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조조가 여백사를 벤 것은 두려움인가, 공격인가?

첫번째 칼은 오해, 두번째 칼은 선택.

by 임작가

내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 그때 동탁을 죽였어야 했는데, 그 덩치가 눈치채는 바람에 실패했다. 덕분에 이렇게 도망자 신세가 됐지만, 차라리 잘됐다. 고향으로 내려가서 나중을 기약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벌써 어두워지는데 당장 오늘은 어디서 자지? 아. 그래. 이 근처에 아버지 지인 분이 살고 있지. 거기로 가서 하룻밤 묵어야겠다.

다행히 친절하게 맞아주신다. 아직 내 목에 현상금이 걸린 것까지는 모르는 것 같다. 뭐, 겨우 하룻밤인데 별일 있겠어?

여백사 어른이 집에 좋은 술이 없다며 마을에 나갔다 오겠다고 한다. 근데 왠지 서두르는 듯하다. 내 기분 탓이겠지? 일단 좀 쉬자. 피곤하다.



스윽. 스윽.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이 익숙한 소리는 뭐지. 그래. 이건 분명, 숫돌에 칼을 가는 소리다. 누가, 왜, 지금 이 시간에 칼을 갈지?



“묶어서 죽일까?”



역시. 그럴 것 같았다. 주인장은 내 목에 현상금이 걸렸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허둥지둥 신고하러 나간 것이고. 음... 가만히 있다가는 내가 당한다.


쉭. 쉬-익.


일단 보이는 놈들은 모두 벴다. 혹시 모르니 집안 구석구석 남은 놈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음... 집안에는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이제 저 창고만 살피면 된다. 혹시 모르니 조심하자.


저건... 돼지가 아닌가. 설마 나에게 대접하려고 돼지를 잡으려고 한 건가? 그래서 칼을 갈고, 묶어서 죽일지 의논한 건가? 그럼.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저기 보이는 사람은 조조 같은데, 왜 나왔지? 내가 너무 늦게 와서 벌써 떠나려는 건가? 그럴 순 없지. 얼마 만에 온 친구 아들인데. 게다가 마을에서 제일 오래 묵은 좋은 술을 사가지고 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왜 나왔는가. 어서 돌아가세.”



그냥 달아나려고 했는데. 하필 여기서 주인장과 마주치다니. 어떡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할까?

아니! 이게 잘못했다고 빈다고 해서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인가? 절대 아니다. 그럼 그냥 모른 척 달아날까? 차라리 그게 좋겠다. 일단 달아나자. 아니! 그럼 주인장이 집에 가서 내가 저지른 일을 알게 될 테고. 그럼 가만히 있을까? 아니지, 사람들을 모아서 나를 쫓아오겠지. 그러다가 내가 붙잡히기라도 하면? 안돼. 그건 안될 일이다.

그렇다면 할 수 없다. 이 사람도 없애야 한다. 그래야 내가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쉭.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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