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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melite Mar 08. 2018

블루문

Once in a Blue Moon?

앞글에서 수퍼문과 블러드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서, 뭔가 위압감을 주는 이름이지만 실제로는 약한 자연현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보름달과 관련 있는 또 다른 현상인 블루문(Blue Moon)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2018.1.31일, 보름달-개기월식-수퍼문-블러드문에 블루문까지 겹쳐서 관심을 많이 받았었다. 그 때의 블루문이 2018.3.31일에도 다시 든다. 2018년은 블루문이 2번 드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1년에 블루문이 2번 든다고? 그럴 수도 있겠지"하며 넘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이 글의 작은 제목처럼 "once in a blue moon이란 말도 있는데? 뭔가 이상?!?"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글은 그런 의구심을 풀어가는 글이다.

    다만, 블루문에 유난스러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데, 유래와 관계된 이야기거리가 상당히 많다. 수퍼문/블러드문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했던 천문 지식 중 일부도 필요하다. 그래서 앞글의 수퍼문과 블러드문 설명을 먼저 읽기를 권장한다. 그렇게 이 글에 블루문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어느 정도 설명의 완결성이 있도록 빠뜨리지 않고 적어보았는데... 문제는... 그러다 보니 글이 무지무지 길어짐 -_-;




달의 색


우리는 보통 달을 하얀색이라고 생각한다. 색깔이 있다고 해봤자, 낮에 달이 뜨면 하늘색과 겹쳐서 하늘색 비슷한 하얀색, 달이 지평선에 가까우면 노을질 무렵 태양처럼 붉은 기가 도는 하얀색이라고 여기는 정도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보면 대기+구름+바다+육지+생물이 있어서 여러 색깔로 보인다. 하지만, 달 표면은 대기도 없이 암석으로 뒤덮혀 무채색 흑백사진에 가깝다. 그래서 달에 특별히 색깔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천체사진에 가깝게 달의 사진을 찍어보면, 달이 약간 누런색으로 찍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달 표면에 갈색에 가까운 암석(다른 참고링크 : http://cseligman.com/text/moons/mooncolor.htm)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달의 색은 약간 누런 기에 얼룩이 진 하얀색이라고 할 수 있다.





파란색 달


블루문이라고 보통 얘기하면 "달이 파란색이라는 게 아니고" 이런 정도야 상식으로 알고들 있겠지. 그래도 "블러드문처럼 달이 붉은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 달이 파란색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은 가져볼 수 있다.


우리와 다르게 유럽인들은 파란색에 대해 우울하다는 류의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럽인들이 시(詩)적 비유로서 블루문이라고 하면 우울한 색감과 연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달이 정말 파란색으로 보인다는 의미로 blue moon이라고 한다면, 예전에 영미인들은 달이 파란색일 수 없으니까 "있을 수 없는 일" 혹은 "터무니 없는 일"을 비유하는 것으로 생각했단다. 그래서, "파란 달이 뜨면 당신과 결혼할게요"라고 했다면? 맥락에 따라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_-;  뜻일 수 있었다고...


그런데... 역사적으로 달이 정말 파란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여기에는 앞글의 블러드문에서 설명한,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 현상이 원인으로 다시 등장한다. 블러드문 설명에서, 하얀빛이 대기에 의해 약한 정도로 산란되면 하늘처럼 파란색으로 보이고, 산란 정도가 강하면 노을처럼 붉은색으로 보인다고 했지? 그래서 달빛도 약한 정도로 산란된다면 파란색으로 보인다고 한다. 화산 분화나 거대한 산불에 의해 공기 중에 산란 현상을 일으키기 적당한 크기의 초미세 입자가 많아지면, 달이 파랗게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건이 잘 맞아서 달이 파란색으로 보이는 경우는 100~200년에 몇 번 있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역사에 기록된 중에서 최대의 화산 폭발로 알려진 1881년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 때이다. 이 거대한 화산 폭발로 대기 중에 엄청나게 많은 초미세 화산재가 뿌려져서 대기의 산란 현상이 매우 강해졌다. 그래서, 달이 파란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몇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었고, 때로 녹색으로 보이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햇빛의 산란도 강해져서 유난스럽게 붉은 노을이 잦았고, 태양이 연보라색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었단다.


(사진으로 찍으면 달의 원래 색깔인 누런색을 좀 더 잘 포착할 수 있는 것처럼, 파란색 달도 사진으로 찍으면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해 좀 더 자주 포착할 수 있다. 10년 동안 다양한 색깔의 달을 카메라로 포착해 하나의 사진에 넣은 예 : Colors of the Moon )




두번째 보름달


대중적으로 알려진 블루문의 의미는 보름달+달력과 관련된 천문 현상의 하나로서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드는 경우 두 번째 보름달"이다. 이때 블루문은 달이 무슨 색으로 보이건 상관없다. 수퍼문이나 블러드문이 약하긴 해도 실제로 자연계에 변화가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블루문은 물리적 현상이 아니고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만 의미 있는 현상이다. 있어 보이는 말로 '관념적으로 의미 있는 현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 블루문에 관념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회적 변화까지 유발되므로 '사회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2018년에는 1.31일과 3.31일에 2번의 블루문이 든다. 1년에 블루문이 2번 드는 문제에 대해 아래에 적겠지만,  올해가 바로 두번째 보름달 블루문이 2번 드는 해이다. 한국 표준시(KST, UTC+9:00)를 기준으로 블루문과 관련된 보름달이 되는 정확한 시각을 적어보면...


• 1월 : 1.2일 11:24분에 100% 보름달이 되고, 1.31일 22:27분에 100% 보름달이 된다. 따라서, 2018.1월에 2번의 보름달이 들고, 1.31일의 보름달이 블루문이 된다.

• 3월 : 3.2일 9:51분에 보름달이 들고, 3.31일 21:37분에 보름달이 든다. 3.31일의 보름달이 블루문.




허무맹랑


그럼 왜 한 달의 두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했나? 여기에 대해서 "유럽인들이 파란색을 암울하게 보는 것과 관련 있고, 보름달에 대한 유럽인의 미신과 파란색에 대한 감정이 결합했다" 이런 식으로 허무맹랑한 -_-; 설명을 TV에 나온 전문가라는 사람까지 떠들고, 덩달아서 각종 언론매체들도 이런 허무맹랑한 설명을 유포하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국어 wiki의 블루문 항목을 보면, 설명이 너무 간략하고 심지어 잘못 설명되기까지 했지만 -_-; 그래도 블루문에서 블루의 기원에 대해서는 나와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최소한 한국어 wiki라도 간단히 읽어봤으면 TV까지 나와서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진 않았을 텐데 -_-; 반면, 영문 wik의 Blue Moon 항목을 보면, 설명이 생략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파란색에 대한 감정과는 관련 없도록 설명하고 있다.




13번째 보름달?


왜 두번째 보름달을 지칭할 때 'blue'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근거가 명확한 설명은 현재 없다. blue가 영어 고어(古語)의 belewe(혹은 belæwe)에서 유래했다는 추정이 있긴 하다. belewe는 현대 영어로 betray라는 뜻이고, 여기서 moon은 그냥 달이 아니라 보름달을 의미하고, 그래서 blue moon의 원래 의미는 현대 영어로 betrayer full moon, 우리 말로는 '배신자 보름달' 쯤 된다는 추정이다. 상당히 그럴 듯 하지만 근거 없는 개인적인 추정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추정도 블루문의 유래와 일부 관계가 있긴 하다. 왜 blue moon이라고 불렀는지 자세한 유래는 소실되었어도, 블루문이 달의 색이나 색감과는 관계 없고 '13번째 보름달'을 지칭하는 달력 용어에서 유래했으며, 13번째 보름달에 별로 좋지 않은 의미를 부여했다는 사실들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 13번째 보름달은 뭐고, 어떻게 두번째 보름달이 13번째 보름달이야? 지금은 블루문을 좋은 의미로 생각하는데, 원래는 안 좋게 생각했다고?"하는 의문이 들면서, 뭔가 꼬이는 것 같다는 직감도 들텐데... 직감대로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복잡 -_-;


(복잡한 이야기가 싫은 분들을 위해 맨 아래에 요약 정리를 적어 놓음)




달력 체계


13번째 보름달과 블루문을 잘 이해하려면, 이들이 달력 용어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기초 지식으로 달력 체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달력 체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완결된 설명을 하려면, 책에서 하나의 챕터(chapter) 정도의 설명이 필요할텐데, 이런 글에서 그렇게 완결성 있는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블루문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정도만 설명하려고 한다. 부족한 부분은 다른 자료를 참고하시길...


달력 체계란, 간단히 말해 시간에 대한 표준 중 하나이다. 큰 규모의 인간 사회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길이나 무게 같은 양의 표준 체계가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시간에 대한 표준 체계도 필요하다. 하루를 시(時, hour), 분(分, minute)로, 초(秒, second) 단위로 쪼개는 시간 표준이 있듯이, 달력 체계는 하루를 단위로 1개월(月, month)이나 1년(年, year) 등의 긴 시간 단위를 구성하는 시간 표준이다. 알려진 고대 문화권이 사용하던 달력 체계는, 소수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태음력이나 태양력, 태음태양력 3가지 중 하나였다.

    삭망 주기에 대해서는 앞글에서 수퍼문/블러드문과 함께 자세히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간략하게 설명한다. 합삭 → 초승달 → 상현 반달 → 보름 → 하현 반달 → 그믐달 → 합삭... 이렇게 달의 모양이 차고 지는 주기를 삭망 주기라고 하는데, 태음력은 달의 삭망 주기인 1개월(태음월)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달력 체계이다. 인공조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고대인들에게는 달빛이 야간 조명으로 중요했기 때문에, 고대인들에게 태음력은 직관적으로 의미있는 달력이고,  달의 주기가 평균 30일 근처라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의 시간을 표준화하기 유리했다.

    한편, 태양력은 지구의 공전 운동 때문에 발생하는 태양의 계절 운동의 주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달력 체계이다. 태양의 계절 운동 주기인 1년(태양년)은 상당히 긴 시간 단위를 표준화하기 유리했다. 또한, 농업 등 고대인에게 필수적인 생산 활동과 생활 양식 대부분이 계절과 밀접하게 연관 있었으므로, 태양력은 실용적인 의미에서 중요했고, 농업이 중심인 농경 사회에서는 특히 중요했다.


    태음태양력은 직관적인 태음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실용적인 태양의 계절 운동 주기를 반영해, 태음력이 계절과 연동될 수 있도록 만든 달력 체계이다. 달의 삭망 주기 1개월은 평균 29.53일이고, 태양의 계절운동 주기 1년은 평균 365.2422일이라서, 12 삭망 주기가 29.53일 * 12 = 354.36일로 1 태양년 주기에 가깝다. 그래서, 태음태양력에서는 1년을 기본 12개월로 잡는다.

    그런데, 365.2422 - 354.36 = 10.88일이라, 1년을 12개 삭망월로 잡으면 10~11일이 남는다. 남는 날을 3년 모으면 약 32.64일이다. 그래서, 태음태양력에서는 1개월의 길이를 태음력처럼 29일 혹은 30일로 정하고, 기본으로 1년에 12개월이 들어가도록 하다가, 2~3년에 한 번씩 윤달(閏月, leap month)이라고 1개월을 추가해서, 즉 2~3년에 한 번씩 1년을 13개월로 만들어서, 태음력이 태양년 계절 주기와 연동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1개월이라는 시간 단위는 달의 삭망 주기로부터 유래했고, 1년이라는 시간 단위는 태양의 계절 운동 주기로부터, 그리고 1년을 12개월이라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은 태음태양력 전통에서 유래했다. 1년을 13개월로 만드는 윤달에 대해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문화권도 있었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권도 많았고, 윤달에 대해 별도로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점에서 윤달을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문화권이 많았다. 음력이라며 태음태양력의 일종인 중국력을 사용하던 한국 전통에서도 윤달은 달이 추가되면서 시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여겨져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다.




태음태양력의 문제


직관적인 달의 운행과 맞추고, 실용적인 계절에도 맞출 수 있어서 좋아보이는 태음태양력... 많은 고대 문화권에서 채텍했지만 심각한 문제도 있었다. 태음력의 기준인 삭망 주기와 태양력의 기준인 1년 태양년 주기가 별개의 주기라 서로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달의 삭망 주기가 얼른 보기에는 직관적이지만, 시간 표준으로 사용하기에는 불규칙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였다. 달의 공전 운동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에 다른 행성 중력의 교란까지 더해지면 불규칙성이 심해진다. 현대에 정교하게 발달한 천문학으로도 이런 불규칙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을 정도라서, 맨눈 관측에 의존해 관측 정밀도가 낮으면서 달이 운동하는 원리도 몰랐던 고대의 천문학으로는 예측이 매우 힘들었다. 거기다, 지구 공전 운동의 불규칙성 때문에 태양년 주기도 불규칙성이 있다. 삭망 주기에 비해 불규칙성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이긴 했다만...

    예측이 어려운 것이 왜 문제냐면, 달력은 미리 예측해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나 내년 달력을 미리 알고 있어야 올해/내년 할 일을 계획할 수 있듯이, 달력이라는 표준을 이용해 사회를 관리하려면 예측을 통해 미리 제작하는 것이 달력 제작의 기본이다. 태음태양력은 달의 삭망과 태양의 계절운동을 예측하기 힘들어서 달력의 기본을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 1개월을 언제 29일로 하고 30일로 할지부터 시작해서, 언제 윤달을 넣어서 1년을 13개월로 만드는가까지, 예측을 통해 미리 태음태양력을 제작하는 일은 고대 천문학의 커다란 난제였다.

    다행히도, 이런 태음태양력의 난제을 해결하는 기법이 몇 가지 있었고, 대부분의 태음태양력은 이런 기법을 도입해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이런 기법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평균을 냈을 때 19 태양년 동안 7번 윤달이 들어가도록 하면 태음태양력이 대략 태양년과 연동된다는 메톤 주기이다. 19년 메톤 주기를 4배 확장해서 정확성을 높인 76년 주기의 칼리푸스 주기도 고대 중국 등 여러 고대 문화권의 태음태양력에서 사용되었다. 물론, 19년 주기나 76년 주기를 이용하면 평균해서 대략 맞출 수 있었을 뿐이고,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서는 때때로 보정이 필요했다.




로마의 달력


많은 고대 문명이 태음태양력을 기본 달력 체계로 사용하면서, 위에 적은 태음태양력의 난제를 해결하는 기법을 채용해서 달력 체계를 운용했다. 그런데, 역시 태음태양력을 채용했던 고대 로마에서는 특이한? 엉성한! 구조의 태음태양력을 멋대로 사용하는 전통에 매달려서 태음태양력의 난점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집권자들이 특히 윤달을 마음대로 적용하면서, 결국 오류가 반복되고 누적되어서 계절과 달력의 불일치가 심해졌고,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고대 로마력의 난맥을 해결하기 위해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100 ~ BC44)는 과감하게 태음태양력 사용을 중지하고 태양력을 도입했다. 이렇게 도입한 태양력이 유명한 율리우스력이다. 율리우스력은 고대 로마 제국의 위세와 나중에 로마 제국이 국교로 삼았던 기독교가 확산되면서 널리 퍼졌고, 중세시대까지 유럽에서 표준 달력으로 사용되었다.

    AD1582년에는 율리우스력의 정밀도를 향상시킨 그레고리력이 반포되었고, 제국주의 시대 유럽이 세계 문화를 선도하면서, 오늘날에는 그레고리력이 국제 표준 달력 체계로 정해졌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음력(陰曆)이라며 태음태양력의 일종인 중국력을 도입해 국가 표준으로 사용했으나, 근대화 시기에 양력(陽曆)이라며 그레고리력을 도입해서 현재까지 국가 표준 달력 체계로 사용하고 있다.

    율리우스력-그레고리력이 태양력이지만, 1개월(month)이라는 명칭을 아직도 사용한다는 점, 1개월이 30일 근처인 점, 1년이 12개월인 점에서 고대 로마에서 사용했던 태음태양력의 흔적이 남아있다. 율리우스력-그레고리력에는 "그 외에도 각 달의 이름(유럽어 기준)이나, 들쑥날쑥한 각 달의 길이처럼 쉽게 이해 안 되는 요소들이 많아요"라고 한다면, 그게 다 기괴했던 고대 로마력의 흔적 -_-; 

    케이사르 이 후 로마 황제들의 전횡 때문에 율리우스력의 체계가 이상해졌다는 풍문도 널리 유포되어 있지만 사실이 아닌 오해이다. 율리우스력 체계가 이상한 것은, 기이한 태음태양력이었던 고대 로마력의 전통을 태양력에 접목해서 생겼다. 로마 황제들이 전횡했던 부분은 12개월 각 달의 이름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었는데, 다행이랄지 지금은 대부분 전승되지 않으며, 케이사르의 이름에서 따온 July(7월)와 케이사르 다음 아우구스트 황제의 이름에서 따온 August(8월) 정도만 전승되고 있다.


고대 로마에서는 왜 달력 규칙을 멋대로 운용하는 불편한 전통에 매달렸을까? 집권자들이 달력 규칙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용하기 좋았기 때문이다. 집권자들이 마음대로 달력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면, 세금 매기는 기한이나 급여 주는 기한, 행정 처리하는 기한 등등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우리처럼 안정된 달력 체계를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시간 표준인 달력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 이래서 중요하다.




유럽인의 보름달


태음력/태음태양력을 사용하는 전통에서는 1개월의 시작을 대부분 합삭이나 초승달에 맞췄기 때문에, 합삭을 예측하거나 초승달을 관측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일찍부터 태양력을 사용한 유럽에서는 합삭이나 초승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유럽에서도 보름달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다. 현대에는 보름달보다 밝은 인공조명이 발달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지만, 인공조명이 발달하기 이전 시대에는 밤에 풍부한 자연광 조명을 제공하는 보름달에 대해서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유럽인 대부분이 신봉했던 기독교에서 매우 중요한 명절인 부활절 날짜가 보름달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등, 기독교 기념일 중에 보름달과 관계되는 것이 몇몇 있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특히 관심 있던 보름달에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보름달의 이름은 보통 1년 중 몇 월에 뜨는 보름달인지 혹은 어떤 계절에 뜨는 보름달인지를 기준으로 정해졌다. 잘 알려졌다시피, 유럽에는 그 밖에도 보름달과 관련된 풍습이나 미신이 많다.

    이렇게, 유럽에서 태음태양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보름달에는 관심을 가지고 이름도 붙이고 했기 때문에, 보통은 1년에 보름달이 12번 들고, 2~3년에 한 번씩 1년에 보름달이 13번 든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13번째 보름달을 특별하게 여겼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명이 있다. 민간 풍습으로 1년에 12번 드는 보름달에 대해서는 번호나 이름이 배정되었지만, 2~3년에 한 번씩 번호/이름 배정 규칙에서 벗어나는 13번째 보름달이 들면 특별히 지칭했다는 설명도 있고... 기독교회에서 기념일을 결정하기 위해 보름달을 셈하면서, 2~3년에 한 번씩 규칙에서 벗어게 드는 보름달을 특별히 안 좋게 불렀다는 설명도 있고... 기독교회 내부에서 사용하던 태음태양력에서 윤달 즉 13번째 달(month)을 지칭하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있는데...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설명들이 많으며, 영문 wiki의 Blue Moon 항목에도 이런 모호한 설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설명들에 대해서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

    이렇게 모호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들이 모두 일부라도 사실일 가능성조차 있다. 민간 풍습에서는 용어를 딱딱 맞도록 엄밀하게 정의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여러 풍습에서 같은 용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지역마다 시대마다 풍습과 의미를 변형해 가며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후대에 전해지면서 일부 소실되고 일부 뒤섞이고, 어느 부분이 사실인지 명확하지 않은 여러가지 설명들이 난무하면서, 관련 기록마저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면, 정확한 유래를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




현대 블루문의 기원


초기 미국의 중요 산업이 거대한 미개간지(유럽인의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 개척지로 미화되는)를 활용하는 농업이었던 만큼, 미국에서는 여러 종류의 농사력이 발간되고 있었다. 여기서 농사력이란 농업 종사자들이 관심 가지는 절기, 명절, 천문현상, 계절 기후. 미신 등의 잡다한 관심 사항을 달력과 함께 엮은 책력(almanac)의 일종이다. 현대 블루문의 정의는 The Maine Farmers' Almanac(미국 메인주에서 발행된 민간 농사력, 이하 '메인 농사력'으로 부름)에서 유래했다. 메인 농사력은 1819년부터 발간되어 나름 역사가 있었지만, 1969년 이후에는 발간되지 않고 있다. 메인 농사력에 대해 이 글에 필요한 사항들을 나열해 보자.


• 메인 농사력은 각 계절의 길이가 같도록 동지를 기준으로 1년을 4 등분해서 계절을 구분하면서도, 봄은 3.21일에 시작하는 특이한 4계절 구분법을 사용함. 이렇게 특이한 4계절 구분법은 메인 농사력이 자체 고안한 것은 아니고, 유럽에서 전해진 책력 전통에 따른 것.

• 메인 농사력의 4계절 구분법에 따르면, 보통은 1 계절에 3번의 보름달이 들어서 1년=4계절에 3*4 = 12번 보름달이 듦.

• 2~3년에 한 번씩 1 계절에 4번의 보름달이 드는 경우가 있었고, 이런 경우는 거의 대부분 1년에 보름달이 13번 드는 것과 관련 있었음.

• 1 계절에 4번의 보름달이 드는 경우, 4번 중 3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이름 붙임. 여기 블루문이 13번째 보름달을 특별하게 지칭하던 풍습에서 유래.


더욱 자세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래 사항을 참고하면 좋다. 자세히 알고 싶지 않다면 이런 세세한 설명은 넘어가도 된다는 뜻...


• Sky and Telescope 잡지의 블루문에 대한 설명 기사에 좀 더 상세한 설명이 있다. 일부 블루문 설명글에서 메인 농사력의 계절이 천문학적 계절을 따랐다고 잘못! 적기도 하는데, 여기 설명 기사를 통해 정확한 메인 농사력의 계절 구분법을 알 수 있다.

• 우리나라에서는 24절기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거나, 양력(=그레고리력)을 기준으로 3월에 봄이 시작, 6월-여름, 9월-가을, 12월-겨울로 계절로 구분한다. 그런데, 서유럽에서는 춘분에 봄이 시작, 하지에 여름 시작, 추분에 가을 시작, 동지에 겨울 시작으로 계절을 구분하는 관습이 있다. 서유럽도 절기에 따라 계절을 구분한다고 할 수는 있는데, 기준이 되는 절기가 우리의 24절기와 다르다.

    지구 공전 운동이 불규칙해서 태양의 계절 운동도 불규칙하다. 따라서, 태양의 계절 운동에 의해 결정되는 절기의 날짜에도 불규칙성이 있고, 절기의 간격에도 약간씩 불규칙하다. 때문에, 절기에 따라 계절을 구분하면 계절이 시작하는 날짜가 약간씩 불규칙하고, 계절의 길이와 간격도 약간씩 불규칙해진다

• 메인 농사력에서는 불규칙해서 예측이 어려운 실제 절기 날짜를 사용하지 않고 가상 절기 날짜를 사용했다. 동지를 기준으로 태양의 계절 운동이 일정한 것으로 가상하고, 이런 가상 태양 운동에 따라 하지-추분-동지의 절기 날짜를 결정했다. 그리고, 봄을 시작하는 기준인 춘분을 달력 상 날짜 3.21일로 고정했다.

• 메인 농사력이 봄을 특별히 3.21일에 시작하는 것은 부활절 등 기독교 명절을 산정하는 것과 관계있다. 3.21일은 기독교회에서 부활절 계산의 기준으로 지정한 가상 춘분 날짜(혹은 평균 춘분 날짜, 실제 춘분 날짜는 3.21일에서 ±1일 정도 변동이 있음)이다.

여기 글을 참고하면, 1937년 8월 메인 농사력에서 직접 블루문을 설명한 것을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블루문이 교회력(태음태양력의 일종)과 관련된 풍습에서 유래했고... 13번째 보름달은 기독교 기념일 계산 등이 평년과 어긋나게 만들어서 좋지 않게 여겼으며... 블루문을 정한 원래 목적이 1년에 13번 보름달이 들면 그 중 하나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고... 블루문의 발생 주기가 19년에 7번 발생하여 메톤 주기를 따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참고 글 중에서 어느 부분이 메인 농사력의 글을 인용한 것인지, 어느 부분이 해당 사이트에서 첨가한 글인지 다소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긴 하다. 아마도 참고 글 중에서 메인 농사력의 블루문이 간접적으로 잘못 전달되었다는 내용의 마지막 문장을 해당 사이트에서 첨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약간 문제가 있지만 다른 글을 교차 참고하면, 여기 참고 글의 내용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 메인 농사력이 1 계절에 4번 보름달이 드는 경우 3번째를 블루문으로 정한 것 역시, 전통을 따르는 특이한 보름달 명명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략화시켜서 예를 들면, 가을에 보름달이 3번 드는 보통의 경우 메인 농사력은... 추분 후 보름달, 추분 후 둘째 보름달, 동지 전 보름달... 이런 방식으로 이름을 붙였다. 로마식으로 숫자를 세는 "I(=1), II(=2), III(=3), IV(=5-1=4), V(=5), VI(=5+1=6), VII(=5+2=7)..." 방식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다가, 가을에 4번 보름달이 들면 이렇게 된다. 추분 후 보름달, 추분 후 둘째 보름달, 블루문, 동지 전 보름달... 이렇게, 메인 농사력이 보름달 이름 붙이던 규칙에서는 1 계절에 4번 보름달이 들면 3번째 보름달에 배정된 이름이 없기 때문에, 여기에 블루문이라고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Once in a Blue Moon


블루문이 나오는 영어 어구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말이 'Once in a blue moon'이다. 우리말로는 "어쩌다 한 번씩 일어나는 일" 혹은 "드문드문 일어나는 일"과 가까운 의미이다. 여기 관용구의 블루문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2가지 설명이 있다.


• 첫째 : 이 글의 처음 부분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달이 정말 파란색으로 보이는 경우를 의미. 이 경우는 백 년에 몇 번 있을 정도로, 일생에 한 번 있을가 말까 한 희귀한 사건, 혹은 일어나기 힘든 사건이라는 뜻.

• 둘째 : 2~3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블루문, 즉 1년 중 13번째 보름달을 의미. 첫째 설명보다는 자주 일어나지만, 몇 년에 한 번 정도로 가끔씩 드문드문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뜻.


 실제로 이 관용구가 사용되는 경우는 대부분 둘째 의미이고, 첫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적다고 한다. 메인 농사력에서도 once in a blue moon이 둘째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위에서 민간 풍습 유래를 파악하기 곤란한 점에 대해 적으면서 말했듯이,  블루문에 대해 메인 농사력만 맞고 다른 설명은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블루문에 대한 풍습이나 의미를 정하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을 텐데, 왜 미국의 민간 농사력을 기준으로 해야 하나?"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당연히 메인 농사력이 절대 기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래 적는 것처럼, 메인 농사력의 블루문에서 현대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블루문이 파생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메인 농사력을 기준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오해와 유포


"도대체 우리가 왜! 이해하기 복잡한 메인 농사력의 블루문 규칙에 대해 알아야 할까?!!" 생각했다면, 원산지(?) 미국에서도 사실은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_-; 결국 이 달력용어에 대해 오해가 유포되어도 교정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발단은 1946년 미국에서 유명한 천문 잡지 Sky and Telescope에 누군가(James Hugh Pruett, 1886~1955) 관용구 'once in a blue moon'의 유래에 대해 기고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기고자는 1937년 메인 농사력에서 블루문에 대해 설명한 것을 기준으로 이 관용구의 유래를 설명했는데... 위에 적었듯이, 엄밀하게 말하면 메인 농사력을 기준으로 삼은 자체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었지만, 거기에 더해 그 기고자는 메인 농사력의 블루문 규칙마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블루문이 "1개월에 2번 보름달이 뜨면 두번째 보름달"이라며 단순 명료하지만 잘못된 설명을 해버린다. 메인 농사력의 1937년 설명을 오독해서는 "1년에 13번 보름달이 든다면 어느 한 달에 보름달이 2번 들겠지?"라며 단순하게 해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레고리력에서 1개월의 길이가 28일~31일로 달마다 다르고, 보름달 주기의 길이도 29일~30일로 주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결합하면 다양한 조합이 나올 수 있으므로, 황당할 정도로 달력 체계와 관련 현상에 대해 단순하고 무지한 해석이었던 셈...

    당시에도 메인 농사력은 여전히 발간되고 있었으나, 1946년의 기사에서 잘못 설명된 블루문은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에는 1946년 기사가 Sky & Telescope 잡지 내에서 몇 번 인용되는 정도에 그쳐 영향이 크지 않았는데... 몇십 년 후인 1980년, StarDate이라는 라디오 방송의 천문 프로그램에서 블루문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널리널리 -_-; 유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라디오 방송 측에서는 나름 전문적인 자료를 참조해 설명했건만, 하필 참조했던 자료가 문제의 1946년 기사였다나...

미국 TV드라마 'Moonlighting'(블루문 특급)의 포스터

잘못되었지만 단순 명료한 설명이 당대에 파급력이 강했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유포되자, 이를 인용하는 매체들이 하나둘씩 늘어가다가 점점 폭증하는 흔하디 흔한? 과정이 벌어졌다.

    거기에, 단순한 우연인지는 확실하지 않고, 이 글의 블루문과 직졉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때 마침 미국에서 방영된 인기 TV 시리즈도 이런 폭증 과정에 가세했다. 미국에서 1985~1989년까지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TV시리즈 'Moonlighting'(한국 방영명 '블루문 특급')이 바로 그것... 남주인공을 맡은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 1955~)의 출세작으로, 주인공들이 운영하는 블루문 탐정사무소(Blue Moon Detective Agency)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화들을 담고 있었다. 그 TV 시리즈의 블루문은 여주인공이 과거에 블루문 샴프의 모델로 유명했었다는 설정에서 나왔으므로, 이 글의 블루문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한다만....... 위에 올린 드라마 포스터에서는 푸른색이 도는 보름달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이 서 있는데?!? "정말 이 글의 블루문과 관계 없나?" 생각이 들기도??? 어째거나, 이 드라마도 블루문에 대해 대중적인 관심이 커지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고, "TV에 나온 블루문이 무슨 뜻이 있을까?"하는 사람들의 의문에 1946년의 잘못된 기사를 직간접으로 인용한 매체들이 답을 주는 상황이 계속되었던 깃이다.

    이렇게 해서, 불과 10여 년 사이에 잘못 설명된 블루문이 대중적 대세로 굳어져 버렸다. 블루문의 역사적 유래를 생각하면 한 달의 두번째 보름달이 블루문이라는 설명은 맥락 없이 튀어나온 설명인데도, 오래된 풍습이었던 것처럼 잘못 전해지면서 유포되었다.




문제


메인 농사력의 블루문(이하 '메인 블루문'으로 줄여 부름)과 정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1946년 기사의 오해로부터 파생되어 현대에 새로 등장한 블루문(이하 '현대 블루문'으로 줄여 부름)도 대체로 19년 메톤 주기를 따라 2~3년에 한 번씩 발생하기는 한다. 문제는...


• 보름달의 평균 주기가 약 29.53일이지만, 달의 삭망 주기에 불규칙성이 심해서  1일 정도 차이나는 경우가 잦다는 점.

• 그레고리력은 양력 2월의 길이가 28~29일로 보름달 주기(평균 약 29.53일, 날짜로는 29~30일)에 비해 짧고, 양력 1월과 3월의 길이는 31일로 보름달 주기에 비해 길다는 점.


그래서, 2월에 보름달이 들지 않는다면, 1월과 3월에 보름달이 2번 들기 쉬워, 현대 블루문이 1월과 3월에 연달아 발생하기 쉽다. 2018년 올해, 블루문이 1월과 3월에 2번 들었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거다. 1월과 3월이 아니라면, 1월 대신 전년 12월, 3월 대신 4월이나 5월에 보름달이 2번 들게 된다. 결국 2월에 보름달이 들지 않으면, 짧게는 1월부터 3월까지, 길게 잡으면 전년 12월부터 5월까지, 짧은 기간 동안 현대 블루문이 2번 발생한다. 때문에 현대 블루문은 "1년에 13번 보름달이 들면 그 중 하나를 특별하게 지칭하고, 특히 한 계절에 보름달이 4번 들면 그 중 하나를 블루문으로 정한다"는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

    현대 블루문의 문제를 통해서 메인 블루문의 규칙을 다시 평가할 수 있다. 메인 농사력의 블루문 규칙도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는 블루문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삭망 주기의 불규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매우 드물다. 복잡한 규칙에도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문제는 아래의 '블루문의 발생 빈도 비교' 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도표에서 옅은 색 파란 달이 메인 블루문이고, 짙은 색 파란 달이 현대 블루문이다. 메인 블루문은 특이한 부분 없이 2~3년에 한 번씩 발생한다. 하지만 현대 블루문의 경우, 1999년과 2018년 2월에 보름달이 들지 않으면서 같은 해 1월과 3월에 현대 블루문이 연달아 드는 것을 볼 수 있다. 1999년과 2018년은 메톤 주기와 연관 있는 19년 간격이기도 하다.

블루문의 발생 빈도 비교

이렇게 현대 블루문이 1월과 3월에 연달아 드는 것을 보면, 블루문을 정한 원래 목적에 벗어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once in a blue moon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게 된다.




마침내 교정?


1999년 1월과 3월에 연달아 현대 블루문이 드는 사건은, 미국에서 블루문에 대한 대중 매체의 관심이 폭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마치 숨어있던 범죄자가 대중매체에 많이 노출되면 꼬리 밟히는 경우와 비슷하달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은 현대 블루문의 정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크게 불러왔다. once in a blue moon이라는 말도 있는데, double blue moon이 발생했으니 의심을 살 수밖에...

    1999년 이전에도 이미 세간에 알려진 블루문의 기원이 의심쩍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결국 Sky & Telescope 잡지는 자신들이 잘못 설명된 블루문의 발원지였음을 파악하고 인정하게 된다. 상세한 조사 과정이 이 잡지의 블루문에 대한 설명 기사에 적혀 있다.

(설명 기사와 기사 내용 중에 링크된 다른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관련 기록들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태도는 좋아 보이지만, 기사를 최초 작성한 시점이 따로 있고 나중에 수정해서 다시 글을 올린 시점이 다른 것 같은데도 이런 점들을 불명확하게 적어서, 읽는 사람이 퍼즐 짜 맞추듯 읽어야 하는 문제가 있음. "이러니 1946년의 잘못된 기사도 제대로 교정되지 않았지"하는 생각이 들어버림 -_-;)


마침내 50년이 지나서 잘못이 교정되었지만, 원래대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Sky & Telescope의 설명 기사도 블루문에 대한 2가지 정의를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 내린다. 잊혀졌을 용어가 오해 덕분에 유명해져서 대중의 천문학에 대한 관심을 키우지 않았느냐며...

    이런 식의 결론을 적당히 합리화시키면서 덮고 넘어가려는 뻔뻔스러운 태도라며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와서 다른 대안도 마땅치 않다. 거기에, 민간 풍습이 엄밀하지 않고 엉뚱하게 형성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블루문의 경우만 따로 문제 삼기도 어렵다.


글쓴이의 의견도, 미국의 민간 농사력이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블루문을 정하던 풍습을 현대의 우리가 따르는 게 의미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그 복잡한 방식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고 유럽의 전통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요약정리


블루문과 관련된 천문학적/역사적 사항들과 현대 블루문의  유래가 된 메인 농사력, 오해 유포의 발단이 된 Sky & Telescope 잡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보았다. 이해에 필요한 사항들을 충분히 설명했기 때문에, 이제는 이렇게 긴 글을 -_-; 5개의 문장으로 간단하게 요약정리할 수 있다.


• 보름달 관련된 blue moon이라는 말은 유럽에서 1년에 13번 보름달이 들 때, 그 13번째 달을 지칭하는 용어에서 유래함.

• 유럽에서는 보름달에 관심이 많아 보름달에 이름이나 번호를 붙이는 전통이 있었고, 평년에는 보름달이 1년에 12번 들지만, 2~3년에 한 번씩 1년에 13번 보름달이 들 때, 13번째 보름달을 특별하게 지칭하는 풍습이 있었음.

• 이런 유럽의 전통이 미국에도 전해졌고, The Maine Farmers' Almanac(메인 농사력)이라는 미국의 민간 농사력이 나름의 계절 구분법과 규칙을 사용하고, 1년에 보름달이 13번 드는 해에는 거의 대부분 보름달이 4번 드는 계절이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해서, 보름달이 4번 드는 계절의 3번째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이름 붙임.

• 1946년 미국의 유명 천문 잡지에 누군가 "once in a blue moon"이라는 영어 관용구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메인 농사력의 복잡한 블루문 규칙을 오독해서는 "1개월에 2번 보름달이 뜨면 두번째 보름달"이 블루문이라고 단순하면서도 잘못된 설명을 해버림.

• 1980년 미국의 어느 라디오 방송에서 1946년의 잘못된 설명을 인용해서 소개하자 대중적으로 널리 유포되었고, 이것이 오늘날에는 대세로 인정 받아버림.


일부 잘못 설명되는 것과 달리 블루문은 파란색에 대한 유럽인의 감정과는 관계없고, 쉽게 짐작하기 힘든 유래를 가진 달력 용어이다. 달력과 연관된 여러가지 천문학 지식과 역사 지식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지만, 아니라면... 난해한 정도는 아니라도 이해하기 상당히 복잡하다. 그래서, once in a blue moon이라는 관용구에서 쓰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말이지 그 관용구의 뜻처럼 아는 사람들끼리 어쩌다 한 번씩 사용하던 용어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의미가 잘못 알려지면서 유명해져 버렸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수만 아는 정보도 공유하기 쉬워져서인지, 요새는 미국에서도 대중적으로 유포된 블루문의 의미에 오해가 있었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Sky & Telescope 잡지가 결론 내린 것처럼, 잘못 설명된 블루문도 새로운 민간 풍습으로서 인정하는 추세이다. 메인 블루문을 'seasonal blue moon'이라 하고, 현대 블루문을 'monthly blue moon'이라고 구분하는 방식으로... 근데... 그런 식으로 구분한다면 블루문의 원래 유래인 13번째 보름달은  'yearly blue moon' 쯤 되려나?


아무튼... 뭔가 복잡하고, 뭔가 모호하고, 뭔가 사연이 있고, 뭔가 오해도 있었지만... 결론은 양쪽 다 인정하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이 글의 앞 부분에서도 이야기했고, 위의 '블루문의 발생 빈도 비교' 도표에도 표시되었듯이, 2018년 올해가 1월과 3월에 현대 블루문이 2번 드는 경우이다. 2018.1.31일에는 현대 블루문에는 개개월식-블러드문-수퍼문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이제 이 글을 읽고서 2018.3.31일의 블루문을 본다면,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지?






블루문의 경우처럼 전통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새로 생긴 전통도 받아들이는 것, 4자성어로 표현하면 '온고지신'(溫故知新) 쯤 되려나? 이것이 전통을 받아들이는 합리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가끔 보면 "전통은 그대로 고수만 하는 것"이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데, 물론 이런 사람도 좋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전통 고수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옳지 않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전통은 현대와 같은 형태를 갖춘 기간이 길어봐야 100~2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겨우 수십 년 전에 형성된 것을 전통이라고 굳게 믿는 경우도 있다. 블루문이 바로 그런 사례 중 하나이다. 블루문의 유래는 오래되었지만, 현대와 같은 형태는 그 유래가 200년 정도이고, 그나마 지금 알려진 블루문의 의미는 수십 년 전에 잘못 유포된 것이다. 다른 사례들도 많지만 이 글의 목적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생략하고... 이런 상황을 통해 전통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변해 왔다고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전통은 무작정 고수하는 것이 아니었고, 지난 세대의 것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세대의 것을 가미해서 변화시키는 것이 전통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역사적으로 늘상...

    이런 관점에서, 블루문에 대한 전통적 의미를 이해하면서 현대에 유포된 블루문의 의미도 인정하는 것이 블루문의 전통을 유지하는 합리적인 태도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세대의 것을 전통으로 받아들이더라도, 이전 전통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블루문이라는 말의 유래와 의미를, 흔히 하듯 잘못 이해 흘리고 넘기지 않도록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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