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좀 하지마세요

노무 분야의 변호사가 바라본 우리 직장

by 임호균

직장 내 괴롭힘, ‘참으면 된다’는 말의 폭력입니다


“그냥 참고 넘어가세요. 다 그렇게 버티는 거예요.”
직장 내 괴롭힘을 겪으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만큼 잔인한 조언은 없습니다.
참는 순간, 괴롭힘은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교묘해집니다.

처음에는 회의 때 의견을 무시하던 상사가, 나중에는 단체 대화방에서 공개적으로 조롱합니다.
점심 식사 자리에 일부러 빼놓고, 프로젝트에서 이름을 삭제하기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폭언이나 폭행처럼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냥 기분 탓 아니야?”, “원래 까다로운 사람이야.”
이런 말들 속에서 피해자는 스스로를 의심하며 무너집니다.


법이 말하는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그래도 변호사로서의 본업의 영역으로 돌아와 법을 이야기드리고자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명확합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이 조항이 도입된 것은 2019년 7월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회사가 “우린 가족 같은 회사라 그런 문제는 없다”고 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족 같은 회사’에서 괴롭힘은 가장 자주 발생합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퇴근 후 술자리를 강요하고,
선배라는 이유로 익숙하지도 않은 피드백을
‘애정 어린 조언’이라는 명분으로 모욕적으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신고 이후, 진짜 싸움이 시작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퇴사 후에도 신고가 가능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회사를 떠났는데 신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습니다.
물론, 내부 징계를 퇴사한 사람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
실질적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체계가 잡힌 회사는 퇴사 여부와 관계없이
행위 자체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습니다. 그리고 퇴사 후에도 민사소송이나 산재 등 다른 절차를 통해 충분히 대응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장 생활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퇴사나 이직 계획 없이 이런 신고를 한다는 것이 회사 안에서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결심하신 분들이
“신고 후가 더 힘들었다”고 말씀하실 때가 많습니다.
회사가 사건을 덮으려 하거나, “괜히 문제를 키운다”며
신고자를 따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법은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항 중 유일하게
징역형과 벌금형이 함께 규정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항상 말씀드립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슬퍼만 하지마시고. 증거는 꼭 남겨두십시오.”


법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사람의 인식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제도만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
결국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말투, 표정, 무시하는 태도에서 괴롭힘은 시작됩니다.
조직문화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이 만듭니다.


인사팀이나 관리자라면
‘신고가 들어오면 어떻게 대응할까’보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게 어떤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조직이


끝맺음을하며3


“살기 위해서 신고합니다.”
저는 이런 말씀을 종종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살기 위해서는, 때로는 회사를 떠나야 합니다.”
회사는 생사 기로를 결정할 만큼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변호사니까 그런 말을 쉽게 하시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도 퇴사하면 생계를 걱정합니다.

다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진짜 용기란 남아서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떠나는 결단이라는 것을요.

정말 힘들고, 죽고 싶은 감정이 드실 때는그냥 퇴사하십시오. 그리고 함께 새로운 길을 찾아보시죠.

누군가는 따뜻한 공감을,
누군가는 전문적인 상담을,
누군가는 법률적 도움을,
누군가는 이직과 창업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로서
저는 언제나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법’을 고민합니다.



마지막 한마디를 하며 글을 마칩니다.(쓰고 보니 한마디가 아니네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은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이 사회에는 당신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부디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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