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x마라톤

'동네'의 미학

by OIM
Ricoh GR3 @Zubiri, Spain





이날은 수비리라는 작은 마을의 축제날이었다. 소년/소녀 부문 단거리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뛰고 어른들은 지켜봤다. 나도 구경했다. 누구 하나 건성으로 할 법한데 모두가 열심이었다. 왜 그럴까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이곳은 횡단 거리가 800km 이상인 광활한 땅덩이 어디쯤의 소규모 마을이었다. 30분 정도면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물류가 오가는 교역의 장도 아니고 공항을 갖춘 허브 도시도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축제의 의미를 곱씹으니 이해가 쉬웠다. 하지만 정작 내가 이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다음 사진에 있다.





Ricoh GR3 @Zubiri, Spain





한동안 마라톤 트랙이 비어있었다.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도 기다렸다. 아이들이 대부분이 결승선을 통과했을 무렵이다. 사람들이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누군가 오고 있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고도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 멀리서 아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들보다 신체가 불편해 보였지만 아이는 웃고 있었다. 그 표정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덩달아 박수를 친다고 카메라를 내렸다. 그러다 급하게 카메라를 들었더니 초점이 나갔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1년이 지난 현재도 이곳을 기억하게 한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즐거운 날이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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