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맛집의 위엄
순례길을 걷다 들리게 되는 로그로뇨엔 '머시룸 타파스'로 유명한 곳이 몇 있다. 이 중에서도 원조 가게인 BAR SORIANO는 꼭 들러야 한다. 로그로뇨 자체에 타파스 맛집이 많다고 들었지만 버섯 요리는 이곳이 제일이다. 이곳으로 안내해준 박필립에게 새삼 감사하다.
필립과 나는 저녁 시간이 되기 전 도시를 돌아봤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도시를 다녔는데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로그로뇨에는 꼭 들러야 할 버섯 타파스 집이 있대. 전통 있는 집이라는데 이름이 바 소리아노라고 했어. 시에스타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여길 가야 해"
마땅히 할 일도 없었던 나는 그러자고 했고, 위치를 파악한 뒤 문 열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주변에서 다른 타파스를 사 먹기도 했다. 타파스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한입거리 간식, 안주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오후 7시 바 소리아노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개장 전부터 앞에서 서성이던 우리를 주인장은 반갑게 맞이해줬다. 이곳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42년? 간 이어온 머시룸 타파스 집으로 메뉴도 머시룸 타파스와 술 정도가 유일하다. 3대가 대를 이어 운영하며 바 안쪽에서 남자 셋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요리는 심플하다. 구운 양송이버섯 3~4개를 뒤집어 쌓아, 얇게 자른 바게트 빵 위에 올린 뒤 이쑤시개를 꽂아준다. 우리나라에서 삼겹살 구울 때 버섯 굽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굽는 과정에 무슨 양념을 치는 건지 맛이 상당히 중독적이다.
구운 버섯에 국물이 잔뜩 고여있는데 양념이 벤 버섯과 어우러지며 상당히 매력적인 맛을 뽐낸다. 입안에 넣으면 뜨거워서 혀를 굴리다가도 그 맛을 못 잊어 또다시 뜨거운 버섯을 집어넣고 만다. 이쑤시개에서 버섯을 빼먹는 과정에 흘린 국물은 버섯 아래에 깔린 바게트로 떨어진다. 담백한 바게트에 적당히 양념이 스며들면 식감이 부드러워지고 맛이 한층 풍부해진다. 가격은 개당 1.2유로 정도.
우리는 당초 그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맛만 보려 했었다. 그러다 한 개가 두 개가 되고 두 개가 세 개가 되더니 결국 10유로 가까이 써버리고 말았다. 그 과정에 박필립은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 주인에게 설명했고, 주인은 맛이 어떠냐며 즐겁게 버섯을 내어줬다. 그러면서 3대가 함께 하는 중이며 역사가 얼마나 됐는지 등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줬다.
우리는 알베르게 식사 시간이 다가온다며 가게를 빠져나왔는데, 숙소 근처까지 돌아왔다가 한 번만 더 먹자며 가게로 돌아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게에 들어가서 "우리 또 왔다"고 했더니 바를 담당하는 주인이 껄껄 웃었다. 그 자리에서 2~3 접시를 각각 해치우고 그제야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참고로 거의 모든 스페인 사람들은 이 요리를 술과 함께 먹는다. 스페인은 식당에서 물 대신 와인을 제공할 만큼 와인을 즐겨 마시는 편인데 사람들 대부분이 타파스를 와인에 곁들여 먹었다. 우리는 둘 다 술을 못해 타파스만 잔뜩 먹었고.
박필립과 나는 향후 이 맛을 흉내 내려고 눈대중으로 본 재료들로 양념을 만들어 양송이버섯을 구워봤다. 하지만 역시 전통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우리의 버섯을 맛본 프랑스와 일본 친구는 마땅한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우리는 이 맛이 너무나 인상 깊어 한동안 버섯 얘기를 나누게 된다.
여담이지만 로그로뇨엔 머시룸 타파스로 유명한 곳이 최소 두 곳 이상 있다. 머시룸 타파스가 인기를 끌자 이를 취급하는 곳들도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머시룸 타파스를 맛보고 싶다면 이곳과 다른 곳을 헷갈리지 않는 편이 좋다. 우리는 향후 길에서 머시룸 타파스를 먹었다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들이 들린 곳은 다른 곳이었다. 어쩐지 맛에 호불호가 갈리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