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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onface Mar 04. 2021

10월은 그렇게 간다_5

05. 타들어 가는 건 불빛만이 아니다.

"여기 전화해 봤어?"

치료가 이루어져야 할 병실에서 그와 그녀는 서로 핸드폰을 두드려 댔다. 알만한 대학병원 몇 곳에 전화를 돌려보지만 쉽지 않다. 긴긴 통화 대기음, 마침내 연결된 상담원과의 대화, 하지만 그 끝은 허무한 결론뿐. 한낱 평범한 환자가 가진 것이 무엇이 있기에, 바랄 수 있는 것은 아픈 현실과 간절함 속에서의 건짐 받을 실낱같은 음성뿐, 대형병원에 줄 선 수많은 대기자들 속에 어떤 번호표를 구할 수 있을지. 답답함으로 목이 막힐 지경이다. 다행히 원무과에서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해 그곳으로 가면 될 거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전원'이라는 과정도 처음 경험해 보기에 병원에서 알려 준 사설 구급차를 불러 그곳 대학병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구급차 직원이 오고 그곳 대학병원과 전원 사실에 대해 이야기가 된 것이 맞는지 확인했다. 그 대학병원은 현재 코로나 검사도 있고 절차가 복잡해 전원 의뢰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니면 들어가기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였다. 그때 그녀는 그 말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깊은 속내를 알지 못했다. 혹시 모를 불안을 제거하기 위해 구급차 직원과 함께 원무과 직원에게 한번 더 전원 사실을 확인한 후 그들은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


정오가 되어 가는 시간이다. 병원을 향해 가는 길이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건지. 창 밖에 흘러가는 모든 일상의 흔적들은 눈부시게 따뜻한 햇빛 아래 있는 듯하다. 눈 앞의 일상 속에 그녀가 처한 눈 앞의 현실은 왜 이렇게 고통스럽고 아프게 느껴지는 건지.      

지난밤 병실에서 누워 있는 그를 보고 있으려니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건지 모를 정도로 눈물이 났다. 누군가 아픈 것을 보는 것은 그녀에게 속상하고 잔인한 '그 무엇'이었다. 알 수 없는 그 무엇.  


‘하나님, 제발 그곳에서 수술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누워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울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을 숨길 수 없었다. 자꾸 울어대는 자신을 보며 그녀 스스로 아무래도 자신은 누군가의 마음을 편안하게 간호하기에는 부적절한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긴긴 구급차 안 시간의 기다림 속에 병원 정문에 들어섰다. 응급실 앞은 먼저 도착한 구급차와 소방관, 의료진, 한 줄로 늘어선 이동 병상에 환자들이 누워 고통을 내뱉는 것이 아비규환 같았다. 누워 있는 그를 대신해 그녀는 외부에 마련되어 있는 컨테이너 박스 진료소에서 코로나 문진표를 작성하고 절차를 기다렸다. 그는 이동 병상에 누운 채로 임시로 만든 천막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우선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에 사방이 뻥 뚫린 아스팔트 위에서 '누군가', 그 누군가가 와주길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그들에게 이윽고 한 의료진이 다가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물었고 이전 병원에서 전원 요청을 해서 오게 되었다 말에 담당자는 다시 응급실 건물 안 온기 속으로 사라졌다.

     

병원 응급실을 눈 앞에 두고 아스팔트 바닥 위, 그들은 또 기다려야 했다. 춥다지만 제 몸보다 좁은 이동 병상 위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도 못한 채 작은 숨만 내쉬는 그와, 응급실에 환자를 들여보내야 자신의 역할에 대 정산을 할 수 있다는 사설 구급차 직원,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바깥에서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이곳의 시스템 속에서 그녀의 시간은 자꾸만 더디 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시간의 바퀴는 타인의 시간의 바퀴와 맞물려 혼자서는 도저히 갈 수 없을 정도로 자꾸만 엉키고 엉키어 한걸음 내딛는 것마저 더디 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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