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
부쩍 더워진 날씨에 체력이 바닥을 쳤다. 장비를 메고 다녔더니 등이 흠뻑 젖었다. 카메라 5kg에 백팩의 랩톱 등을 합하면 8~9kg에 달했다. 청록색 카라 티셔츠가 짙은 남색으로 물들었다.
무던히 더운 날이었다. 장비를 멘 것만으로 땀이 흘렀다. 지방 일정을 마쳤더니 서울에는 비가 내렸다. 카페에 앉아 사진을 마감하는데 빗방울이 굵어졌다. '이걸 어쩌나' 고민이 시작되는 찰나에 바로 앞에서 집회를 열던 청소노동자들이 자리를 파했다. 한껏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정적으로 휩싸였다.
급변하는 상황들 속에 일단 뛰었다. 늘 그렇듯 내가 쓰는 장비의 가격은 급여 수준을 훌쩍 웃돌아서, 감당 못할 상황은 피하자는 주의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땀이 흘렀지만 괜찮았다. 내가 젖지, 카메라는 젖지 않으니까. 카페를 나서기 전 급하게 빨아 당긴 커피가 땀구멍으로 배출되는 것 같았다. 그런 기분이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오후 일정을 위해 목적지로 향하는 길 다시금 비가 쏟아졌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비는 세차게 내리기만 했다. 때마침 인터뷰이는 어디쯤이냐고 물었다. 택시는 또 왜 이리 안 오는지. 기사님이 말했다. "여기 어떻게 차(택시)가 한 대도 없네, 허허" 초조함은 일을 그르친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인터뷰이가 인터뷰 장소에서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땀으로 젖은 내가 비에 젖은 우산을 들고, 유일하게 무사한 카메라 가방을 안은 채 백팩을 메고 인터뷰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인터뷰이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눴는데 기력이 쇠해 기억이 안 난다. 분명 '이런 얘기들을 인터뷰 때 해야 할 텐데...'라며 기록해둬야겠다 다짐했는데, 내가 너무 지쳐있었다는 것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 아침 7시에 나와 오후 3시까지 10kg에 달하는 장비들을 메고 줄기차게 돌아다녔으니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나는 가끔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을 실감한다. 쉬엄쉬엄 일하자는 생각도 이럴 때 주로 한다. 한편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이렇게까지 자신을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한다. 대게 극악의 난이도(?)를 겪고 나면 그 뒤엔 배움이란 것이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 속엔 양가감정이 생기는데, 어느 쪽이든 끝단으로 끌려가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한껏 찌든 금요일 밤 땀내와 짠내를 벗어던지며 이런 글을 적기로 했다. 땀이 밴 티셔츠를 대야에 넣어 철퍽철퍽 소리가 나도록 빨면서 글은 현실보다 나아야 하지 않겠냐며. 요즘은 대게 이런 일이 일상이다. 힘든데, 그래서 의미를 찾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주말 동안 바닥에 누워 지냈다. 그러면서도 두뇌는 부지런히 굴렸다. 그 결과 나를 긍정하는 글이 나왔다. 자존은 (아마) 스스로를 인정하는 데서 나오고, 글은 그것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