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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onface Mar 01. 2021

10월은 그렇게 간다_2

02.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하루여도 괜찮았을까

“병원에 가자!!”

힘들어하는 그를 보니 연휴 늦은 시간이고 뭐고 따지느니 차라리 병원에 가 상태를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일어나 신을 신는 것조차 역부족일 것 같다는 생각에 방안에 누워 있는 그에게 무작정 신발을 들고 갔다. 혹시라도 방안이 지저분해질 것에 대해 그가 불편해할까봐 바닥은 나중에 닦으면 된다고 한마디 덧붙이고 나갈 채비를 했다. 택시가 도착할 때쯤 그녀는 자신의 몸보다 한자는 더 클 것 같은 그를 머리와 온몸으로 매트를 받치듯 밖으로 나왔다. 


내일부터 추석 연휴 시작이다. 그녀는 코로나 상황에 서울에 있기로 했다. 그는 시골에 가서 벌초하고 올라온다고 했다. 현관을 열고 들어간 집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평소에도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 낯설고 허전했다. 가끔 재택근무한다며 혼자 있어 봤지만 1박 2일 시골에 갔다 오겠다는 그의 공간은 그 사람의 온기마저 배낭에 담아 떠난 듯 낯선 이가 비워 둔 남의 집처럼 익숙하지 않다. 낯섦을 깨보려 재밌는 예능을 찾아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본다. 사소한 것도 재밌다며 배꼽 잡아가며 크게 웃어보지만 뭔가 알맹이 없는 텅 빈 웃음만이 헛헛하게 울릴 뿐이었다.      


근처 둘레길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지 3주가 되었나 보다. 등산화 없이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다람쥐처럼 산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그녀에게 그가 등산화를 하나 살 것을 권했다.     

등산화를 몇 개 찾아봤지만 도통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몰라 귀찮아질 무렵 등산화 하나 골라 주라는 그녀의 문자에 그가 링크 세 개 연달아 보낸다.

“이 중에서 고르면 될 것 같아” 그도 그녀처럼 일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빛보다 빠르게 반응해 준 그에 대한 감동을 가득 안고 든든한 마음으로 하던 일을 이어나갔다.

     

“주문했어? 얼른 주문해. 그래야 연휴에 등산 가지.” 집에서 쉬고 있으려니 그가 등산화를 주문했는지 확인한다. 추석 연휴도 곧 시작이니 얼른 등산화를 주문해야겠다며 늦은 저녁까지 미적대고 있던 그녀는 그제야 그가 보내 준 링크를 열어 등산화를 주문했다. 추석 연휴 시작이라 택배 물량이 많아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쇼핑몰의 정중한 공지와 달리, 주문 다음날 등산화가 곧 집 앞으로 도착할 것이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몇 시쯤 도착해?"

그가 한 시간 뒤쯤 기차역에 도착한다고 했다. 오래간만의 설레는 데이트처럼 한 시간 전부터 채비를 마치고 흥분된 기분을 즐기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그가 도착할 텐데 핸드폰이 꺼질 것 같아 지하철 타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급히 문자를 보내고 있으려니 어느새 그가 마법사처럼 눈앞에 서 있었다. 스트라이프 무늬가 들어간 하얀 남방에 검정 슬랙스, 하얀 스니커즈에 가방을 메고 있는 그는 귀한 뉘 집 아들이다 싶다. 말끔한 그의 모습에 오래간만에 찾아뵙는 고향집 부모님에 대한 그의 마음을 볼 수 있을 것 같이 그녀의 눈에도 참으로 잘 자랐구나 싶다. 


그의 한쪽 손에 엄마가 챙겨줬을 것 같은 반가운 묵직한 짐이 보인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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