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꼬마 시절이었다. 학교에서 소풍 혹은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간다 하면 부모님이 가기 전에 내 손에 필름 카메라를 꼭 쥐어주셨다. 아무거나 찍겠다고 일회용 필름 카메라 셔터를 이리저리 누르고 다 찍은 필름카메라를 들고 엄마와 함께 손잡아 사진관을 다녀오곤 했었다. 그리고 사진을 받아 거실에 앉아 가족들과 함께 인화한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부모님께서는 그 사진들은 다시 고스란히 나의 앨범 속에 넣어주시곤 하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DSLR 혹은 미러리스 카메라 즉,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사진 결과물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이 찍은 사진을 바로 확인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우고 다시 찍는 경우도 많이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3년 전쯤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바로 지워버리고 생각 없이 셔터를 누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조금 더 신중히 셔터를 누르며 무언가 하나를 자세히 바라보고 무엇을 찍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시절과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필름 사진에 대한 나의 열정과 노력이 있던 시절. 신중히 셔터를 눌러보려고 노력하였으며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알 수 없는 결과물을 향해 달려가던 그때의 필름사진 결과물들을 이제야 한 장 한 장 올리기 시작한다.
이미 디지털 시대가 완전히 자리를 잡아 그때의 기분과 생각을 똑같이 재현할 수 없겠지만, 아날로그 필름에 빠져있는 현재의 나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2019년 가을 담양 관방제림에서의 기억
아직 완전히 내 손에 익숙하지 않았던 필름 카메라를 들고 떠났던 시간이다. 완벽하게 능숙하지 않았고 연습이 더 필요해 보였던 손기술이라고 해야 하나? 그동안 디지털 카메라만 만지고 살아서 그런지 모든 게 수동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필름카메라는 나에게 '실수 연발'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관방제림의 나무들은 단풍으로 물들었으며, 워낙 유명한 단풍 명소였기에 단풍구경을 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이
sns에 업로드할 인생샷을 건지겠다며 징검다리 위에서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는 사진작가로 변하며 핸드폰을 주고받고 마지막 감사의 인사까지 잊지 않는 청춘들.
아마 이 청춘들은 이미 사진을 부탁할 때 눈빛으로 모든 게 통하지 않았을까?
'아? sns 업로드용?'이라는 암묵적인 메세지 말이다.
떨어진 단풍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꼬마 아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대학생들
옥수수와 솜사탕이 그렇게 먹고 싶었는지 사달라고 재롱잔치 부리는 꼬마 아이까지.
이때까지만 해도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쳐버릴 줄 상상조차 못 했던 2019년의 가을 관방제림
과노출로 넘어가기도 하고 노출이 부족했던 사진이 있으며 완전히 수동 포커스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포커스가 나가버린 사진들도 많았다.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하여 내가 찍은 결과물을 받았을 때
'난 진짜 도대체 뭘 찍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교훈을 줬었던 시간
2019년 가을 담양 관방제림에서의 사진은 이렇게 작게나마 필름으로 기록되어있다.
필름:Kodak Colorplus200
카메라:Nikon F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