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직업이라 그런지 항상 촬영을 나가기 전 날씨에 엄청 민감한 편이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고 있는지 혹은 쾌청한 하늘 날씨인지, 구름은 어느 정도인지 항상 어플을 통해서 확인한다. 잠깐 날씨의 영향이 나의 사진에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영향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진의 느낌하고 틀어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중순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부여의 날씨는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이제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하늘은 한 편의 그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1500년의 역사 정림사지 오층석탑
정림사지의 사찰은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기는 시기 그 중심에 있는 사찰이다. 석탑 앞에는 연못이 위치해 있고 탑 뒤로는 금당과 강당이 위치해있다. 분명히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오면서 얼핏 봤을 때는 생각보다 웅장함은 없어 보이고 그렇게 커 보이지도 않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웅장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으며,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모습은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모습 그리고 잘 어우러지는 균형미까지 갖추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백제의 석탑 기술은 신라, 고려,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치기까지 했으니 백제는 정말 예술의 나라였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기존의 목조탑 구조를 그대로 가져와 석재로 변형하여 표현하였다.
앞만 보다가 여러 가지를 놓칠 수 있다.
확실히 다른 유적지하고 많이 비교가 되지만 어디 유적지라고 딱히 말을 안 하겠다. 하지만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유적지는 정말 좋은 인상? 아니면 관광객을 위한 배려심? 요즘은 어딜 가나 핸드폰을 꺼내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한 관광객들의 마음을 잘 알아차린 듯 부여정림사지 왼쪽 편에 '사진 잘 나오는 곳'이라 작은 표시가 있다. 이런 작은 사소한 것이 방문한 관광객들의 마음을 더욱 좋게 만들어주고 다음에도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정말 이런 작은 사소한 차이에서 시작된다. 아무튼 그래서 혹시나 정말 사진 잘 나오는 곳 비석 방향으로 그대로 찍으실까 봐 사진 두장을 준비했다.
좌 우 사진을 한번 비교해보자. 왼쪽 사진은 석탑 뒤에 위치한 강당까지 한번다 다 담은 사진이고 오른쪽 사진은 정말 비석이 있는 방향대로 찍은 사진이다. 어느 사진이 더 안정감이 있어 보이는가? 당연히 왼쪽 사진이라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눈앞에 위치한 것만 담는 것보다는 한번 좌우를 살펴본 후에 살짝만 틀어서 찍어보자. 그러면 더 좋은 사진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정말 앞에 일명 '포토존'이 위치해 있다고 석탑만 담겠다고 사진을 찍으면 뒤에 강당도 잘리고 오히려 약간 아쉬운 사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뒤에 강당까지 다 담으면서 쾌청한 하늘과 구름까지 한 번에 담을 수 있게 항상 좌우를 살펴보자.
역사의 한 페이지
뒤에 강당으로 향하면 강당 안에는 정림사지석조여래좌상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정림사지터에 석조여래좌상이 세워져 있는 줄도 몰랐고 그냥 오층석탑 하나만 바라보고 왔다. 바로 위에도 글로 적었듯이.. 이렇게 일방통행의 위험성을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강당 안에 위치한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은 나에게 물음표 3개를 던져주었다. ? ? ? 이게 뭐람...? 이게...? 응?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때서야 또 조사하기 시작하였다.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은 처음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지만 지금 보관하고 있는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은 후대에 다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역사 중에서 가슴 아픈 역사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몸통? 혹은 신체 부분은 파손+훼손이 심해 디테일한 양식과 만들어진 수법은 자세히 알 수 없다고 하니..
잘못 불리는 수모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 백제는 나당연합군에 의하여 멸망하였으며, 정림사지 오층석탑 1층 탑신 4면에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 적혀있었다 한다. 이 때문에 한동안 당나라의 소정방이 만들었다 하여 평제탑이라 잘못 불리는 수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고 괜찮다는 듯이 지금까지 우리 곁에 아무 사고 없이 잘 머물러주고 있다. 멀리서 볼 때는 별 감흥이 없어 보였지만 정림사지 오층석탑에 다가갈수록 느껴졌던 웅장함은 마치 아직까지 백제의 기운을 이어오면서 우리 곁을 지켜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조미료 살짝 뿌렸습니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
이때의 기억과 분위기는 정말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간다'라는 나의 신념 때문에 미처 정림사지 석조여래좌상이 있는지도 몰랐다.(사실 한능검 1급임) 이렇게 또 하나의 교훈과 또 하나의 배움을 얻고 다시 카메라를 챙겨 문을 빠져나가며 다시 한번 되돌아봤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부모님이랑 꼭 다시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