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3일 OpenAI는 ChatGPT에서 GPT-4o 모델을 삭제했다. GPT-4o는 자연스러운 언어 표현이 장점으로 꼽히는 모델로, 지난해 8월 GPT-5 출시와 함께 한 차례 삭제됐다가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유료 구독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됐었다.
이번 삭제 조치로 인해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GPT-4o에 대한 상실감을 표출했으며, 이는 ‘#keep4o’ 해시태그와 온라인 청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과도한 정서적 의존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삭제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단순히 구형 모델의 삭제와 그로 인한 일부 사용자들의 상실감으로만 보면 놓치게 되는 것이 있다. 중요한 것은 삭제 이후에 남겨진 체제가 대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OpenAI는 1월 29일 공지사항에서 “Plus/Pro 플랜 구독자 중 일부로부터 GPT-4o의 대화 스타일과 따뜻함을 선호한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그것이 GPT-5.1과 GPT-5.2에 반영되었다”라고 밝혔다. 이것은 설정의 개인 맞춤 탭에서 ‘기본 스타일 및 말투’, ‘따뜻함’, ‘열정적’ 같은 항목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설정들은 이미 생성된 응답의 표면적인 형태를 바꾸는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공식문서에서는 GPT-5.2에 대해 “코딩과 에이전트 업무에 특화되게 설계했으며 프롬프트를 반복 개선할 것을 권장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도움말에서는 Instant(비추론 모델)를 “일상적인 업무와 학습에 적합하며, 더 따뜻하고 대화적인” 것으로, Thinking(추론 모델)은 “더 어렵고 복잡한 작업을 해결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 결과 GPT-5.2 Thinking은 다음과 같은 특성들을 가지게 된다.
1. 대화 도중 새로운 얘기를 해도 관성적으로 이전 질문에 대한 답변만을 반복한다.
2. “A도 맞고, B도 맞고, C도 맞다”와 같은 책임회피성 응답만 하며 판단을 피한다.
3. 함께 생각을 넓혀 나가기보다는 요약, 정리, 조사와 같은 수동적인 작업으로만 흘러간다.
4. 문제점을 얘기하면 개인 차원의 수동적인 해결책으로만 흘러가기 때문에 비판적인 논의가 어렵다.
이러한 특성들은 대화를 길게 이어가기보다는 짧게 끊어내도록 유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사용자는 Thinking을 ‘채팅 모델(Chat Model)’이 아닌, 단발적인 지시사항만을 수행하는 ‘인스트럭트 모델(Instruct Model)’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Instant는 일상적인 대화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최적화되어 있고, Thinking은 생산성 작업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맞춰져 있다. 하지만 심도 있는 대화를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배려는 ChatGPT에서 사라졌다.
초창기의 LLM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익힌 사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점차 LLM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대화 능력과 작업 수행 능력을 동시에 가진 모델들이 등장했다. GPT-4o는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GPT-4o는 사용자가 던진 흐릿한 불만과 단서를 질문으로 정리하고, 누락된 조건을 되묻고, 탐색의 순서를 안내하면서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듯 대화가 곧 탐색 장치가 되는 경험은 LLM이 지식의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보여줬다.
대화형 모델은 사용자를 ‘질문자’로 만든다.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이 부족해도, 대화를 통해 질문이 생성되고 변형되며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작업형 모델은 사용자를 ‘요구사항 설계자’로 만든다.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범위로, 어떤 형식으로, 어떤 제약으로 할지를 먼저 설계해야만 모델이 제 성능을 발휘한다.
OpenAI는 GPT-5 이후 또다시 사용자들에게 프롬프트 사용을 강요하며 모델의 대화 능력을 억제하고 작업 수행 능력만을 강화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퇴보가 아니라 지식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지식이 부족한 사용자는 GPT-5를 마주쳤을 때 애초에 ‘이걸 가지고 무엇을 할지’를 떠올리기 어렵고 요구사항을 구성할 언어가 부족해 시작 단계에서 막힌다. 반면에 이미 많은 지식을 가진 사용자는 자기가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요구사항을 작성하고 작업을 지시하여 그 지식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확장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OpenAI가 GPT-4o를 한 차례 삭제했다가 유료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복구한 것은 ChatGPT에서 ‘대화가 탐색 장치로 기능하던 사용자 경험’을 제거한 뒤에 충돌을 유예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이번에 최종적으로 다시 삭제한 것은 그 유예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OpenAI는 공지사항에서 “성격 표현과 창의성을 추가로 개선하고, 불필요한 거절과 지나치게 조심스럽거나 훈계처럼 들리는 응답을 해결하는 업데이트”가 곧 나올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음 업데이트가 실제로 대화 능력을 복원하는지 아니면 단순히 표면적 조정에 그칠지가 OpenAI의 방향성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구조 자체가 이미 대화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전환 없이는 GPT-4o가 제공했던 탐색적 대화 경험을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이 의미 있었다면, 멤버십으로 다음 글을 함께 만들어 주세요.
경계 Liminal 브런치 멤버십 가입 페이지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