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산 털업

육체적 피로가 한계치 근처에 달한 듯?

by OIM

찬 커피를 시켰는데 입구 근처에 앉았더니 입 안까지 추운 기분이다. 무엇보다 하체 쪽이 시린 게 오금이 저려온다. 오들오들.



을지로입구역.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부르는 명동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일기를 쓴다. 동선상 이곳에 자리를 잡는 게 편했고 달리 대안도 없었다. 커피숍은 역시 스타벅스.


스벅 카드를 충전해놓고 거의 스벅을 찾아온다. 앉아서 마감하기 편하고 콘센트 자리를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 12잔 마시면 1잔을 주는 무료 음료 쿠폰도 나름 이유가 된다. 그게 다 가격에 포함된 거라고 하지만 이 정돈 속아주자.


오늘 오후 일정은 시청 쪽에 몰려있다. 그러니까 명동 근처에서 3시 반쯤 하나 처리하고, 5시 반에 또 하나를 해야 한다. 어제처럼 기력을 쏟아야 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편하다. 덕분에 몸도 좀 쉬려고 커피숍에 앉았다.


어제는 모두가 알다시피 택시업계 총파업이 있었다. 출근길부터 길에 택시가 얼마 없다 했더니 예상대로 큰 집회가 열렸다. 또한 예상대로 택시 파업 집회는 내가 가게 됐고, 또다시 예상대로 엄청 뛰어다녔다. 당초 다리를 점거할 거란 얘기가 있어 폭력시위로 비화되나 했지만 다리를 행진하는 선에서 시위는 마무리됐다.


오후 1시 30분쯤부터 7시쯤까지 돌아다니면서 찍었다. 그러니까 대략 5시간 좀 넘게 찍은 셈이다. 더울까 봐 점퍼를 벗어놓고 다니다가 추워서 다시 입었다. 그 상태로 조금만 뛰면 덥고 서있으면 추웠다. 인파는 어마어마했고, 미는 아저씨도, 자리를 비켜주는 아저씨도 있었다.


나는 시종일관 집회를 지켜보고 행진 행렬을 따라다니며 아저씨들과 얘기를 나눴다. 하소연을 하는 아저씨부터 주사를 부리는 분, 농담을 건네는 분 등 다양했다. 우리가 택시업계에 가진 반감만큼 하나의 집합체로 뭉뚱그릴 수 있는 집단은 아니었다.


'대기업 밀어주기'라든가 서민을 죽이는 정책을 편다는 이야기엔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때문에 문재인(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외침이나 나경원 의원이 나왔을 때의 환호에도 함께 즐겁진 않았다. 물론 일하는 입장이라 그렇기도 하다만. 어쨌든 택시 업계의 세를 보여주려는 시도는 그 나름 효과가 있었겠지만, 그 목적성 끝에 다다랐을 때 일어날 일이 누구에게 득인지는 아직 좀 갸우뚱하다.


또 카카오콜을 이용하지 말고 티맵택시를 이용하자는 이야기도 현장에서 나왔다. 카카오앱을 다 지우라는 주장이 울려 퍼졌다. 근데 좀 의아한 게 티맵도 사실 카카오 못지않은 (대)기업 것 아닌가. 게다가 업계가 견제하는 공유차 사업 관련해 SK도 모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까 뭐랄까. 현장에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나는 좀 갸웃갸웃하게 된다는 거다.


결국 전국에서 모인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우리의 정치력'은 이 정도라며 나경원, 전현희, 정동영 등 정치계 얼굴(?)들을 불러냈지만 별다른 메시지는 던지지 못한 자리였다. 심지어 나는 현장으로 가는 길 지하철에서 택시 아저씨들에게 단체 새치기를 당하고, 아저씨들이 밀거나 욕을 하는 통에 본의 아니게 감정노동에 종사하기도 했다. 아쉬움이 많은 현장이었다는 말.


181220, 마포대교 진입로


나는 행렬이 마포대교를 건너 마포역 인근에서 해산할 때까지 함께 걸어갔는데 그 여파가 오늘 고스란히 몸통을 때려 박는다. 어젯밤 눕자마자 잠든 덕분에 아침에 일어났을 땐 '와, 개꿀' 같은 기분이었는데 오전에 법원 간다고 잠시 뛰었더니 다리가 저릿저릿하다. 젖산이 쌓인 정도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제와 오늘의 계조 차가 극명하다.


저녁엔 사우나에 들러 피로를 좀 풀고 싶은데 늦게까지 하는 곳이 연희동 인근에 있는지 모르겠다. 이 동네는 커피숍도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사람 냄새나는 곳이라 어쩌면 신촌까지 나가야 할지도. 어디 한적한 곳을 찾으려면 은평 쪽으로 가보는 게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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