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정유 산업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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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주가는 보통 실적에 영향을 받지만 오늘날 같은 장에선 당장의 실적보단 미래의 가치가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라도 가능성에 매력을 느끼고 투자를 하는 일이 강세장에선 유독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price to dream ratio 주가꿈비율 이라는 용어도 생겨났을 정도로 오늘날 투자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어느 때보다 더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관해선 지난해 퍼포먼스가 좋았던 테슬라와 니오, 샤오펑과 같은 기타 전기차 관련 주 그리고 바이든 당선 이후 더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여러가지 ESG 관련 기업들을 예시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월가의 투자자들도 ESG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확실히 요즘 시장의 트렌드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과 같은 ESG 관련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와 같은 트렌드에 대착점에 있는 산업은 과연 어디일까? 여러가지 산업군들이 많지만 최근 트렌드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산업은 정유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정유산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ESG 관련 산업들과 대착점에 서 있다.
먼저 정유 산업은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지만 변화가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기업규모가 큰 옛 산업이고 ESG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새로운 에너지들로 대표되는 신사업이다. 따라서 이 둘은 신구의 대착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름을 콸콸 쏟아내며 대기와 환경을 오염시키는 이미지가 강한 정유 산업과 ESG에서 E를 맡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은 분명한 대 착점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중국 등 각 국가에선 짧게는 2030년 길게는 2050년까지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에너지원을 근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유 산업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미래 지향적이지 않은 산업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한 한때 전세계 시가총액 1위를 달성했던 기업이 존재했을 정도로 거대한 산업은 이대로 종말을 맞이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도 들 것이다. 이러한 궁금증에 정유 산업의 전망에 대한 글을 발행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본 글은 1편 정유 산업의 이해, 2편 개별 정유 기업 분석, 그리고 3편 정유 산업의 미래 이렇게 총 나누어 발행할 예정이다.
정유 산업의 규모
정유와 가스 산업은 매년 3.3 T 달러 (원화 3천 조) 규모의 매출을 내고 있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이다. 특히 정유는 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정도로 운송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는 매우 중요한 상품이다.
정유를 생산하기 위해서 필요한 원유는 전 세계 보유고(지금까지 알려진)의 약 80%를 OPEC 회원국들이 가지고 있다. OPEC은 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의 약자로서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 그리고 베네수엘라 등 주요 원유 보유국들이 멤버로 가입되어 있다. 원유 보유고는 아래의 표를 참조하도록 하자.
19년 기준 원유의 최대 생산국은 미국 (전 세계 점유율) 19%, 사우디아라비아 12%, 러시아 11%, 캐나다 5%, 그리고 중국 5% 순으로 집계가 되었다. 또한 18년 기준 원유의 최대 소비국은 미국 20%, 중국 14%, 인도 5%로 집계가 되었고 우리나라는 전 세계 8위에 자리 잡고 있다. 19년 기준 미국에선 하루 평균 2천만 배럴의 원유가 소비 되었고 그 중 68%는 운송에 그리고 26%는 산업 생산에 쓰였다.
정유 산업의 구조
정유 산업은 크게 업 스트림, 미드스트림 그리고 다운 스트림 이렇게 3가지 분야로 나뉘는데 각자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업 스트림
업 스트림은 정유 사업을 위한 가장 첫 단계로서 이 업종에 종사하는 회사들의 업무는 원유가 매장되어 있는 곳을 찾고 시추해서 원유를 추출하는 것이다. ISO (국제표준분류코드) 에 의하면 업 스트림 회사들은 보Exploration (탐색) 과 Production (생산) 을 하는 정유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업종의 특성상 매우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고 있으며 자본과 기술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해당 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의 현금 흐름은 보통 시추하는 원유와 가스의 양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있다. 유명한 업 스트림 기업은 슐램버거와 (NYSE : SLB)와 지난 2012년 경영 효율화를 위해 미드 스트림과 다운스트림 부문을 분사하고 원유 시추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새로 설립된 코노코필립스가 있다 (NYSE : COP)
새로운 원유 매장 사이트 발견이나 시추 그리고 합병과 같은 업스트림 산업 관련 기사들은 이 사이트에서 빠르게 찾아 볼 수 있으니 참고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미드 스트림
미드스트림은 업 스트림 부문에서 시추한 원유를 운반하는 업종이다. 이들 기업의 주된 사업은 원유나 가스와 같은 원자재를 해운,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운반하는 것이다. 미드스트림 업종은 높은 강도의 법적 규제를 받는 업종인데 특히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운송이 고강도의 법적 규제를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이란 독립 기관에서 원유와 가스와 같은 에너지원의 운송에 관련된 법적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미드스트림 업의 최근 이슈로는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21개 주를 지나는 Keystone XL이라는 파이프라인을 차단하려는 시도를 두고 캐나다와 미 공화당과 갈등을 빚은 사건을 꼽을 수 있을 거의 다. 근래 들어 ESG 산업의 대두로 인해 원유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미드스트림 산업에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명한 미드스트림 기업으론 앞서 언급한 갈등의 당사자인 TC Energy (전 명칭 TransCanada)가 있다.
다운스트림
다운스트림 부문은 우리가 흔히 정제소로 알고 있는 원유 정제 사업이다. 이들 기업의 주된 사업은 원유에 섞여있는 불순물들을 제거하고 우리가 실생활에 사용하는 가솔린, 비행기 연료, 윤활제, 합성 고무, 플라스틱 그리고 가스와 같은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다. 다운스트림 부문에 종사하는 기업들은 농업 부문의 기업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농업 회사들이 사용하면 살충제와 비료 그리고 연료를 다운스트림 회사에서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 코노코필립스처럼 업무 효율화를 위해 분할한 경우는 매우 특수한 경우이고 보통은 한 기업 내에서 업 스트림, 미드스트림 그리고 다운스트림 부문 모두 전개하는 편이다. 따라서 보통 엑손 모빌, 쉐브론, 페트로 차이나와 같은 대형 정유 회사들은 Oil & Gas Integrated (종합 정유 가스 기업) 으로 분류된다.
다음 2편에선 주요 개별 정유 기업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글 임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