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에 대한 오해

사진 보도가 이뤄지는 과정을 알아보자.

by OIM

온라인에 사진 보도에 대한 오해가 퍼지는 듯하다. 같은 장소를 찍어놓고 입맛에 맞게 각색했다는 게 오해(비판)의 골자다. 대표 사례로 연합뉴스 사진이 인용되고 있다. 이 두 장이 대상이다.


https://www.yna.co.kr/view/PYH20201225059300013?fbclid=IwAR3iAAuOgAORetSqzK-CSgIfEeHlAGOqfHshgwoIUUZyLkEJavSbMM3uTh4


https://www.yna.co.kr/view/PYH20201227030300013?fbclid=IwAR2iOdiM9G9Bf2ek3exg9h4hTosgmkw2aDiFagOGVxc8qr0-gAtF0N_aCF0


오해를 풀려면 사진 보도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 한다. 사진은 글과 달리 맥락을 표현할 수 없다. 캡션(사진설명)으로 부연 설명 정도를 덧붙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의도에 대한 오해를 종종 받는다. 대표적으로 특정 정치 세력을 음해(?)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게 사실일까. 정답은 당연히 '아니'다. 알다시피 보도는 그 자체로 프레임을 갖는다. 기사에 포함하는 모든 정보가 기자의 주관에 따라 취사선택된 요소들이다. 거꾸로 말하면 프레임 없는 기사는 기사 가치가 떨어진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의도를 갖고 찍는다. 각 보도는 각각의 목적(주제)에 충실한 사진이란 이야기다. 지나가다가 쇼핑몰이 비었다고 해서 '코로나 때문에 텅 빈 쇼핑몰'이라며 갑자기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저 장소에 가기 전 혹은 저 장소를 지나칠 때 이미 '텅 빈 쇼핑몰'이나 '붐비는 쇼핑몰'을 찍으라는 데스크 지시나 취재기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특히나 이런 스케치류는 그날 일정 동선이나 일정 사이 빈 시간을 이용해 간단히 찍고 넘어가는 스케줄이다. 방역 당국이나 정부를 음해하려는 의도로 찍기에는 지나치게 가치가 떨어지는 사진이라는 말이다.


보통 어떤 상황에서 이런 사진에 대한 지시가 떨어지냐면,


이날 방역당국 또는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코로나 재확산 우려가 나온다-확진자 수가 증가했다-연휴가 평소보다 길다----------->연휴에도 붐비는 장소(대형 쇼핑몰)를 찍자.----------->붐비는 시간대 쇼핑몰 찰칵.


이날 방역당국을 중심으로 거리두기 단계 격상 조짐이 보인다-자영업자들의 생활고 문제가 부각된다-시민사회 불안이 강해졌다-------->텅 빈 장소(쇼핑몰 등)를 찍자.-------->사람이 드문 곳/시간에 찰칵.


그러니 속된 말로 'x먹어보라'면서 찍어 올린 게 아니라 저런 의도에 맞는 장소나 때를 찾아 사진을 찍은 거다. 다만 이해해야 할 메시지 구조는 '사진을 봐. 코로나 때문에 이래'가 아니라 '코로나가 이렇게 심각해. 사진으로 보여줄까?'의 차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단적인 예로 '흡연자 10명 중 8명 걸어가며 흡연'이라는 기사가 나온 날 지자체에서 금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다고 하자. 사진기자는 이날 어떤 장면을 찍을까. 당연히 걸으며 흡연하는 사람을 '찾아서' 찍게 된다. 그 지역이 '길빵' 단골 구역이라거나 그 사람이 '길빵 맨'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각적 요소(사진)를 찍는 게 사진기자의 일이라서 그렇다.


그러니 '일부러 사람 없는 시간대에 가놓고 코로나 때문이라니 악의적이다'라는 비판이나 '같은 장소를 이틀 사이에 찍어놓고 프레임이 다른 건 자아/내부 분열이냐'라는 비아냥은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경향이 크다.


여기서 한 가지 더. '통신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신사는 일반 언론사에 콘텐츠를 팔아 수익을 내는 뉴스 도매상이다. 고객사가 한둘이 아니다. 계약사가 아니더라도 잠재적 고객군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각 매체의 성향이나 니즈에 맞는 사진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최종 송출 여부와 별개로) 같은 현장에서 상반된 사진을 찍는 이유도 그런 데 있다.


예컨대 장관 후보자 A 씨에 대한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인상 쓴 장면과 웃는 장면, 물 마시는 장면 등 다양한 사진을 확보해 두는 이유도 그런 데 있다. A 씨가 악재로 인해 낙마에 가까워지다가도 호재가 생겨 여론이 뒤바뀔지 모른다.


또한 ㄱ매체에서는 '고개 숙인 A 씨'라는 프레임으로 기사를 쓰고 ㄴ매체에서는 '팽팽한 공방'을 주제로 쓸지도 모른다. 그러니 실제로 그가 그 자리에서 어떠했든 그를 둘러싼 이슈가 내포한 메시지에 부합하는 사진을 확보/보도하는 게 통신사 사진기자의 주된 업이 된다. ㄱ, ㄴ 매체 모두 우리 매체의 사진을 쓴다면 같은 인물에 대해 다른 사진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엔 워낙 쉽고 간편하게 보도 내용을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하루 이틀 사이에 변하는 보도 내용에 혼란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업에 대한 역할이 자리하고 있다.


듣는 사람도 그렇겠지만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레기'란 말을 즐겨 써서 좋을 턱이 없다. 욕을 하더라도 에임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마음에 굳이 시간을 내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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