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손 편지를 써서 우표를 붙이고 빨간 우체통에 넣었다.
친구에게 답이 왔다. 내가 쓴 편지글을 평생 들고 다녀도 되겠다고 말했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살게 하는 글이라 말하며 내가 쓴 편지를 찍어서 보내주었다. 내가 쓰고도 잊은 내 글이었는데 내 글을 소중히 여긴 친구에게 과분한 칭찬을 받았다. 누군가 내 글에 위로를 받았다는 사실에 감동했고 감사했다. 혹여 누군가 힘든 상황 속에 있다면 내 친구의 마음에 닿았던 것처럼 그들의 마음에 내 글이 닿기를 기도해 보며 내가 쓴 편지의 일부 내용을 담는다.
“난 저번에 내 인생이 암실에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러다 다시 암실 밖에 나와 빛에 적응하는 상태 같기도 해 영원한 고통은 없더라 받아들이기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내 일부가 되어있고 힘든 기억도 미운 사람도 나를 괴롭힌 말들도 시간이 지나면 힘이 없더라 나를 그리고 너를 즐거운 일에도 너무 들뜨지 않게 슬픈 일에도 너무 가라앉지 않게 덤덤하게 살면서 잠잠히 살아가라는 신의 뜻인가도? 볼수록 겪을수록 더는 놀랄 수 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서 정신 차려보니 나는 무덤덤해진 인간이 된 것 같아
봄이 오면 너와 놀 생각으로 겨울을 견딜 거야 여름은 잘 모르겠어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볼래 토끼해라는데 토끼처럼 뛰어다닐 수 있길 “
최근에도 주변에서 나를 걱정하며 괜찮냐고 물을 일들이 생겼다. 정작 나는 아무 감흥이 없었다. 일이 벌어졌다 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나는 언제나 하던 대로 내 자리를 지키며 내 인생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수라장 같다 말할지라도 많이 당황했지? 물을지라도 나는 별로 놀랍지 않다며 아무렇지 않은 내 모습이 더 놀라울 따름이라 말했다. 나는 태풍의 눈 속에 있겠다고 말했다. 고요히 그리고 차분하게 흔들림 없이 하나씩 헤쳐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