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무너진 세계의 성장.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The Florida Project, 2017)를 봤다. 적나라하다. '무니'를 필두로 아이들의 삶을 그린다. 디즈니랜드 맞은편 모텔에 사는 애들이다. 그곳은 허구한 날 갈등이 발생하는 곳이다. 주차장에서는 주먹이 오가고 수영장에서는 나이 든 노인이 젖가슴을 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 차례 모텔에 전기가 끊겼을 땐 수십 가구가 문 밖으로 나와 항의를 해댄다. 이런 곳에서 무니는 춤을 추고 남의 차에 침을 뱉으며 친구들과 논다.
무니의 엄마 '헬리'는 마리화나나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죽인다. 월세를 내지 못해 관리인 '바비'와 갈등을 겪기도 수차례다. 같은 모텔에 사는 친구에게 점심을 얻어먹는 처지에 어딜 가서든 좌충우돌이다. 돈이 필요할 땐 도매 시장에서 향수를 구해 호텔단지 입구에서 불법으로 판매한다. 급기야 돈이 궁해 성매매를 하는 사실을 추궁당할 땐 하고 있던 생리대를 벗어 유리문에 붙이며 성질을 드러내기도 한다.
모텔 '매직 캐슬'의 관리인 '바비'는 등장인물 가운데 거의 유일한 모노톤이다. 감정이나 삶의 기복을 여러 가지 색 변화로 나타낸다면, 맡은 일에 충실하며 무니와 헬리의 삶을 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인물인 셈이다. 그는 바람 잘 날 없는 그네들의 인생을 보듬으며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모텔의 소소한 일거리를 처리해나간다. 어쩌면 제멋대로인 무니네와 대립각을 세우며 상식에 반하는 행동들에 대해 관객 대신 화를 내주는지도 모른다.
개성 있는 캐릭터로 그려내는 일상은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도 충분히 흥미롭다. '밑바닥'이라고 지적받고 대책 없다고 비판받을지라도 있는 그대로 사는, 그 날것의 생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신파나 감동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보여주는 일에 치중한 이 영화는 관람 후의 먹먹함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마치 <보이후드>를 보고 났을 때의 그 느낌이 몇 년만에 오버랩된다. 디즈니랜드의 발치에서 전해오는 어떤 울림이다.
영화를 연출한 션 베이커 감독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 중 한 명이라고 한다. 영화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영화로 손꼽았다고. 영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윌렘 대포('바비' 역)도 화제다. 그는 영화 출연 이후 베를린영화제 명예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무비라이징> 최재필 기자는 "미국 3대 메이저 비평상을 석권하는 등 놀라운 성취를 이뤄냈다"라고 대포를 평가했다.
포털에선 사람들의 평이 난무한다. 내가 적는 글과 다를 것 없다. 넘쳐나는 긍정 속에 마케팅의 '흠결'을 꼬집는 글이 가끔 보인다. 그러나 무니네가 사는 '매직 캐슬'이나 모텔이 위치한 디즈니랜드의 경계, 그리고 “안심하세요 나랑 있으면 안전해요” 플로리다 디즈니월드 건너편 ‘매직 캐슬’에 사는 귀여운 6살 꼬마 ‘무니’와 친구들의 디즈니월드 보다 신나는 무지개 어드벤처! 라는 영화 소개글까지 영화를 완성시키는 일종의 장치로 작용한다.
영화는 이 모든 일상의 아이러니 속에 그들이 속한 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세상과 닿아있는 그곳에 우리가 살지 못하는 시간을 살아내는 인생들이 모여있다고도 그린다. 떠나는 이도, 새로 들어오는 이도 모두가 공간이 주는 의미에 잠식당하지 않고 자신의 색채를 영화에 흩뿌린다. 어쩌면 우리가 여행지에서 또는 출퇴근 길에서 한 번쯤 스쳐갔던 생의 단면을 감독은 내실 있게 묘사한다.
영화를 본 뒤 '다음'에서 영화 정보를 찾아보면 좀 더 다채롭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 캐릭터의 상징성이나 제목의 의미, 영화가 담아낸 시대상, 감독의 의도, 영화가 낳은 후폭풍 등 재미 이면에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영화와 해설 중 어느 것을 선행해야 하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이 아름다운 먹먹함을 오래도록 기억할 방법이 있다면 누군가 내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좋은 영화는 늘 옳다는 명제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 영화다.
마지막으로 '무니'역을 맡은 '브루클린 프린스'가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에서 선정한 '최고 아역 연기자 상'을 받은 뒤 발표한 소감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그의 나이, 올해로 아홉이다.
(만 7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