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유비가 견디지 못한 것은 부패인가, 보복인가?

유비, 인장을 내려놓다.

by 임작가


안희현에 온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아우들은 우리가 세운 공적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보상이라고 불만이지만, 이만한 자리라도 얻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곧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세력을 키워야 한다. 안희현이 큰 고을은 아니지만, 기반으로 삼기에는 충분하다.

얼른 수로정비 작업을 마쳐야 곧 다가올 농번기 때 쓸모가 있을 텐데. 하필 이렇게 바쁠 때, 감찰이 나오다니. 그런데 감찰관의 행태가 수상쩍다. 뭔가 원하는 게 있다.



얼마를 주고 산 관직인데. 원금을 찾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십상시들이 언제 내 자리를 다른 놈에게 팔아치울지 모른다. 그전에 원금 찾고 조금이라도 이득을 내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근데, 이 자는 털어도 먼지가 안 난다. 알아서 좀 내주면 좋을 텐데, 그런 눈치도 없는 것 같다. 하는 수 없다. 먼지가 날 때까지 턴다.

아전을 비롯해서 현리들을 하나씩 족치는 데도 이 자들이 현위의 비리를 말하지 않는다. 정말 비리가 없다는 건가?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관리가 있을 수 있나? 이 자도 돈을 주고 관직을 샀을 텐데.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현위가 무서워서 입을 열지 않든지, 아니면 현위에게 받은 돈이 많든지. 상관없다. 매 앞에 장사 있나? 입을 열 때까지 매우 쳐라.



눈앞에서 동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옷이 찢기고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그나마 현리가 오래 버텼는데, 방금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움직이지 않는다. 설마 죽은 걸까? 감찰관은 빨리 현위의 비리를 말하라고 다그치지만, 없는 비리를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앞에 동료들처럼 맞아 죽을 순 없다. 나만 쳐다보고 있는 내 식구들을 생각해야 한다. 병든 노모는 또 어떡할 건가. 내가 살아야 우리 가족이 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다음 차례는 난데. 아. 미치겠다.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다. 형님을 봐서 나서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다. 하지만 도저히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가만히 있다가는 여럿이 죽어나갈 판이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감찰관, 너의 잘못이다. 그러니까 왜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들어.



방 안에 있자니,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고막을 찢는다. 이건 내가 감찰관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서 생긴 일이 분명하다. 처음부터 그는 감찰이 아니라 뇌물을 받으러 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뇌물로 바칠 돈이 없다. 백성들에게 돈을 걷어본 적도 없다. 녹봉이라고 해봐야 우리 삼형제가 세끼 밥 먹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 줄래야 줄 돈이 없다. 그런데도 저렇게 매질을 해대고 있으니.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일단 나가서 말려봐야겠다.



그만 때려라. 도대체 이 자는 누구지? 힘은 왜 이렇게 센 거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부러진 회초리가 몇 개진도 모르겠다. 너무 아프다. 나무에 묶여 있어서 도망도 못가고 이렇게 맞다가 죽는 거 아닐까? 내가 무슨 죄가 있는가? 나만 이런가? 다들 나처럼 살고 있다. 나에게 관직을 사라고 알려준 자는 지금 창고를 새로 짓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본전도....

이제 의식이 흐려진다. 분명 정신을 잃었는데, 다시 정신을 차렸다. 채찍에 맞을 때마다 의식이 돌아온다.


촥.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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