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하루, 평범한 휴일이 되길
갑자기 추워졌다. 나 같이 외근하는 사람은 날씨 변화에 민감하다. 한동안 계속되던 초겨울 날씨가 영하권으로 진입했다. 출근길 폰을 쥔 손이 한참은 시렸다. '춥긴 춥구나' 지하철 역에서 얼마 되지 않는 회사까지의 거리를 걸으며 입김을 뿜었다. 오늘은 어떤 일을 할까 하며.
스케치와 기자회견 등을 맡아서 다시 회사를 나섰다. 딱히 먼 지역 이동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로 동선을 짰다. 주초부터 많이 걸어 다니면 피로가 누적된다. 내일은 쉬는 날이라 여유가 있다지만 그저 쉬는 데 의의를 두고 싶진 않다. 고로 효율적인 동선을 짜서 나왔는데 너무 일찍 나왔나 보다. 스케치해야 하는 곳들이 개장을 안 했다. 아쉽지만 잠시 카페로.
유달리 아침 커피는 괜찮은 것 같다. 맛있다거나 중독성이 있다는 것과 달리 그 시간대에 커피를 마시고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다. 설령 금방 일어서야 하는 일정이라도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여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너무 시간이 없을 땐 커피를 마시지 않지만 말이다.
오늘은 아메리카노에 헤이즐럿 시럽을 추가해서 홀짝인다. 밖과 달리 내부 기온이 높아 커피가 조금 덥다. 설상가상으로 발을 뻗은 곳에 해가 내리쬐 하체는 살짝 뜨거울 지경이다. 창밖으로 사람들은 털모자를 쓴 채 추위에 떠는데 불과 3~4미터 거리의 나는 더위에 인상을 찌푸린다. 난방 기술이란:)
주말엔 과소비해 버렸다. 그간 받은 스트레스 탓인 듯하다. 딱히 스트레스가 소비로 이어지는 패턴은 아니지만 책을 살 땐 다소 그런 경향이 있다. 가령 부산에 살 때 한 번 큰 스트레스를 받고, 그날 알라딘에서 양 손 가득 책을 들고 나왔다던가. 이번엔 주중에 중고 서점에서 책을 4권 샀다. 금요일에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고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책을 또 한 권 샀다. 토요일엔 계획에 없던 서점을 가게 되면서 책을 두 권 또 샀다. 이런 식.
이번 달 책 값만 10만 원 선이다. 독서 속도가 구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사고 싶은 책은 아직도 많다. 모처럼 서점에서 책 구경을 했더니 읽고 싶은 책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놓고 안 읽는 책도 있으니 '읽고 싶다'기 보단 '흥미 있는' 정도로 말해야 옳다. 어쨌든 책방에서 열린 지갑을 간신히 오므리고 소비를 일단락했다. 주말이라고 간식 따위도 쟁여놓으니 지출 폭이 급격히 늘어난 건 어쩔 수 없다.
책을 지르고 나서 좋은 점은 후회가 적다는 거다. 책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이걸 왜 샀을까' 하는 후회는 대체로 남지 않는다. 다음 달은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수긍이 잇따른다는 점도 나름 장점이다. 그래서 이번 달에 구입한 책은 다음과 같다.
1.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2. 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
3.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4. 타인의 얼굴(아베 코보)
5.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
6.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7. 종교 없는 삶(필 주커먼)
<뉴스의 시대>는 예전부터 읽으려고 마음만 먹다가 이번에 구입했다. <아날로그의 반격>은 도서관에서 두어 번 빌렸으나 다 못 읽어 오기로 구입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예정에 없었으나 굉장히 친숙한 서명이다. 어디선가 봤는데 출처를 모르겠다. <타인의 얼굴>은 서점에서 급 당겨서 샀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상투적인 자기 계발서 같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볼만한 통찰이 담겨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봤다. 극도로 쌓인 스트레스도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왔다. '바로 드림' 주문하니까 10분 만에 준비되더라? 서점에 가니 베스트셀러란에 올라있다. 그래서 준비 시간이 짧은가 싶고. '베스트셀러+자기 계발서'는 내가 선호하지 않는 두 조합의 콜라보지만 모처럼 샀으니 잘 읽어볼 생각.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며칠 동안 살까 말까 망설이던 책이다. 두께도 그렇고 저자가 쓴 다른 책을 풍문으로만 접한 탓이다. 사피엔스라든가 뭐 유명세를 떨친 그런 책들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사고 싶었던 다른 책들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서 쉽게 손이 안 갔다. 책 한 권만 사면 별 거 아니지만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몇 천 원 차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종교 없는 삶>도 예정에 없던 책이다. 종교란 게 생각보다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나로선 비종교적 삶에 대한 주제가 무엇보다 흥미 있었고, 때론 이런 주제가 민감한 화두로 작용해 입에 담기 어려워지니 한 번쯤 읽어볼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책으로 무슨 전문적인 지식을 익히겠다는 의도보단 담론의 폭을 좀 넓혀보자는 의도?
1~4번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해 4만 원 들었다. 5~7번은 각각 16,800원, 22,000원, 18,000원이라 합하면 대략 10만 원이다. 하지만 나는 가난한 직장인에 급여날이 한참 남은 춘궁기 자취생이다. '바로 드림'에 '바로 드림-현장에서 직접 가져가기' 등을 적극 활용해 새 책 세 권(56,800원)을 49,200원에 끊었다. 꽤나 애썼단 말. SNS에서 책을 한 뭉터기씩 사는 사람들을 보며 무슨 돈으로 사나 했는데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책을 사고 나서야 자각했다.
토요일까지 이어진 쇼핑 행렬에 일요일엔 차분히 책을 읽겠다 했지만 앉아서 졸다가 드러누워 버렸다. 깨서 잠시 책을 폈다가 다시 눕는 행동을 반복한 결과 오늘이 벌써 월요일이다. 이게 무슨.
왠지 내일 일이 있을 것만 같아 출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라고 별달리 할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패기롭게 구입한 책의 절반 정도는 읽어보고 싶다. 책은 내 삶에 액세서리처럼 함께 해 왔지만 알맹이를 뽑아내는 능력은 군 제대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언론사 공채를 준비하며 필요한 책만 읽게 된 못된 버릇이 남았다.
이제는 사진기자라서 글을 가까이하지 않은 탓에 더더욱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러다 진짜 기술자로 남겠다 싶어 스스로 채찍질하는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과거의 내 글에서 알 수 없는 동경 같은 걸 느끼는데 이게 꽤 위험한 전조 아닌가 해서 말이다. 어색하지 않은 선에서 글을 쓰는 능력은 딱 대학생 때까지 요구되는 것만 같고, 또 이제는 글에 콘텐츠를 넣을 때라는 판단이 선다.
1. 집 주변에서 만난 고양이 4마리. 지난주엔 날이 풀려서 그런지 빌라 앞에서 놀고 있었다. 역시나 점박이가 내게 다가왔다. 처음엔 거리를 두고 쳐다보다가 내가 자리에 앉으니까 꼬리를 세우고 다가와서 몸을 비볐다. 다른 녀석들은 이 날도 다가오지 못하고 경계석처럼 주변에 한 마리씩 자리를 잡고 앉고. 점박이는 몸을 비비다가도 한 번씩 내가 쥔 도넛 봉지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는데, 이후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너무 빤히 쳐다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마치 말을 거는 것처럼 눈을 마주치니까 먹을 것 가지고 안 주는 내가 좀 야박한 느낌도 들고 해서. 근데 고양이한테 아무 거나 주면 안 된다고?
2. 주말엔 밀린 빨래를 한다. 평일엔 여유도 없고 빨래도 다 마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 주말을 이용하는데, 덕분에 주 1회씩은 방안에 불을 짱짱하게 올린다. 토요일 밤 방 온도가 29도까지 올라간 이유도 다 여기서 비롯됐다. 낮에 한 빨래가 여전히 축축해 방바닥에 널어놓고 말리다 보니 난방을 끌 수 없었다. 해서, 빨래도 마르고 나도 바짝 마르는 하룻밤을 보냈다. 속옷만 입고 자는데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잠에서 깨길 수차례. 급기야 부채를 꺼내 손에 쥐고 잤던 기억이 난다.
3. 사람 마음이란 게. 예전에 다니던 언론사에서는 카메라 두 대를 썼다. 양쪽 어깨에 한 대씩 메고, 렌즈 3개와 스트로보 2개, 랩탑, 여분 건전지 등을 들고 다녔다. 사다리도 있었지만 평소엔 차에 싣고 다녔으니 그렇다 치고. 그때에 비하면 한 대를 쓰는 요즘은 꽤나 짐을 던 셈이다. 그럼에도 가끔 걸음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날에는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카메라 없이 가방만 들고 가는 퇴근길엔 백팩이 눈에 띄게 가볍다 느낀다. 상대적인 무게차에 체감 중량이 많이 다르게 다가오는데 그때그때 기분이랑 연관이 큰 것 같기도.
4. 대기업 다니는 친구 마음에 짐이 좀 생겼다. 승진 관련 문젠데 우리 나이 때도 이런 일이 생길 거란 예상을 안 해왔다. 드문 사례일 테고 이 문제를 '문제'로 여기느냐는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달려있으니 어쩌면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승진 누락 같은 문제로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 평소 회사에서 받는 심리적 부담에 돌을 하나 더 얹게 되는 불리한 형국에 놓인다. 그야말로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훨씬 취약해지는 상황. 일반 기업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내가 문제의 본질적인 이해나 공감을 하기가 어려워 이야기를 듣는 선에서 마무리했는데, 사실 경험이 있다 해도 어떤 말이 힘이 될까 싶고 또 그렇다.
5. 내일 일 할 가능성이 있어서 그런가 뭔가 크리스마스이브나 크리스마스 기분이 예전처럼 안 나네? 30대의 크리스마스란 걸까. 왠지 차분한 일본 영화를 보며 따뜻한 차를 내려 마셔야 할 것 같다. 어찌 됐든 오늘 밤은 휴일 전야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6. 일하러 나가기 싫네:( 춥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