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시린 날이네요?
날이 너무 춥다. 이런 날에도 취재는 꾸준히 다닌다. 현실적 여건과 제풀에 꺾여 기세는 주춤했지만 적어도 주저앉진 않았다. 아주 잠시 구직 사이트를 열어보긴 했으나 잘리기 전까진 버텨보자는 마음을 다시 먹었다. 존버고 뭐고 간에 욜라 춥다.
어제는 꽤나 큰 거리가 있어 경기도에 다녀왔다. 집에서 대략 2시간 정도 걸렸다. 아침 일정이라 출근 시간에 걸리면 답이 안 나올 듯했다. 아예 첫 차를 타자 싶어 오전 5시 30분을 조금 넘은 시간에 집에서 나왔다. 현장에 도착하니 7시 30분. 추웠다. 오늘만큼 기온이 낮지 않았음에도 자다 일어났더니 체감 온도가 상당했다. 그때부터 2시간 30분을 기다려 취재를 마쳤다. 10시 일정임에도 8시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자리를 맡아놓은 사람들이 상당했다는데 충격.
결과는 나쁘지 않았으나 다시 올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시외로 취재 나오니 경비가 많이 든다. 이른 시간에 출발한 탓에 아침이나 커피값 등이 소요되는 점을 생각하면 일당의 절반 정도를 경비로 쓰고 오는 일이 벌어진다. 더군다나 새벽 5시에 시작한 하루는 꽤나 길다. 어차피 자기만족에 이 일을 하는 거라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어림 잡아도 수지가 안 맞다. 무엇보다 저녁쯤에 급히 고단 해지는 이유도 있고. 하루를 혹사하면 다음날이 문제가 된다. 이제는 그걸 잘 안다.
오늘은 서울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이런 날이면 추위 스케치를 많이 한다. 출퇴근길 옷깃을 여민 직장인들이나 시장에 불을 피워놓은 그런 모습. 바닥에 얼음이 언 장면도 주요 포인트 중 하나다. 이런 사진들은 대부분 출퇴근길에 많이 보기 때문에 그전에 찍어서 마감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새벽 출근해야 한다는 말. 어제 사비로 지역(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을 다녀온 뒤 '굳이 또?'라는 생각에 이르러 오늘 아침은 걸렀다. 갈등을 하긴 했는데 결과는 안 나가는 걸로. 어제 일정이 피로했는지 아침에 비몽사몽 하기도 했고. 금요일엔 서울 기온이 영하 9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니 이때쯤 나가보는 걸로 하자.
체력 안배를 위해 오늘 택한 일정은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덕분에 현장 근처에서 이렇게 글 쓸 시간도 생겼다. 일을 먼저 보고 마감하러 올까 고민했지만 아침 시간에 돌아다니기엔 날이 좀 차더라. 일을 미루다가 자칫 뛸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새 운동화도 신었으니 걱정 없다. 김포 아웃렛에 가서 헐값에 사 온 (작업용) 운동화의 기능은 꽤 훌륭하다. 소위 말하는 스포츠 브랜드 제품을 몇 년간 신지 않다가 돌아다닐 일이 많아 나이키 걸 샀는데 확실히 발이 편하다. 가벼운 건 두 말할 필요 없다. 비슷한 걸로 하나 더 사 올 걸 그랬다. 수습 때 6개월 동안 운동화 두 켤레가 닳아버린 걸 생각하면 신발장을 채워두는 편이 좋을지도.
쓰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직장인들이나 대학생이 몰릴 걸 고려해 큰길에서 벗어난 스벅에 왔더니 손님이 드물다. 죽치고 앉아도 눈치가 덜 보이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오늘은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고 나와 허기도 덜하다. 5분만 더 잘까 하다가 반쯤 눈을 감고 이불에서 기어 나와 시리얼을 먹었다. 춥다, 춥다 하면서도 손을 놀린 건 잘한 결정이었다. 가방 제일 윗 주머니엔 켈로그 크런치 넛 에너지바가 있다. 크리스피 롤도 하나 넣어왔다. 초코(웨하스) 바도 하나. 겨울엔 에너지 소모가 심하니 틈틈이 먹어줘야 한다. 시리얼과 주머니에 든 이것들은 모두 쿠팡에서 지른 품목 중 하난데, 할인한다기에 시리얼류를 무려 4만여 원 어치 샀다. 덕분에 에너지바를 제외하고도 우리 집엔 각종 시리얼 5kg 정도가 쌓여있다. 매일 아침을 먹고 나가겠다며 종류별로 구입하긴 했는데 쌓아두고 보니 사료 같기도 한 게...
어쨌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명목 아래 마음에 안 드는 갖가지 일을 참고 있는 걸 보니 나도 직장인이 다 됐다. "기자라고 별 다를 게 있어?"라는 말에 극심한 거부감을 느끼며 "그럴 거면 왜 기자를 하지?"라고 반문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꽤나 싫은 말에도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나름 풍파를 겪은 결과가 아닐까 싶은데 해석은 지극히 자의적이니까 뭐. 직장이 없으면 생계 문제로 모든 근심이 집중되는데 반해 생계 문제를 해결하면 그 외 모든 요소에서 근심의 빌미를 찾게 된다. 이러나저러나 이 두 가지를 떨쳐버리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면 그건 또 안 될 것 같단 말이지.
슬금슬금 나갈 채비를 해본다. 지금부턴 퇴근 전까지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오전에 잠시 게으름을 피운 탓이다. 날이 더 추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무리겠지. 햇빛 아래로 걸어 다녀야겠다. 다음 행선지는 광화문. 외투를 입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