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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부스 Oct 25. 2022

필름사진 - 미워도 다시 한번

니콘 fm2 / 코닥 Gold 200


지금의 30대 초반까지는 다들 기억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릴 적 소풍을 가거나 가족들끼리 놀러 가면 항상 챙겨갔던 일회용 카메라 혹은 필름 카메라. 항상은 없었더라도 누군가의 손이나 가방에는 항상 필름 카메라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의 심부름으로 어릴 적 나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관으로 달려가 사장님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며 카메라를 사장님에게 드리면서 항상 물어봤었다. 


"사진 언제 찾으러 와요? 올 때는 엄마가 오신데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 사진으로 나온 결과물


때로는 뭘 찍었는지도 모르겠고, 나의 실수로 카메라 필름통을 열어버려 모든 사진이 날아가버리기도 했던 시절. 여행을 다녀오면 가족들끼리 거실에 앉아 지난 사진들을 보면서 과일을 먹고 떠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사진들은 지금 내 방 책장 맨 밑에 나의 앨범에 고스란히 보관되고 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혜성같이 디지털카메라의 등장하였다. 동시에 필름시대는 저물어갔고 최신형 스마트폰의 보급과 내장된 뛰어난 카메라 성능으로 인하여 이제는 디지털카메라도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가고 있는 추세였다.




최근에 다시 살아났던 필름시장 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디지털인가..?


최근 들어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긴 시간 동안 침체기였던 필름시장에도 다시 호황기가 다가왔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필름 카메라를 들고 나오기도 하였고 너도 나도 중고 필름카메라를 구하기 시작하였으며, sns에서는 필름카메라 그리고 필름색감이 다시 유행으로 번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필름 유행과 광풍은 결국 금방 밑바닥이 드러났다. 너무나도 침체기가 길었던 탓인 걸까? 아니면 금전적인 문제였을까? 이미 필름 현상과 인화를 하는 사진관은 필름 관련된 기계를 전부 처분하였거나 필름 자체를 취급을 안 하고 있었다. 설령 필름현상과 인화를 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서울 충무로와 을지로까지 나가야 하는 현실이다. 가격 문제도 있지만 현상과 인화까지 나오는 번거로움 그리고 너무 긴 시간 동안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져서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호황을 맞아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필름이기에 필름 시장이 앞으로도 호황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다들 망설이는 게 아닐까? 


과학기술은 점점 발전해가기 시작하면서 카메라 시장도 이제 DSLR시대를 지나 미러리스의 시대로 접어들고 이따. 한때 유행했던 필름과 레트로라는 유행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 듯싶다. 이제는 일부 매니아층을 제외하고는 필름의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필름제조 회사들도 주력상품을 제외하고 필름 종류를 하나 둘 단종하기 시작했다. 그마저도 있었던 필름들은 코로나 이후 가격이 미친 듯이 상승하여 이제는 필름 한롤이 15,000원이 넘어가는 시대다. 현상, 인화까지 합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격이다. 




비싼 가격 그리고 품귀현상
그래도 필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친 입자와 색감. 아무리 포토샵으로 후보정을 한다 하더라도 필름만의 고유한 느낌은 절대 못 따라간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필자 같은 경우는 필름을 스캔 후 따로 후보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필름의 결과물을 후보정해버리면 필름 만의 느낌이 더 이상해져 버리고 왜곡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 보정 어플들이 많이 나오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보정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들이 많이 추가되었다.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가 여행을 가거나 어딘가를 갈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사진이다. 우리는 화려한 색감과 아름다운 사진을 보고 그 장소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그곳에 갔을 때 사진과 다르면 어떻겠는가? 실망과 허무함 그리고 분노까지 차오를 수 있다. 

방문했을 때의 모습과 내가 봤었던 사진과 너무 많이 달라 실망감을 느낀 경우는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거라 생각하고 우리는 그러 때마다 말한다.


"역시 사진은 믿는 게 아니야"


이러한 과정이 쌓이고 쌓여왔기에 우리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 필름을 한 번씩 그리워하는 게 안리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며 기억 왜곡이 없는 그 모습 말이다. 


오히려 과한 색감과 비현실적인 보정은 우리들의 기억을 왜곡해버린다.


앞을 알 수 없는 결과물을 향해 누르는 셔터  그리고 결과물을 봤을 때 기억이 되살아나는 마법
그리고 우리의 인생과 닮은 필름사진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결과물을 가지고 정리하다 보면 촬영 당시의 기분과 기억이 더 생생하게 살아난다.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vs 스캔과 현상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필름. 아마도 이 차이가 아닐까 싶다. 셔터를 누른 후 촬영 결과물을 바로바로 확인이 가능한 디지털카메라와는 달리 여러 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확인할 수 있는 필름 사진. 제한된 컷 수 안에서 알 수 없는 결과물을 향해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이 더 생생하게 저장되어있는 게 아닐까? 



많은 종류의 필름이 단종되어가고 이미 구하기 어려운 필름도 많다. 이러한 필름을 다시 구하는 것도 정말 어렵고 필름의 보관 상태에 따라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앞을 알 수 없다. 우리의 인생도 이미 지나온 시간을 되돌려서 보낼 수 없으며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며 달려가는 인생이다. 우리가 그동안 달려온 시간은 단종되고 생산이 중단된 필름에 비유하면, 앞으로 우리의 시간은 가치과 가격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필름에 비유하고 싶다.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기억되는 그런 필름처럼 말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 매거진에는 그동안 내가 기록했던 필름 사진이 올라갈 예정이고 나는 그 기억을 필름을 보며 되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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