제시대의 산성이다. 현재까지 백제 성곽 가운데 쌓은 시기가 가장 확실한 산성이고 당시 백제의 성곽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와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백제가 멸망한 후에는 백제 부흥운동의 거점이 되었으며 18세기 중반까지 군사적 요충지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주차장도 없었다고 하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객이 많아져 밑에 작은 주차장을 만들었으며, 걸어서 15분~20분이면 산성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올라오는 길은 운동한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올라올 수 있다. 평생을 같이 붙어살았고 죽마고우처럼 24시간을 같이 보내왔던 나의 소중한 지방덩어리와 아쉬운 이별을 각오하고 올라가면 된다.


이제는 우리들의 몫

백제시대 때부터 이어진 성흥산성은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지금은 백제의 성곽을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유적이자 인생사진과 관광명소로 재탄생하였다. 한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사진은 우리에게 잊혀지고 있었던 소중한 전통문화 유적지를 보존하고 사람들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옛날과 지금 성흥산성(가림성)의 역할은 다르지만 마치 긴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관광명소와 인생샷의 성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주차, 쓰레기, 훼손 등등 문제점도 자연스럽게 같이 따라오기 시작한다. 우리가 어렵사리 이어오고 선조들한테 이어받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유산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곳 가림성 성흥산성 사랑나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가 힘들게 이어받은 만큼 잘 가꾸어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차례다.


사람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

어느 한 사람은 작은 아이디어로

또 다른 우리의 문화유산이

관광명소로 재탄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단지 누군가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또 다른 문화재와 관광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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