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의 역습
“지금까지 올린 세 편의 글이 장면이었다면, 이제는 왜 그 장면들을 보여줬는지 이야기할 차례다.”
모든 판단은 저마다의 기준을 통과한다. 우리는 늘 최선의 선택을 내린다고 믿지만, 결과는 왜 매번 예상치 못한 실패로 돌아올까.
기준은 양날의 검이다. 평소에는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지만,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 그것은 나를 가두고 찌르는 창살로 돌변한다. 나를 보호하려 세운 원칙이 나를 무너뜨리는 가장 예리한 무기가 되어 돌아오는 역설. 28년의 현장에서 내가 목격한 것은 바로 이 ‘기준의 역습’이었다. 1,800년 전 전장의 리더들을 집어삼켰던 그 비정한 배신은, 오늘날 우리의 사무실에서도 그대로 복습되고 있다.
앞으로 연재할 사건들은 이미 결말이 정해져 있다. 누가 이겼고 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지나간 승패를 복기하는 전술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모든 선택이 내려지기 직전, 수많은 변수가 사라지고 단 하나의 길만 남던 그 서늘한 찰나에 머문다.
왜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보이지 않았는지, 무엇이 기준으로 남고 무엇이 소음으로 지워졌는지, 그때 그들의 머릿속에서 돌아가던 계산기는 어떤 숫자를 가리키고 있었는지를 관찰한다.
유비는 왜 뻔히 보이는 지름길을 두고 가장 느린 길을 택했을까. 조조는 왜 승리를 눈앞에 두고도 의심을 멈출 수 없었을까. 사마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것은 인내였을까, 아니면 또 다른 공포였을까.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유선의 무기력은 정말 무능 때문이었을까.
영웅을 찬양하는 글은 없다. 대신 성공과 실패가 제조되는 '판단의 공정(工程)'을 기록한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연재할 글들은 역사라기보다, 시대가 변해도 반복되는 선택의 패턴을 수집한 임상 기록에 가깝다.
연재할 글들은 모두 서로 다른 기준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30개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당신은 매 순간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고, 타인이 결정해 버린 결과가 아니라,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온 '판단의 경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준비가 되었다면 1,800년 전의 전장으로 들어가 보자. 그곳에 지금 당신이 고민하는 선택과 꼭 닮은, 그러나 더 비정한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