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두려움이 엉켜 문조차 열 수 없을 때
글 쓴 지 오래되었다. 글에 대한 검증으로 시작한 브런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것은 꾸준한 글쓰기를 하고자 다짐한 후, 한 문단도 완성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붙잡혀 영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글을 얼기설기 쓸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의 글은 봄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갈피를 잃어버렸다.
시작이 쉬웠던 때가 있었다. 겁은 났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나무 위에 올라 그냥 그렇게 물속에 무모히 뛰어들었다. 물에 머리가 처박힌 채 꼬그라 져야 했지만 어찌 됐든 그렇게 해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시작도 전에 잔뜩 긴장한 겁쟁이를 발견한다. 벌떡이는 심장의 진동이 온몸을 타고 울려대고 땅에 닿은 발은 쓸데없이 덜덜 거린다. 달리는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것도 아닌데 위험이 닥친 것처럼 불안과 두려움의 제동장치가 뒤엉켜버렸나 보다. 불연 듯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어디선가 마주칠 것 같은 알 수 없는 시선들. 문을 열면 마주할 낯선 상황 속 헛된 불안이 불편함이 되어 피하고만 싶을 뿐이다.
“이렇게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저 자신도 오늘 많이 긴장하고 부족했다는 것을..” 마침표도 찍지 못한 문장이 말머리를 찾지 못한 채 길을 잃었다. 집중된 시선 속, 어찌할 바를 몰라 두 눈을 감고 말았다. 자리가 주는 부담감과 단절된 공백들로 인해 더욱 긴장이 되었던 걸까.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고 의연해야 했던 순간이었지만 막상 그 문 앞에 핑계를 대서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유튜브에 떠도는 취업 공식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과정 속에 마음이 먼저 지쳐버렸다. 글을 쓰고 싶었고 나의 역할을 되찾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이 해야 하는 것이 되었고, 결국 간절함이 어긋나 작은 차이마저 패배감이 되어 버렸다. 머릿속에 뒤엉킨 염려와 불안이 문을 나서는 것마저 포기하고 주저앉게 만들었다.
늦은 새벽, 못다 한 하루를 풀어낸다. 모두가 잠들었기에 가장 안전한 시간, 어떤 평가도 비교도 없다. 증명해 내야 하는 상대도 해내야 하는 것도 없다. 시작 앞에 한걸음도 떼지 못한 하루였지만 다시 걸음을 떼어보자. 마음아 이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