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조조의 방망이는 원칙인가, 권력의 시험인가?

오색방망이를 든 조조

by 임작가


서기 175년경. 낙양 북부위.

처음엔 이제 갓 스무 살인 내가 감당하기엔 조금 버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못할 건 없다. 젊은 패기로 뚫고 나가면 된다. 이미 성문에 다섯 가지 색으로 칠한 몽둥이를 걸어놨으니,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라는 건 이미 밝힌 셈이다. 문제는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이 오색 몽둥이마저 같잖게 볼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때문에 내 원칙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누가 됐든 통행금지 시간을 어기고 성문을 드나드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한다.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하다. 달빛이 더 차가워 보인다. 이제 곧 통행금지 시간이 된다. 물시계의 눈금이 거의 다 됐다.

방금 통행금지를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지금부터 움직이는 자는 나를 시험하는 자다.

앗. 저쪽 어둠 속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지금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자가 있다는 건가? 누군지 모습을 드러내라. 말 한 마리가 아니다. 이건 마차다. 외장을 금으로 덧칠한 걸 보면 보통 사람이 아니다. 누구지?


오늘은 특히 기분이 좋다. 그래서 많이 마셨다. 그래도 여전히 아쉽다. 한 잔 더하고 싶지만, 이제 들어가야겠지. 북소리가 들린다. 벌써 통행금지 시간인가? 통행금지 시간 이후에 성문을 들락거리면 처벌한다고 했던가? 훗.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내 조카가 십상시인데, 감히 북부위 따위가 나를 건드릴 수 있는가? 황제께서도 내 조카에게 ‘아부’라고 부른다. 감히 북부위 따위가.

하여간 어린놈에게 권력을 주니까 저렇게 설친다.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 오늘 내가 그 그릇된 판단을 바로잡아주마. 길을 비켜라.



큰일이다. 마차로 봐서는 지금 도성의 최고권력인 십상시가 타고 있음이 분명하다. 앗.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니 다행히 십상시는 아닌듯하다. 그래도 저 마차를 타고 왔다면, 분명 십상시의 친인척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 저렇게 통행금지 시간에 돌아다니면 죽인다는 명을 듣고도 태연히 돌아다니겠지. 이건 그냥 못 본 척하는 게 상책이다. 하필 그때 용변을 보러 다녀왔다고 하면 그만이다.

앗. 북부위가 벽에 걸린 오색 몽둥이를 잡아내리고 있다. 뭘 하려고 저러지? 아. 아마 몽둥이 자체를 감추려는가 보다. 그래. 아무리 북부위라도 십상시는 어쩔 수 없겠지. 아니. 몽둥이를 저렇게 땅에 끌고 간다고? 남들 들으라고 일부러 소리를 내는 건가?

마차에서 내린 자는 벌써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의 창을 지팡이로 툭툭 건드리고 있다. 빨리 비키라는 건데, 저자들은 얼른 비키지 않고 뭘 하는 거지? 저 마차가 무슨 뜻인 줄 모르나? 목숨을 부지하려거든 빨리 비켜줘라.

아. 다행이다. 좀 늦긴 했지만, 다행히 병사들이 길을 내주었다. 하마터면 오늘 밤, 경을 칠 뻔했다. 역시 이럴 땐 현장에서 벗어나 있는 게 상책이다.

앗. 북부위가 몽둥이를 들고 지팡이 소리를 따라간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 쫓아가는 것 같은데.


퍽.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