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형제들을 ‘악덕’으로 키웠나

사실 같이 키워놓고 이제 와서 재단에 올리는 감이 없지 않고...

by O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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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형제들이 사과했다.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업소가 생겨난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단다. 4월 1일부로 정액제로 운영되던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변경하며 고객(자영업) 층이 불 같이 반발한 결과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페이스북에는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차고 넘친다. 직장인들의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우아한형제들 ‘사우’끼리 연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게르만 민족”이라는 조롱을 참아 가면 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시발점은 저 멀리 가고도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창업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배달의 민족 연대기를 우리는 세세히 알 필요가 없다. 다만 흑자전환에 성공한 2016년부터 배민의 매출액은 849억→1626억→3145억→5654억 규모로 점점 커졌다. 매년 불려 오던 몸집이 도드라지게 커진 셈이다. 배달앱 시장을 별개의 산업군으로 봐도 될 것이냐는 논의가 인수합병의 핵심 쟁점으로 등장할 만큼 이들은 성장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 배민이 언론에 등장한 모습을 살펴보자. △“광고비에 쿠폰판매까지”…배달의민족 가입자 ‘이중부담’(뉴스1, 2017.7.17) △“비싼 수수료 굿바이”...배민 떠나는 점주들(서울경제, 2018.10.30) △배민 경쟁입찰 ‘슈퍼리스트’ 없어지지만…“수수료 부담에 자영업자 몸부림 계속될 것”(아시아경제, 2019.3.7) 등 해마다 부정 이슈에 노출됐다. 수수료 폐지나 수수료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구호가 무색해지며 배민은 ‘양치기 소년’이 됐다. 문제는 이들이 양보다 영세자영업자들을 친다고 믿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배경이다.


2020년 4월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옛말의 실효는 기업에게 해당 사항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배민은 맞이한다. 反 기업 정서의 매서움을 체감하며 또 기업 컨설팅과 위기관리업체의 존립 이유를 깨달으며 한 발짝 물러서게 된다. 정부를 등에 업은 국민적 지탄은 일개 기업이 맞서기엔 문자 그대로 ‘후달리는’ 탓이다. 배민 측은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라고 했지만 이 또한 공허한 외침으로 묻혀가는 중이다. 변명이나 해명이 통용되기에는 배민에 덧씌운 국민적 공분이 너무나 새빨갛다. 배민은 정말로 그런 기업일까.


“요율 높아”·“독과점 문제” 등 비판 층위 다양


배민에 대한 일관된 부정적 인식과 달리 이들을 향한 비판은 조금씩 결을 달리 한다. 속된 말로 ‘나쁜 놈은 맞는데 왜 나쁜지 판단하는 근거가 각각 다르다’는 의미다. 어떤 의미에서 서로가 생각하는 비판 지점이 타인에게 그리 심각한 결함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개별 소비자 입장에서 여론의 갈래가 다양한 점은 생각 변화의 여지를 남긴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시그널을 주지만 해당 기업은 여전히 몹쓸 놈으로 귀결된다.


예컨대 배민의 정률제 비율 5.8%를 문제 삼는 이들은 요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6.38%가 된다. 연매출에 따라 결제 수수료도 2.1%에서 3.3%까지 붙는다. 따라서 매출의 8.48%~9.68%를 거둬가는 배민이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흉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무엇보다 기존 정액제(울트라콜) 시스템 아래서는 깃발의 개수(=홍보 비용)를 지정할 수 있어 점주들이 홍보비를 매출 대비 고정비로 지정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매출에 따른 요율제로 변경되며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비판이다.


창업통 김상훈 소장의 오픈서비스 셈법에 따르면 배달(라이더) 비용 20%에 리뷰마케팅 1~2%, 포장비용 5%, 식재료 원가 40%, 점포월세 5%, 인건비 10%, 세금 및 기타비용 10% 등을 더해 판매가(월매출) 대비 순이익을 따졌을 때 월매출 2000~3000만 원 구간 업주들의 몫은 기껏해야 수십만 원 안팎이다. 식재료 원가를 5% 낮췄을 때 이들에게 돌아가는 순익은 100~150만 원가량이 추가된다. 배민을 통한 배달 매출만 셈한 데다 수치 자체도 변수가 많아 정확한 계산은 아니지만 정률제에 따른 부담 가중을 가시적으로 드러냈다. 이를 테면 먹고 살기가 ‘더욱’ 팍팍해진다는 수학식 표현이다.


한편에서는 배달앱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배민의 수수료 정책 변경을 존중하더라도 시장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한 기업의 전략적 선택보다 독점기업의 횡포로 읽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사실상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DH라인업의 맡형이 요율을 5.8%로 변경한다고 해서 ‘요기요를 선택하면 되겠다’ 거나 ‘탈 DH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자영업자는 극히 드물 것이라는 게 주장의 요지다.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에 “까라면 까”라는 방식의 운영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 기반한다. 이들이 시장을 독점한 상태에서도 ‘착한’ 경영을 지속할지 여부를 운에 맡기기 싫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요율 자체보다 시장 문제를 우선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바뀐 정책 아래서 수익을 내기 위해 월 매출에 따른 정액제와 정률제 이용 비율 등을 비교한 게시글도 등장했다. 월 매출이 000만 원 이하인 자영업자는 정률제를 이용하는 게 이득이고, 그 이상 매출이 담보된다면 정액제를 유지하는 게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오픈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으면 가게 목록에서 하위로 밀려나며 기존 매출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며 울며 겨자를 먹는다는 업주의 사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오픈 서비스 신청 업소가 전체의 70%를 넘어섰다는 배민 측 주장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악덕 배민? 소비자가 ‘캐리’


그렇다면 ‘새빨간 양치기 기업’이 배달 앱 시장의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과 같은 반 기업 정서를 배경으로 이들은 암벽을 기어올라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배민에게도 해가 뜨고 볕이 들던 시기가 있었다. 주기적으로 그래 왔으며 자영업자들과는 또 다른 이해관계를 형성하는 배달시장 소비자들이 이들의 등을 다독여왔다. 앞서 미디어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배민은 때때로 잡음에 시달려왔지만 업주들에 비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비자들이 뒷심으로 작용했다.


이들이 있는 한 배민은 무너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비판 여론과는 별개로 배달 앱 시장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과 DH의 인수합병 문제가 불거지며 배민에 대한 국민적 적대감이 극에 달한 것과 달리 올해 1분기 배달 앱 관심도(출처: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증가율 측면에서 위메프오(277%)와 쿠팡이츠(173%)가 강세를 보였지만 선두 자리는 DH가 보유한 푸드플라이(374%)가 차지했으며, 정보량 점유율 또한 DH 라인의 4개 사가 시장의 98.27%를 차지했다. 이를 통해 비판과 소비가 동시에 나타나거나 여론이 다층화 되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정률제와 관련 “다(모두가) 반발하지(는) 않는다”는 배민 측 주장이 힘을 얻는 부분이다.


실제로 매년 공분을 사 왔던 배민의 수수료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9년 11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조금 다른 방향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배민의 쿠폰 혜택과 관련해 지난 쿠폰팩보다 가격이 올랐는데 혜택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글에는 37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줄어든 혜택으로 인해 경쟁업체를 이용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자영업자들과 얽힌 수수료 논란보다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와 닿는 혜택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반응이 특정 커뮤니티나 특정 계층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배민에서 제공하는 혜택과 관련해 이슈가 생길 때마다 유사한 반응이 오르내린다. 한 때 배민에서 제공하는 쿠폰이 업주에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대한 많이 이용하자는 말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배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적자(-364억)를 기록했고,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기업의 선택은 ‘악덕’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배민에 돌아왔다. 배민과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물고 물리는 이 묘한 산업구조 속에서 비판의 손끝이 향하는 지점이 누군가의 뒤통수는 아닌지 돌아볼 시점이다.


결국 배달 앱 시장의 독과점 문제나 요율 문제를 지적하는 소비자층과 이들이 제공하는 혜택을 기대하는 소비자층이 동시간대 뒤섞이며 일관된 여론이란 것을 분별하기 힘들어졌다.


공공 배달 앱 명분 어디로…접근방향에 대한 반감 ‘스멀스멀’


이때 의문이 기포처럼 올라온다. 여론의 다층위를 아우를 수 없을 때 공적 개입의 당위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배민의 정률제 정책에 즉각적인 대책회의로 응수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응을 두고 일각에서 섣부른 판단이 아니냐는 의견이 새어 나오는 것도 이런 점에 근거한다. 군산시 ‘배달의 명수’를 모티브로 한 공공 배달 앱을 (독점) 시장의 대항마로 내세운 지자체의 판단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지적은 빈말이 아니다. 당장 공공앱 개발부터 운영, 유지보수, 홍보에 드는 비용이 모두 세금을 통해 충당되는 데다 DB 확보 또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탓이다. 민간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국민적 합의가 불확실한 업무를 세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공 앱을 개발해야 하는 명분은 ‘선거’ 밖에 없다는 비아냥이 설득력을 더하는 이유다.


배민 측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의식해 자사 정책을 손보겠다고 물러선 상태다. 하지만 이재명 도지사는 사과의 진정성을 지적하며 한발 더 나아갈 태세를 보였다. “자영업자의 고통이 극심한 때 배민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이용료를 인상했다”며 공공 배달 앱 개발을 검토할 민관 TF팀을 구성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과 함께 경상북도 또한 공공 배달 앱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공공 배달 앱의 실험모델 격인 군산시의 ‘배달의 명수’가 전국 지자체에 파생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셈이다.


정치권은 어떨까.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관련 공약이 등장하는 실정이다. 여론을 의식해 급조한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지만 일선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위협으로 다가온다. 수원시 5개 지역을 선거구로 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더불어 앱’을 개발하기로 약속했으며, 정의당은 지역별 공공 배달 앱 구축을 위한 ‘공공온라인 플랫폼 지원법’ 등 골목활성화 3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달 13일 출시한 배달의 명수 가입자가 6일까지 3만 1478명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민간 앱과 점유율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용자층의 니즈가 확보된 데다 시장 기업에 대한 반발이 만연한 상황에서 여타 공공 앱의 실패 사례와는 양상을 달리 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배달의 명수가 배달의 민족 UX나 UI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는 지점이다.


때문에 배민에 대해 비판 일변도로 치닫던 여론이 조금씩 돌아서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시장 독점을 견제하는 방법 가운데 공공이 시장 개입을 넘어 시장 자체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다. 플랫폼이 시장에 기여한 몫을 뒤로 한 채 정부가 시장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반감이 그것이다. 앞서 타다가 무너지는 모습이 배민에 투영되지 않을지 일각에서 우려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때야말로 역설적이게도 배민에 활로가 생겨나지 않을지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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