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모부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다 돌아오는 길,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사흘’ 단어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는 기사를 뒤늦게 봤습니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사흘’이 꽤 오랫동안 랭크돼 있었단 게 뭔 소리인가 했었지요. 아내와 처음엔 “누군가 웃기려고 말장난한 거겠지!” 이야기하다가, 나중엔 “정말 모르는 사람도 있단 말이야?”하며 분노 섞인 반응도 보였습니다.
솔직히 저는 평소 사흘이란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기에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못합니다. ‘며칠 쉬냐고 물어보면 3일이라고 하지 사흘이라고 안 한다’는 게 전제인데, 그 논리라면 ‘하루’나 ‘이틀’도 쓰면 안 되는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사흘이란 말을 일상 생활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될 텐데 왜 제대로 사용한 사람에게 트집을 잡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단 걸 외면해선 안 됩니다. 초등학교(국민학교)에서 해당 단어를 배우고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저나, 오랜 기간 <우리말 겨루기> 작가로 일해왔던 아내에겐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도 있는 법이지요. 특히 ‘하나도 모르겠다’가 아닌 ‘1도 모르겠다’가 익숙하고, ‘이틀’을 ‘2틀’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를 MZ세대라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바른 국어교육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언어를 사용해 다른 이와 대화하는 게 좋을지도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흘과 3일 사이에서... 아내, 친구, 고객, 기자분 등에게 저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상대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데 ‘내가 맞으니까’ 통하지 않는 언어를 고집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돌이켜 봅니다. 어쩌면 당신을 모르면서 ‘넌 틀렸다’고 말도 안 되는 평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우물 안에서 덜 자란 저를 넉넉하게 품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하루하루 생각의 품이 더해져 감에 감사합니다. 남의 어리석음을 통해 그보다 더한 나의무지를 깨닫게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