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미학
이날은 수비리라는 작은 마을의 축제날이었다. 소년/소녀 부문 단거리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뛰고 어른들은 지켜봤다. 나도 구경했다. 누구 하나 건성으로 할 법한데 모두가 열심이었다. 왜 그럴까 궁금했다. 생각해보니 이곳은 횡단 거리가 800km 이상인 광활한 땅덩이 어디쯤의 소규모 마을이었다. 30분 정도면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물류가 오가는 교역의 장도 아니고 공항을 갖춘 허브 도시도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축제의 의미를 곱씹으니 이해가 쉬웠다. 하지만 정작 내가 이날을 기억하는 이유는 다음 사진에 있다.
한동안 마라톤 트랙이 비어있었다.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도 기다렸다. 아이들이 대부분이 결승선을 통과했을 무렵이다. 사람들이 갑자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누군가 오고 있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고도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 멀리서 아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들보다 신체가 불편해 보였지만 아이는 웃고 있었다. 그 표정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덩달아 박수를 친다고 카메라를 내렸다. 그러다 급하게 카메라를 들었더니 초점이 나갔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1년이 지난 현재도 이곳을 기억하게 한다. 그에게도, 나에게도 즐거운 날이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