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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제원 Jan 23. 2024

#1 - 조기 퇴직? 갭 이어? 파이어? 잠정적 은퇴?

그 사이 어디쯤


1. 왜 퇴사?

그러니까 벌써 일 년쯤 전의 일이지만.

앞자리가 4로 바뀌자마자 조기 은퇴 혹은 갭 이어에 돌입했다.

항상 조기 은퇴를 마음에 품고는 있었지만.  은퇴! 와우!라며 마음을 굳건히 먹고 퇴사를 지른 건 아니었다.

그저 적어도 이 회사에서는 멈춰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고, 그 생각이 든 지는 사실 4~5년이 된 참이었다.

            

조기 퇴직인지 갭 이어인지 헷갈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조기 퇴직을 하기에 충분한 준비가 된 것인지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우선 생존에 가장 중요한 '돈'에 관해서는. 가진 작은 돈의 규모가 파이어에 합당한 금액일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고.

(퇴사 후 엄청나게 파이어족에 대해서 서치를 했는데... min. 1인당 10억이라더라.. )

이 자산으로 내가 지금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 인지가 도통 판단이 되지 않았다.

나의 의미에 가장 중요한 '시간'에 관해서는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었다.)

이렇게 나열을 해보니 이제서야 하는 말이지만 퇴사는 참 미친 짓이었던가 싶기도 하다.

2. 그 동안 뭐 했는데?

일 년 동안은 무작정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자가 모토였다.

몰골은 말이 아니었고. 잠도 고팠고. 시간도 흥청망청 써보고 싶었다.

흥청망청에 돈이 포함되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지만.

하지만 우선 최소 일 년 정도를 멈춘다고 해서 당장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은 있었다.            

나의 작고 귀여운 퇴직금을 쓰면 되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검증. 즉 나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필요했다.

먹고사니즘이란. 나에게는 시간. 에너지. 집중력의 올인.

특히나 기준. 가치. 판단력의 방향성을 그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에 맞추는 것을 의미했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매우 많고. 자신의 시선과 판단력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내 가치 판단의 기준을 회사가 요구하는 방향에 맞추지 않으면

(그것이 왜 아니고 맞는가를 생각하는데) 너무나도 큰 에너지 손실을 가져와야 했기 때문에 온 오프 할 여력도 안되어서 우선 순응했다.

(자본의 끝판왕인 업계의 기준에/아직도 나는 그 디자인이 왜 좋다고 하는지를 정말 모르겠어...)

그 결과 퇴사 후 남겨진 것은 희미해진 내 개인적 판단 기준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에 대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다.

한 달에 과연 얼마의 생활비를 사용하면 힘들거나 기분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살 수 있는가? (기분 해치지 않는 것 중요!)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까지 사용하면 힘들거나 기분을 해치지 않을 정도가 될 수 있는가?

적응의 동물인 인간이니 어느 상황에서나 생존은 가능하겠지만 생존만 하려고 탈회사를 한건 아니잖아?

취향 한 스푼을 얹는다고 했을 때 과연 어느 만큼이 상한선인지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게 데이터가 없다고 느끼는 막막함의 이유였다.

        

이 두 가지가 결국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일 년 동안 느슨하게 준 숙제 같은 미션이었다.

아주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개인의 취향과 생활 방식을 이제야 알아보자고 해놨으니.

나 도대체 뭐 하고 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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